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저자가 편지를 교환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마르크스 입문서로서,『공산당 선언』『유대인 문제』「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경제학-철학 수고』『독일 이데올로기』까지 마르크스의 대표작 다섯 편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마르크스의 책을 읽곤 했다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이야기처럼, 더 나은 세계로의 변혁을 꿈꾸던 청년 마르크스의 독창적이고 심대한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특유의 재미를 지닌 책이다. ‘선의’와 ‘인간’이 부재한 시대에 길을 잃고 헤매는 청춘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과 따스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마르크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최근작 :<나비를 잡는 아버지 「현덕」> ,<학마을 사람들 「이범선」> ,<만세전 「염상섭」> … 총 109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 인문대학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와 한양대 비교역사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서울대, 강원대, 인하대, 서울시립
대 등 여러 대학과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했다. 동서문학상 평론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고, 현재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국어 실력이 밥 먹여준다』(공저)가 있고, 역서로는 『가난뱅이의 역습』,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정정 가능성의 철학』, 『하루키 씨를 조심하세요』,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어떻게든 되겠지』 등이 있다.
우치다 다쓰루 (지은이)의 말
“마르크스를 읽는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어느 수준에서 자기의 사고가 막혀 있는가, 자신이 얼마나 인습적인 사고 틀에 갇혀 있는가, 이런 점은 뼈가 시리도록 잘 알 수 있어요. 마르크스를 읽고 있으면 스스로의 사고 틀(‘우리’에 비유해도 좋겠지요)이 외부의 충격으로 덜컹 흔들려서 우리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창이 휘어지는 것 같다고 할까요. 우리 벽에 금이 가고 먼지가 풀풀 나면서 철창이 휘어지고 삐걱거려야 비로소 ‘나는 우리 속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법이죠.”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은이)의 말
“제 경우에는 ‘뭔가 신선한 관점이 없을까’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고 마르크스를 읽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찾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보면, 목전의 과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었어요. 말하자면 사물을 대담하게 분석하게 해주는 ‘큰 뜻’이나 ‘용기’를 얻는다는 점이 더욱 중요했지요. 내 나름대로 ‘사로잡힌 우리’에서 빠져나오는 ‘큰 뜻’이나 ‘용기’를 얻었으니까요.”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마르크스에게서 20대의 열정을 배우다』는 두 저자가 편지를 교환하며 마르크스의 핵심 저작『공산당 선언』『유대인 문제』「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경제학-철학 수고』『독일 이데올로기』를 해설하는 책으로 마르크스 사상에 익숙하지 않은 오늘의 젊은 독자들이 마르크스를 좀 더 쉽게 읽도록 안내한다. 이 다섯 저작은 청년 마르크스가 마르크수주의자로 변화해가는 동안 그의 사상이 심화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들이다. 또한 세상을 변혁하려는 의지가 충만한 청년 마르크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두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에 지쳐 있는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용기를 선사한다. 또한 두 저자가 저마다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마르크스 사상을 읽고 있기 때문에 적은 분량임에도 풍부한 마르크스를 접할 수 있는데, 즉 야스히로는 각 저작을 전체적으로 개괄하는 동시에 주요 지점들을 살펴보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반면, 우치다는 꼼꼼하게 텍스트를 살피는 방법 대신 그 내용을 비유적으로 또는 현실 사회의 문제에 적용해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마르크스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두 저자의 서로 다른 이러한 방식은 독자가 마르크스 사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각각 부족한 내용을 보완하도록 해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먼저 이 책의 1장「마르크스 수사학의 결정체,『공산당 선언』」에서는 두 저자가 젊은 시절 마르크스를 처음 접한 순간의 감동과 벅찬 희열에 대해 회고하면서 현재도 마르크스는 새로운 생각이 필요할 때 주저 없이 읽게 되는 사상가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대표 저서인『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의 수사법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매료시키는지를 보여준다는 점 등에서 기존의 마르크스 해설과 는 다른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다음, 2장「청년 마르크스를 만나다,『유대인 문제』「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는 마르크스가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가면서 프롤레타리아트를 발견하고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촉발되는 ‘정치적 해방’과 ‘인간적 해방’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후 3장「인간에 대한 연민, 그 위대한 출발,『경제학-철학 수고』」에서는 마르크스가 엥겔스와 사상적으로 동지가 되면서 그의 이론적 성과를 받아들여 자신의 사상을 더욱 세련되게 만드는 과정이 드러나는데, 특히 이론의 영역이 아닌 현실의 경제적 문제와 직면하면서 ‘소외된 노동’과 ‘유적 존재’라는 개념을 정교화해가는 마르크스의 성장 과정이 소상히 묘사된다. 끝으로 4장「‘마르크스주의’란 무엇인가,『독일 이데올로기』」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마르크스의 출발 지점을 살펴볼 수 있다. 즉, 이 장에서는 ‘사적유물론’의 기본 골격과 함께 프롤레타리아트에 대한 심화된 마르크스의 연구 성과가 보다 자세히 드러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마르크스 사상’이라는 흥미로운 지적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젊은이들이 마르크스를 읽고 세상에 대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좀 더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되는 데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한다. 즉,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마르크스의 광대하고 심원한 안목으로 이 시대 청년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생각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덧붙이자면, 젊은 독자뿐만 아니라 마르크스 사상의 벽을 무겁게 느끼고 마르크스 읽기를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 책의 내용
