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이루어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지만 그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여성혐오의 물결 또한 거세다. 이러한 백래시 속에서 캠퍼스 페미니즘 역시 급격한 후퇴 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 소재 49개 대학 중 25개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소멸되었다. 주로 여대에 개설되어 있던 여성학 학부 과정마저 폐지 또는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춘천의 한 대학에서, 교양과목도 아닌 전공수업으로, 그것도 남성 교수자에 의해, 무려 20년간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혐오와 대립, 갈등과 대결의 물결 속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페미니즘 담론을 나눠온 이 특별한 수업은 지난 2021년, 강의를 이끌었던 장춘익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어 왔다.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은 누군가에게 ‘삶을 바꾼 수업’으로 경험되었던 교육 사례에 대한 기억이자 보고이고, 이야기이자 이론적 해석이며, 그에 대한 집단적 대화이자 비평으로서 그의 제자들과 동료, 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집필된 어느 교육혁명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이 책은 갑작스러운 스승의 ‘부재’로 인해 그가 선사한 교육관계의 경험이 다시 각자의 내면에 ‘현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삶의 궤적을 결정지었으나 이제는 흩어진 과거의 순간들과 여성주의적 전환적 인식의 시간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 여성주의는 일종의 세계관이다. 여성주의는 정체성의 정치이자, 사회정의이자, 다학제 연구의 핵심적 가치관이자 연구 방법론이며, 당파성의 정치학이자 메타 젠더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여성주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실천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장춘익 선생님의 ‘정확한’ 여성주의 인식은, 그가 자신의 성별과 학제를 초월한 훌륭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광영 (한국사회학회 회장·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여성주의는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을 비판하며, 대안적인 가족과 젠더 관계를 모색하고, 남성 중심 사회체제에 저항하면서 가부장제의 타파 혹은 변형을 추구한다. 남성 교수가 남성 기득권의 포기를 전제로 하는 여성주의를 강의한다는 것 자체가 실천적인 차원에서 대학에서 이루어진 교육혁명이다.
김은희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여성주의철학) : 장춘익 선생님의 <여성주의철학>은 우리 사회의 사회정의 담론이 노동과 경제 계급 중심의 평등 담론에서 이제는 여성 및 환경 문제로 선회해야 한다는 통찰로부터 비롯되었다. 교수자의 존중과 관심 속에서, 성차별과 권력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평등하고 개방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비판적 자기인식과 규범의 전환을 이루어내었다. 일종의 고고학적 역사학적 탐구의 호기심과 인내심으로 이 놀라운 강의실의 존재를 증명해낸 ‘장춘익교육실천연구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최근작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한양대 독문과 교수. 동대학 전 양성평등센터장. 독일미학, 현대독일문학 외 독일과 유럽의 기억문화 및 역사적 트라우마 연구, 젠더이론과 문화적 상징화 연구에 관심이 있다. 관련된 다수의 연구물과 역서 『저항의 미학 1권』, 『파편화한 전쟁』(공역), 『젠더연 구』(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큰글자도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총 111종 (모두보기) 소개 :여성학 연구자. 서평가. 월간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다학제적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전 5권), 《페미니즘의 도전》,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정희진처럼 읽기》,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누구나 그렇듯 자기소개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안목 있는 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군 ‘위안부’ 문제를 계속 공부하는 연구자,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자원으로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희망하는 사람이고 싶다.”
최근작 :<쿠오바디스 대한민국> ,<성공의 덫에서 벗어나기 2> ,<성공의 덫에서 벗어나기 1> … 총 48종 (모두보기) 소개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불평등, 노동과 복지를 비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스칸디나비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공저), Precarious Asia: Global Capitalism and Work in Japan, South Korea, and Indonesia(공저)(*영어 부분은 이탤릭체로 해주세요...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불평등, 노동과 복지를 비교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스칸디나비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계급과 노동운동의 사회학』,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민주화』,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교육, 젠더와 사회이동』(공저), Precarious Asia: Global Capitalism and Work in Japan, South Korea, and Indonesia(공저)(*영어 부분은 이탤릭체로 해주세요.) 등이 있다.
