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25여 개국에 번역된 작가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소설 『어떻게 지내요』는 누네즈의 최신작으로, 그의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확장해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에게서 연락을 받고, 병문안을 하러 낯선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친구가 불쑥 내민 뜻밖의 제안. 안락사 약을 구했고,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한다.
『어떻게 지내요』는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죽음,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여성의 삶 등 무거운 주제들을 감상적이지도 않게, 가볍지도 않게 다룬다. 책은 그 여정을 함께하는 두 여성의 우정, 유대감,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해주는 모습을 그려내는 동시에 우리를 둘러싼 삶의 미묘한 단면들을 세심하게 포착해낸다. <뉴욕 타임스> ‘비평가들이 꼽은 올해의 책’을 비롯하여 <가디언> <피플> 등 유수 매체에서 올해의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 타인을 평가할 때는 그들이 겪고 있는 고난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말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제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시몬 베유의 말도 함께 기억할 것이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인가요?(Quel est ton tourment?)”라고 묻는 일이라는 것. 이 작품은 저 물음의 소설적 실천이다. 말기 암 환자인 친구가 스스로 삶을 끝내는 일의 곁을 지키는 중인 서술자는 지금 세계의 존재자들이 자신의 고통과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기 시작한다. 지인들, 작품 속 캐릭터, 동물, 심지어 지구 그 자체에게까지.
그렇게 채집한 이야기들-‘웰다잉’에서 ‘기후위기’에 이르는-을 분방한 구조와 리드미컬한 어조로 들려준다. 통찰과 공감이 어우러진 그의 이야기를 딴짓을 해가며 듣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근래 드문 집중력을 발휘해 이 소설을 두 번 연달아 읽었고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이 작가가 쓴 수전 손택 회상기까지 내처 읽었다. 뉴욕 지식인 사회 한복판에서 성장한 작가다운 날카로운 지성이 내가 동경하는 미덕인 ‘다정한 예리함’ 혹은 ‘관대한 명석함’에까지 도달해 있으니 이제 시그리드 누네즈가 쓴 모든 글이 나에게 중요해졌다.
: 누네즈의 이야기는 정말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것을 확장해서 가장 거대한 주제를 탐구한다. 다름 아닌 바로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죽어가는 현실,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다. 아름다움, 우정, 자연, 예술, 이것들이 외로움과 절망을 달래주고 누네즈는 삶과 죽음을 이렇게 파고드는 중에 그 모두를 독자에게 제공한다.
: 삶의 의미, 죽음의 자연스러움, 글쓰기, 우정의 목적. 간결하고 세련되고 직접적인…… 이 소설은 이렇게 수많은 고통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다루면서 또 얼마나 직설적으로 맞서는지 때로 불편하기까지 하다. 건조하게 유머러스하고 무척이나 따뜻하다.
: 팬데믹으로 다들 불안한 시기에 이 책은 현대의 불안감에서 한숨 돌릴 수 있게 해준다. 정서적 일관성과 간결함으로 누네즈는 혼돈 속의 공감을 우아하게 그려낸다. 이는 살아 있다는 것의 스트레스와 고독에 대한 가슴 아픈, 그러면서도 삶을 긍정하는 책이다. 우리가 아는 바의 삶의 따뜻한 초상.
: 주목할 만한 삶과 죽음의 탐구인 시그리드 누네즈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고요한, 거의 명상을 하는 듯한 경험이다. 그래서 더욱 강력하다…… 유머, 그리고 기쁨과 우정의 소소한 순간의 소중함을 계시적으로 깨닫는 고마움으로 비애감이 누그러지는데, 아마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삶이 아닌가 싶다.
: 무심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서 궁극적으로 맹렬한 작품…… 화자가 책에서 영화로, 다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예리한 사고로 재빨리 넘나들며 수없이 독자를 놀래는 이 소설은 그 행위가 대체로 내면적이다. 그와 함께 기꺼이 뜀박질을 할 독자라면 그가 제기하는 도발적 질문에 흥미가 돋을 것이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용인대 영어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십자가 위의 악마》, 《권력의 문제》,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 《대사들》, 《어떻게 지내요》, 《루시》, 《웃음과 비탄의 거래》, 《애니 존》, 《아주 가느다란 명주실로 짜낸》, 《사라진 모든 열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