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미국은 이 하나의 소설로 인해 떠들썩했다. 존재하는 거의 모든 언론이 리뷰를 쏟아냈고 전미도서상, 아서 C. 클라크 상, 앤드류 카네기 메달 등 미국 최고의 문학상들이 앞다퉈 이 소설을 후보로 지명했다. 얀 마텔, 도나 타트, 조지 R. R. 마틴 등 유명 작가들의 추천이 이어지더니, "코맥 매카시의 <로드>와 비견될 만한 소설"이라는 입소문이 강력한 전염병처럼 북미 대륙을 휩쓸었다. 미국 최대 서평 사이트에는 14만 개의 독자 리뷰가 달렸다.
유명 배우 아서 리앤더가 <리어 왕> 공연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질 무렵, '조지아 독감' 보균자를 실은 비행기 한 대가 미국에 착륙한다. 빠르고 치명적인 이 전염병은 원자폭탄처럼 터져 인류의 99.9퍼센트를 휩쓸어가고, 눈 깜빡할 사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끝을 맞이한다.
그로부터 20년 후, "생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라는 문장을 마차에 새긴 악단이 광활한 북미 대륙을 떠돌며 셰익스피어 희곡을 공연하고 있다. '예언자'라고 불리는 청년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한여름 밤의 꿈>을 상연하다 쫓기는 신세가 된 악단은 근처에 있다는 '문명 박물관' 쪽으로 행로를 변경하고, 그곳에서 놀라운 인연들과 조우한다.
종말을 다룬 여느 소설들과 달리 <스테이션 일레븐>에는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이나 잔혹한 학살극은 없다. 작가가 그리는 종말 후의 풍경은 오히려 평화롭고 아름답다. 대신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이런 질문이다. '그저 살아남는 것 외에, 인간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독자들 역시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이미 디스토피아 같은 현실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외에 우리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 때로 파멸은 창조를 위한 첫 번째 밑거름이 된다. 만약 세상이 손댈 수 없이 오염되었다면 파멸은 창조를 위한 제로그라운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앙은 또 다른 창세기의 시작이 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파멸보다 강하다. 그 강한 삶의 힘을 파멸을 통해 들여다보는 작품, 『스테이션 일레븐』이다.
: 아마도 당신이 읽어본 중 가장 매혹적이고 깊이 있는 종말소설이자 인간의 감정과 관계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 긴장이나 공포를 애써 조성하지 않고도 『스테이션 일레븐』은 그 어떤 종말소설보다 긴장감 있고 감동적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주제가 그런 장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단어, 바로 희망이기 때문이다.
: 『스테이션 일레븐』은 종말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밤, 토론토에 있는 한 극장에서 <리어 왕>이 상연되고 있다. 51세의 유명 할리우드 배우 아서 리앤더가 그 무대 위에서 심장마비로 즉사한다. 이 충격을 소화할 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은 채 세계는 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조지아 독감'이 원자폭탄처럼 터져 단 일주일 만에 대부분의 인간을 몰살시킨 것이다. 『스테이션 일레븐』은 아포칼립스를 다룬 소설이면서 동시에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맨델은 탁월한 솜씨로 덫을 놓고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 너무나도 인상적인 소설. 『스테이션 일레븐』은 문명의 성취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깨닫게 만들고 고요한 수면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마음에 잔잔하고도 놀라운 파문을 일으킨다. 일찍이 에밀리 디킨슨이 알려주었듯, 그리고 지금 맨델이 다시 확인시켜주듯, 결핍은 때로 호사스럽고 상실은 때로 고통스러우리만치 아름답다.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이었다.
: 이 책을 종말소설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종말소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장르에 사용되는 모든 클리셰가 삭제되어 있다. 게다가 소설의 반 정도는 전염병이 지구를 휩쓸기 전 이야기다.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동명의 그래픽노블과 닥터 일레븐과 거대한 우주정거장도 나오고…… 사실 이런 책이 좋은 소설이 될 리가 없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굉장히 구슬프고, 매우 아름답고, 내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끊임없이 되돌아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