최근작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소개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는다. 함께 쓴 책으로 『네가 좋은 집에 살면 좋겠어』, 『터박이씨앗, 넌 누구니?』 등이 있다.
최근작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소개 :전북 남원에서 친구들과 지역서점 겸 페미니즘 문화공간 ‘살롱드마고’를 공동운영하면서 젠더교육, 타로상담, 글쓰기 등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저서로 『몸이 말하고 나는 쓴다』가 있다.
최근작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2021년 4월 그의 오랜 학문적 동료인 탁선미(한양대 독문과 교수), 제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인 조한진희(한림대 철학과 1996년 입학)와 나영정(한림대 철학과 1997년 입학), 오랜 동료 철학자인 노성숙(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그리고 2017년 〈여성주의철학〉을 수강한 권율수(한림대 철학과 2015년 입학, 경희대 교육공학 석사과정)가 결성했다. 한림대 철학과 전공과목이었던 장춘익 교수의 〈여성주의철학〉(2000~2020)은 대학 여성주의 교육의 장기간 영향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사례인데, 그의 갑작스런 유고를 맞아 이 특별한 교육 사례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이 연구회 결성의 목적이었다. 광범위한 관련 자료 수집, 수강생 집단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교안 및 교수법 연구, 교육관계의 이론적 해석 및 여성주의 페다고지 관점의 집단 토론회 등 지난 1년, 드라마 같았던 공동작업의 결실인 이 책으로 연구회는 이제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 페미니즘을 말하고자 한다. 보다 보편적인 도덕, 의사소통의 합리성, 타자에 대한 환대의 윤리에 토대를 둔,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여성주의 페다고지의 모델을 장춘익 교수의 특별한 여성주의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연구회는 믿고 있다.
혹독한 백래시 속에서도 20년간 이어져온 ‘기적의 강의실’
故장춘익 교수의 <여성주의철학> 교육혁명에서 다음 세대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보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이루어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즘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지만 그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여성혐오의 물결 또한 거세다. 이러한 백래시 속에서 캠퍼스 페미니즘 역시 급격한 후퇴 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 소재 49개 대학 중 25개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소멸되었다. 주로 여대에 개설되어 있던 여성학 학부 과정마저 폐지 또는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춘천의 한 대학에서, 교양과목도 아닌 전공수업으로, 그것도 남성 교수자에 의해, 무려 20년간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이어져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혐오와 대립, 갈등과 대결의 물결 속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페미니즘 담론을 나눠온 이 특별한 수업은 지난 2021년, 강의를 이끌었던 장춘익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어 왔다. 『삶을 바꾼 페미니즘 강의실』은 누군가에게 ‘삶을 바꾼 수업’으로 경험되었던 교육 사례에 대한 기억이자 보고이고, 이야기이자 이론적 해석이며, 그에 대한 집단적 대화이자 비평으로서 그의 제자들과 동료, 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집필된 어느 교육혁명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이 책은 갑작스러운 스승의 ‘부재’로 인해 그가 선사한 교육관계의 경험이 다시 각자의 내면에 ‘현존’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삶의 궤적을 결정지었으나 이제는 흩어진 과거의 순간들과 여성주의적 전환적 인식의 시간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여성주의 페다고지의 모델을 찾아나서다
<여성주의철학> 수업을 이끌어온 장춘익 교수(1959~2021)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의 사회』의 번역을 통해 국내 사회철학과 사회이론 연구에 중요한 기여를 한 학자로, 1992년 한림대 철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래 서양근대철학과 사회정치철학 등을 강의해왔다. 2000년부터 그는 “이론적, 실증적 탐구”를 지향하는 종합학문으로서 여성학 교과과정을 고민했고, “종합학문적 성격을 갖는 여성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제 간 연구”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학부협동전공과정을 염두에 두고 <여성주의철학> 전공교과목을 개설했다.
