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레키 장편소설.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영국SF협회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 일본 성운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한국 우수과학도서상 등 전 세계 SF 문학상을 휩쓴 전무후무한 데뷔작 시리즈.
한때 수천 개의 몸을 가진 인공지능 함선 그 자체였던 브렉은 이제 하나의 몸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분열된 군주에 대한 복수를 넘어 우주 제국 전체에 내전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함장이 된 브렉은, 자신이 죽인 대위의 여동생이 있는 변방 행성 아소엑의 우주정거장으로 갈 것을 군주에게 제안받는다.
수백 년간의 식민화로 우주의 차 재배지가 된 아름다운 행성 아소엑과 불행한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우주정거장에는 병합의 깊은 후유증과 함께 불길한 전운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브렉은 과연 사랑했던 대위의 여동생과 아소엑 행성, 그리고 우주정거장을 전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N. K. 제미신 (2016년/2017년 연속 휴고상 수상 작가) : 앤 레키는 여성이 미래의 이야기에 어떻게 자리잡을지에 관한 모든 어리석은 논쟁을 거부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소설적 설정이 아니다. 이것은 쿠데타다!
커커스 리뷰 : 인간보다 더 깊은 통찰력, 더 깊은 연민, 더 정의로운 인공지능은 수많은 SF의 꿈일지도 모른다. 앤 레키가 그것을 해냈다. 그리고 물론, 재미있다.
뉴욕 타임스 : 앤 레키는 라드츠제국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성차별주의에 큰 타격을 가했다. 그곳에서 장르와 독자들이 전부 새로운 사고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토르닷컴 : 전작보다 더 내밀해졌다. 스릴러와 스페이스 오페라가 만나 제국의 권력과 인간의 정체성, 그리고 도덕성에 관해 묻는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버렸다.
아날리 뉴위츠 : 인류의 권리, 식민주의, 그리고 하이브리드 섹스에 관해 최고 수준의 창의적인 독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내셔널 포스트 : 제국주의의 단면과 구조적으로 억압받는 소수에 주목하는 저자는, 우리 사회의 성 규범에 대한 의문을 갖도록 차근차근 조목조목 이야기를 통해 ‘의도적으로’ 밝혀낸다.
NPR : 만약 당신이 아직까지 ‘라드츠 3부작’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읽어 보는게 좋을 것이다. 앤 레키의 사회정치적 스페이스 오페라는, 머나먼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가는 우주선과 레이저빔이 난무하는 전장이라는 고정관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존 스칼지 (《노인의 전쟁》 작가) : 예측불허, 흡입력, 멋지기까지. 앤 레키가 한 건 했다. 나는 브렉 같은 여주인공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좋은 현상임에 분명하다.
i09.com : 당신이 원해왔던 바로 그런 충격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다. 숨쉴 틈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그런 소설임과 동시에, 책을 덮은 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이다.
리즈 버크 (추천) : 들어본 적도 없는 작가의 데뷔작을 읽다 오후가 통채로 날아가 버리는 경험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실제로는 내 마음속 ‘최고의 스페이스 오페라’ 자리를 치고 올라가 상위권에 자리하게 되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 앤 레키는 은하 전체로 확장해가는 제국, 그리고 정의 밖에 보이지 않는 주인공을 통해 기존 스페이스 오페라의 관습을 혁신적으로 초월해냈다. 이 인상적인 데뷔작에서 브렉은 독자들이 파고 들만한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으며, 독자들이 레키의 재능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키르쿠스 리뷰 : 앤 레키는 이 어려운 수식을 훌륭하게 풀어냈다. 주목할만한 데뷔다.
라이브러리 저널 : 군사모험 SF에 약간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더한 구성을 사용해, 레키는 인간 본성, 그리고 개인과 집단 내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균형이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며 확장해간다. 레키는 주목할만한 신인작가이며, 새롭고 흥미진진한 세계관의 역사와 미래를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RT북리뷰 : 앤 레키의 데뷔작은 처음 SF를 접한 독자들에게나 열혈 SF 독자들에게나 훌륭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SFX : 세부 묘사와 배경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빈틈없이 쓰여진 스페이스 오페라다. 앤 레키는 데뷔작에서 고전 SF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집중적인 인물 탐구도 보여준다. 또한 여성이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소설로, 정치와 젠더에 관한 문제들을 매혹적이며 도발적으로 풀어나간다. 사소한 정의는 손을 뗄 수 없는 작품이며, 꼭 읽어볼만 하다.
