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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동성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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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로 SF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20년 7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통해 우리 SF의 대세로 굳건히 자리 잡은 천선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천 개의 파랑』은 이를 방증하듯 출간 전부터 많은 SF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들, 엉망진창인 자본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들을 천선란은 다정함과 우아함으로 엮은 문장의 그물로 가볍게 건져 올린다. 그의 소설은 희미해진 이들에게 선명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진영 소설가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며 행복과 위로, 애도와 회복, 자유로움과 같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동반자를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끝없는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천 개의 파랑』은 이렇듯 상처 입고 약한 이들의 서사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따뜻한 파랑波浪처럼 아우른다. 세계의 구석에서 누구도 홀로 물방울처럼 울지 않게 말이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천변만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천 개의 파랑』은 변하지 않는 것, 이 세계의 가장 느리고 약한 것들과 기꺼이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다. 천 개의 파랑 •7 ![]()
: 무엇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따뜻하고 찬란한 소설을 만났다. 고맙고 벅차다 :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들의 끈질긴 연대 너머로만 엿볼 수 있는 촘촘한 기쁨이 파랑파랑 반짝인다. : 빠르게 달리는 이동수단,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흐드러지는 얇고 가느다란 풀잎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너무 빠르고 가까워 쉽지 않다. 하지만 천선란 작가는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흐릿한 풀잎을 바라본다. 지나칠 수밖에 없을지라도,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린다. : 천선란을 만나면 동물권, 식물성, 장애, 디지털 약자 등 타자의 마음이 되어 볼 수 있다. 서정적인 성장소설이자 휴머노이드 콜리에게 인간다움을 배우게 되는 작품.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0년 8월 21일 문학 새책 - 서울신문 2020년 8월 21일자 - 문화일보 2020년 8월 21일자 '이 책' - 한국일보 2020년 8월 21일자 - 경향신문 2020년 8월 21일자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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