단순히 여성주의철학에 대한 이론이나 개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토론을 통해 학생과 선생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하며, 그는 학생과 교수자 간의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과 발제 수업을 통해 학생 개인의 젠더의식을 성찰하고 삶을 재해석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해당 수업을 거쳐간 473명 학생들의 삶에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그들의 삶 안팎으로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여성주의철학> 수업의 의미와 그 수업이 지향하고자 했던 여성주의 페다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안과 교재, 남겨진 다양한 수업자료들을 토대로 <여성주의철학>의 내용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했고, 수강생 집단 설문조사를 통해 학습자들의 수업 경험을 소환해 ‘성차와 젠더질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계량적으로 확인했다. 또한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여성주의 페다고지에 던지는 시사점을 확인하는 전문가 6인의 비평과 전망을 담았다.
2부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회상을 중심으로 성인이 된 수강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성주의철학> 수업을 수강했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수강생 가운데 각기 다른 인생의 궤적을 밟아간 열 명을 선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수업에 대한 기억과 이 수업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 장춘익 교수와의 교육관계 경험을 각자의 관점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며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그들에게 생애사적 분기점이었음을 확인시켜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소위 영페미니스트 세대에 속한 수강생 4인이 자전적 에세이를 통해 대학시절 장춘익 교수와의 특별한 교육관계 경험과 대안적 사회문화운동의 일부가 된 자신들의 삶을 담백하게, 때론 역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다시, 닫힌 페미니즘 강의실의 문을 열며
이 책을 집필하고 엮은 ‘장춘익교육실천연구회’는 장춘익 교수의 갑작스러운 유고를 맞아 이 특별한 교육 사례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결성되었다. 광범위한 자료 수집과 수강생 집단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교안 및 교수법 연구, 교육관계의 이론적 해석 및 여성주의 페다고지 관점의 집단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여성주의철학> 수업의 의미와 영향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새로운 여성주의 페다고지의 모델을 찾아나서고자 이 과정을 기록하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장춘익 교수는 제도권에 안착한 남성 전임교수로서 그 어떤 외부적 의무와 필요의 조건도 없이 20년간 <여성주의철학>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페미니즘이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과 세계관의 문제라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교수자와 학생들이 상호존중의 관계 안에서 어느 누구도 ‘비난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소통할 수 있었던 페미니즘 강의실. 그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성차에 대한 관습적 편견을 넘어서는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인식의 전환을 이뤄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연구하고 재조명하면서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페미니즘 교육이 단지 하나의 수업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한 사람을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시키고 보다 성숙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본격적인 시민교육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자 한다.
장춘익(1959~2021)
서울대학교와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대학교에서 철학, 사회학, 정치학을 수학했다. 1992년 박사학위 취득 후 한림대학교 철학과에 부임해 서양근대철학과 사회정치철학을 강의했다. 하버마스의 사회이론 연구로 1990년대 국내의 새로운 진보적 학술담론 형성에 중요한 기여를 했으며, 이후 루만의 체계이론 및 기술지배, 커뮤니케이션, 근대국가, 신뢰, 생태, 젠더와 같은 현대사회의 중요한 문제들로 철학적 연구를 확장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한림대 철학과에 〈여성주의철학〉 교과목을 개설해 2020년까지 운영했다. 그가 완료한 위르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 번역과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의 사회』 번역은 국내 사회철학과 사회이 론 연구의 중요한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장춘익 교수는 2010년대 후반 다시 비판적 사회이론에 집중하면서, 자유주의 이론과 사회주의 전통의 이론들의 통합을 추구했다. 이러한 30년의 치열한 철학적 사유는 『비판과 체계–하버마스와 루만』과 『근대성과 계몽–모더니티의 미래』로 집대성되었다. 그 외 저서로는 『하버마스의 사상』(공저), 역서로는 『젠더연구』(공역), 『파편화한 전쟁』(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