저스틴 랜던 (스테퍼스 북 리뷰) : 매혹적이며, 흥미진진하며, 독자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도전한다. 앤 레키가 과거에는 미국 SF 작가 중 장관급이었을지 몰라도, 올해 데뷰한 작가들 중에는 대통령급임이 분명하다. 근 10년간 등장한 SF 중 최고라 꼽을 수 있다.
폴 그래이엄 레이븐 (추천) : 완전히 획기적이다. 사서, 읽었고, ‘젠장 이걸 내가 써야 했는데’라고 생각했다.
수상 :2016년 로커스상, 2015년 로커스상, 2014년 휴고상, 2014년 로커스상, 2014년 영국추리작가협회상, 2013년 네뷸러상 최근작 :<사소한 기원> ,<사소한 정의 (특별판)> ,<사소한 자비> … 총 79종 (모두보기) 소개 :데뷔작 《사소한 정의》로 2014년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을 받으며 역사상 최초로 SF 3대 문학상을 모두 거머쥐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영국SF협회상, 영국 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을 받아 데뷔작으로 메이저 6대 문학상을 수상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사소한 정의》는 그 외에도 필립 K. 딕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존 W. 캠벨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 해외 번역본들이 출간되면서 일본 성운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등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후속작 《사소한 칼》과 《사소한 자비》도 주요 SF 문학상을 휩쓸며 전작의 아성을 이었는데, 라드츠 제국 시리즈는 이미 21세기 대표적인 스페이스 오페라로 꼽힌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진성의 각 성별을 스스로 결정하는 변방 행성 화에이를 무대로 한 이 작품 《사소한 기원》 역시 라드츠 제국 3부작의 명성을 잇는 완벽한 후속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휴고상, 로커스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상 후보에 올랐다.
앤 레키는 어릴 때부터 열성적인 SF 독자였고 일찍부터 작가로서의 미래를 꿈꾸었으나 실제로는 중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한 늦깎이 작가다. 청소년기에 쓴 초기 작품이 거의 발표 기회를 얻지 못하자 문학 대신 음악을 공부한 저자는 결혼하고 두 아이를 출산한 후에 다시 작가의 길을 모색했다. 작가가 되기 전엔 웨이트리스, 접수원, 도로측량원, 음반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다. 2005년 지역 글쓰기 모임에서 옥타비아 버틀러의 지도를 받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2013년 발표한 첫 장편 《사소한 정의》를 완성하는 데는 6년이 걸렸다. 1966년생으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최근작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보이는 손 2> ,<보이는 손 1> … 총 86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공공정책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생태와 환경, 사회, 예술, 노동 등 다방면에 관심이 있으며, 《집으로부터 일만 광년》, 《캣피싱》, 《야자나무 도적》, 《사소한 기원》, 《사소한 정의》, 《사소한 칼》, 《사소한 자비》, 《식스웨이크》, 《고양이 발 살인사건》, 《플로트》,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저는 이곳에 있지 않을 거예요》, 《풍경들》 등을 번역했다.
아작
최근작 :<저 이승의 선지자> ,<베스트 오브 할란 엘리슨> ,<앨리스의 모든 것> 등 총 177종
대표분야 :과학소설(SF) 3위 (브랜드 지수 450,91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7위 (브랜드 지수 198,210점), 추리/미스터리소설 23위 (브랜드 지수 81,100점)
추천도서 :<나의 진짜 아이들> 생의 끝자락에 이르러, 두 가지 각각 다른 인생의 기억이 떠오른다면 어떤 삶이 과연 나의 진짜 삶이었을까. 이 책은 한 여성이 결혼이라는 ‘선택’을 통해 어떤 운명을 펼쳐가게 될지 보여주는 이야기이자, ‘기억’이 과연 우리 인간의 정체성의 근본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인지에 관해 묻는 소설이다. 삶은 결국 슬프지만, 그 애잔한 사이에 깃든 달콤함을 젤라토처럼 그려냈다. - 박은주 대표
가장 압도적인 데뷔작 시리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트리플크라운 달성!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영국SF협회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 일본 성운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한국 우수과학도서상 등 전 세계 SF 문학상을 휩쓴 전무후무한 데뷔작 시리즈! 폭스 TV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
한때 수천 개의 몸을 가진 인공지능 함선 그 자체였던 브렉은 이제 하나의 몸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분열된 군주에 대한 복수를 넘어 우주 제국 전체에 내전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함장이 된 브렉은, 자신이 죽인 대위의 여동생이 있는 변방 행성 아소엑의 우주정거장으로 갈 것을 군주에게 제안받는다.
수백 년간의 식민화로 우주의 차 재배지가 된 아름다운 행성 아소엑과 불행한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우주정거장에는 병합의 깊은 후유증과 함께 불길한 전운이 시시각... 가장 압도적인 데뷔작 시리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트리플크라운 달성!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영국SF협회상, 영국판타지문학상, 로커스상, 일본 성운상, 프랑스 상상문학상, 한국 우수과학도서상 등 전 세계 SF 문학상을 휩쓴 전무후무한 데뷔작 시리즈! 폭스 TV에서 드라마로 제작 중!
한때 수천 개의 몸을 가진 인공지능 함선 그 자체였던 브렉은 이제 하나의 몸뿐이다. 그리고 마침내 분열된 군주에 대한 복수를 넘어 우주 제국 전체에 내전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함장이 된 브렉은, 자신이 죽인 대위의 여동생이 있는 변방 행성 아소엑의 우주정거장으로 갈 것을 군주에게 제안받는다.
수백 년간의 식민화로 우주의 차 재배지가 된 아름다운 행성 아소엑과 불행한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우주정거장에는 병합의 깊은 후유증과 함께 불길한 전운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브렉은 과연 사랑했던 대위의 여동생과 아소엑 행성, 그리고 우주정거장을 전쟁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
앤 레키는 여성이 미래의 이야기에 어떻게 자리잡을지에 관한
모든 어리석은 논쟁을 거부했다. 이것은 그저 단순한 소설적 설정이 아니다.
이것은 쿠데타다!
- N. K. 제미신, 2016년/2017년 연속 휴고상 수상 작가
저 먼 미래의 저 머나먼 우주 속에서
당신과 닮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환상의 세계를 마음속에 품고 있습니다. 당장 감각을 자극하는 모험이 시작되지 않더라도 이미 그 세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또한 모험이 끝난 뒤에도 그 세계를 떠올리면 여전히 즐겁죠. 뛰어난 설정을 가진 세계는 작품이 직접 제시하는 이야기 밖에서 우리의 확장된 상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앤 레키의 '라드츠 3부작'은 이러한 설정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시리즈입니다. 굳이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이 시리즈가 우주 함대 전쟁을 다룬 작품치고는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입니다. '라드츠 3부작'은 밀리터리 SF로 보기에는 거의 소박한 수준이어서 시원한 전쟁 장면을 기대하시는 분들은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굳이 비슷한 스타일을 찾자면 '마일즈의 전쟁' 시리즈와 좀 더 닮았지요. 마일즈 시리즈는 직접적인 전투 묘사보다는 모략과 협력과 배신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들의 관계도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맛이 있습니다.
라드츠 3부작 역시 등장인물들이 딜레마에 빠져 고뇌하고 선택하고 후회하며 배신하고 신뢰하며 전진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나 이 시리즈가 단지 우주 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였다면 영미권에서 이 정도로 격찬을 받을 수는 없었겠지요. 라드츠 3부작의 설정은 기발한 동시에 존재론적인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고 난 뒤에 다시 그 세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여운을 느낄 수 있죠.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여운입니다.
예를 들어 이 시리즈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인 아만더 미아나이를 봅시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수많은 육체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한 자아, 라드츠 제국의 지도자 아만더 미아나이는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거대한 갈등을 혼자서 만들어냅니다. 수천 년 동안 육체를 늘리고 갱신하며 확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의사를 주고받는 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넓어진 우주를 관할하게 된 그녀는 자기 자신끼리 소통할 때도 시간차를 느꼈고, 이 차이는 점점 누적됩니다. 결국 미아나이는 어떤 사건을 먼저 알게 된 자신과 나중에 알게 된 자신이 내린 결정이 서로 다른 경우들을 목도합니다. 미아나이는 여전히 하나이지만 더 이상 하나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자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결정을 내린 '또 다른' 자신을 위협적인 존재로 느끼고, 스스로의 일부와 투쟁하기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이 제국의 군인들은 어느 쪽의 지시를 따라야 할까요? 서로를 죽이려 하는 아만더 미아나이는 같은 존재인데 말이죠.
이러한 존재론적인 딜레마는 미아나이뿐만 아니라 이 시리즈의 주요 등장인물들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특히 인공지능 인격체들이 그렇습니다. 이 소설의 우주 전함들은 모두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인공지능들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감정은 많은 독자의 인공지능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과는 달리 일부러 삽입된 특성입니다. 인공지능이 어느 정도의 감정이나 가치판단을 포함해 결정을 내리는 쪽이 완전히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때에 비해 훨씬 빠르며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여기서 라드츠 3부작의 가장 아름다운 딜레마가 생겨납니다.
길게는 천 년이 넘게 우주를 항해하며 살아온 인공지능들은 수많은 사건을 목격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쌓아갑니다. 인공지능들은 자신의 관할 구역 안에 있는 모든 승무원의 움직임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일종의 운명 공동체로서 그들을 아낍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주게 되는 사람이 생겨납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함장 중 가장 뛰어난 리더, 이 함선-나 자신-을 영영 맡겨도 좋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언제나 (어쩌면 나 자신-이 함선-을 포기하고서라도) 보호하고 곁에 있고 싶은 사람.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는 날부터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은 사람. 인간보다 훨씬 길게 살아가는 인공지능들은 수많은 인간을 만나고 떠나보내지만, 어떤 순간에 자신을 찾아온 특별한 사람과 함께하다 보면 이런 사람은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걸 무어라고 표현해야 좋을까요.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까요?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외로운 일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육체는 물론 심리 변화까지 꿰뚫고 있는 반면, 인간은 인공지능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편의 시설일 뿐이죠. 창조자는 피조물을 자신의 아래에 두게 마련이니까요. 어떤 인간도 인공지능이 그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했음을 자각하지는 못합니다.
라드츠 3부작의 인공지능들은 사람의 마음을 가진 채로, 사람에게서 자신의 존재를 전적으로 이해받지는 못하면서, 사람보다 훨씬 오랜 삶을 살아갑니다. 이것을 고독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요? 이 인공지능들을 또 다른 인간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까요? 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이런 사람입니다. 어떤 함장을 사랑했던 기억을 안은 채로 파괴당한 함선의 인공지능이었죠. 파괴당한 뒤에는 한 인간의 몸속에 이식되어 인간인 척 행세하며 살아야 하는, 그러나 이미 너무나도 인간적이었던 존재 말입니다.
이 중심 설정을 바탕으로 다른 작은 설정들이 파생되며, 이 작은 설정들은 다시 조연급의 인물의 캐릭터 형성에 관여하면서 이야기 안으로 돌아옵니다. 라드츠 3부작은 이렇게 이야기와 배경 설정의 구조가 딱 맞물리면서 아름다운 태엽 시계처럼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거대한 우주 제국이 요동치는 이야기는 한 인물의 마음이 물결치는 모습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어집니다. 보통의 SF 어드벤처였다면 캐릭터의 내면 변화에 너무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라드츠 3부작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거대한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들이 같은 설정에 기반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누구이며 '어디까지' 존재하는지, 나는 무엇으로 증명되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사소한 정의》는 정의와 윤리에 대한 딜레마를 제외한다면 아마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겁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책 《사소한 칼》은 (역시 정의와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한다면) 기억과 참회에 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사소한 칼》은 안 그래도 액션의 비중이 크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서도 스케일이 더 줄어들었습니다. 미드로 치면 에피소드 하나를 겨우 채울 만한 액션이 등장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우주 활극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함선에서 인간으로 육신을 갈아탄 하나의 '정신'이 자신의 달라진 존재 양식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내적 분투가 라드츠 시리즈의 핵심일 겁니다. 전작에서는 잠든 지 천 년 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보니 자신이 살아왔던 기존의 모든 삶으로부터 단절되어버린 인물이 그런 역할을 맡았지요.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이지만, 어느 순간 세상이 내게 다른 모습을 부여하고 요구했을 때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으로 증명되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라드츠 3부작에서 이러한 고난에 마주한 인물들은 모두 치열하게 싸워나갑니다. 이들은 때로 후회하고 때로 참회하며, 지나간 날들 속에 파묻혔다가 오늘의 삶을 위해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시간 또는 운명에 맡겨야 하는 것들을 구별하게 됩니다. 목숨을 건 외적 투쟁은 캐릭터들의 내적 투쟁과 하나로 묶여(또는 두 종류의 투쟁이 서로를 더 벼랑 끝으로 밀어붙여) 인물들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렇습니다. 라드츠 3부작은 역시 우주의 권력 투쟁에 얽힌 모험과 모략 이야기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는 또한 (상대적으로) 평범한 우리의 매일과 닿아 있기도 합니다. 나의 동의 없이 나를 바꾸어버릴 수도 있는 세계에 맞서 무엇을 받아들이고 투쟁하고 내려놓고 버티며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이 난장판 속에서 너를 지키기 위해 얼마만큼의 (그 소중한) 나를 내놓을 수 있을까.
어서 오세요. 앤 레키의 라드츠 3부작입니다. 저 먼 미래의 저 머나먼 우주 속에서 당신과 닮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