여전히 유효한 마르크스 사상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논문을 쓰기 전에 반드시 책장에서 마르크스 책을 꺼내 들고 아무 데나 펼쳐서 읽는다고 하네요. (……) 마르크스 책을 펼쳐 놓고 몇 쪽만 읽다 보면 머릿속에서 상쾌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으니까요.” (p. 42)
이 책에 등장하는 레비스트로스의 일화에서와 같이 먼저 저자들 역시 “마르크스를 읽음으로써 지적인 활기를 얻고, 지성을 가두고 있는 ‘우리’의 구조를 깨달으며, 거기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 “마르크스는 현대 경제나 정치, 여성의 지위나 가족, 저출산 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생각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해주지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현재적인 사안에 개입하는 수밖에 없으니까요”라는 이시카와의 말처럼 오늘날에도 마르크스의 사상은 현재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마르크스의 책과 사상을 잘 알지 못하는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마르크스의 사상의 핵심만을 골라 차근차근 설명하는 책으로, 마르크스가 얼마나 중요한 생각들이 많이 했고 그것들이 현재까지도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원저작의 내용과 분량이 막대하며 접근하기 쉽지 않은 텍스트이기 때문에 이 작은 책 하나에 마르크스 사상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들이 생각하기에 요즘 젊은이들이 마르크스를 읽고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사회를 바라보는 보다 진지한 태도나, 마르크스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한 사고의 핵심 등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빛난다. 즉,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만 치우치지 않고 동시대를 엮어내는 현재적인 이야기들이 마르크스 사상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게 녹아들어 독자들이 좀 더 쉽게 마르크스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르크스가 세계를 바라본 태도와 관점, 그와 더불어 저자들이 마르크스를 새롭게 읽고 해석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이 책이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중요하다. 때문에 저자들은 청년들에게 “다시 한 번 마르크스를 손에 들자”고 외치는 것이다.
청년들이여, 성숙한 인간이 되려면 마르크스를 읽어라
“‘청년이란 마르크스를 읽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하나의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청년기에 마르크스를 읽고 나서 천황주의자가 된 사람도, 불교에 심취한 사람도, 자본가로 변신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마르크스를 읽고 나서 마르크스주의자가 된 사람보다 마르크스를 읽고 나서 천황주의자가 된 사람이 이데올로기적인 굴절을 심하게 겪은 만큼, 오히려 더 ‘성숙한 어른답다’고 여겨졌던 것입니다. (……) 일본인은 마르크스를 읽는 습관을 잃고, 그와 동시에 성숙을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 중 하나를 상실했어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인간적 성숙을 위한 훈련의 기회를 잃어버린 일본인은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미숙한 국민이 되었습니다.” (pp. 8~11)
마르크스의 사상에서는 지적인 힘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회에서 성숙한 존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관용적이고 슬기로운 태도와 관점을 배울 수 있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쓴 가장 큰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젊은이들이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알고 나면 좀 더 유연하고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이런 태도가 가능할 때 젊은이들이 속한 사회가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때 열렬히 마르크스를 읽었던, 이제는 나이가 들어 다음 세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위치에 선 두 저자는 앞으로 세상을 이끌 청년들이 그런 힘을 기르기 위해서 마르크스를 읽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저자들의 이런 조언은 일본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돈을 갖는 것,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 호화로운 집에 사는 것, 비싼 옷을 입는 것”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능력이 있는 인간이 높은 품격을 인정받고, 무능한 인간이 경멸당하거나 모욕을 받는 것을 매우 적절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게다가 이를 사회적인 정의fairness라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오피니언 리더가 된” 것은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도된 가치를 뒤집어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를 것을 제안하는 두 저자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세상을 변혁하려는 두 젊은이의 패기 넘치는 여정
마르크스가 그의 지적 동반자 엥겔스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들은 학문의 길을 동행하게 되고 서로의 지적 성장 과정에 영향을 주고받게 되며 사상적으로 성숙해진다. 이들은 함께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변혁하려는 의지 하나로 의기투합했고 그 의지를 그들의 학문과 사상을 발전시키는 데 쏟아부었다. 이 책은 그 학문적 결실뿐만 아니라 세상과 인간에 대한 그들의 뜨거운 열정까지도 세심히 전해준다.
저자들이 무엇보다 이들의 사상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점은 사회 체제나 역사를 통째로 파악하고자 하는 대담하고 통이 큰 정신”이었다. 특히『공산당 선언』에는 “마르크스의 넓은 시야와 문제를 설정하는 대담한 정신”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글을 쓸 당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나이는 겨우 29세와 27세에 불과했다. 물론 이 글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충분히 가다듬어지기 전에 쓰였기 때문에 부족한 점들이 있지만 “세계를 획득한다는 거대한 목표”를 내세우는 두 젊은이의 정신만큼은 충분히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특히 이러한 목표를 위해 이들이 내세우는 구체적 실천의 방법이 ‘단결’이라는 몸짓이었다고 해석하는 저자들의 시각 이 참신하다. “참된 혁명의 선언은 ‘미움’이나 ‘파괴’를 부추기는 말이 아니라 ‘우애’를 담은 말”이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마르크스는 19~20세기에 출현한 무수한 혁명가들보다 탁월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또 우치다는 “마르크스를 읽음으로써 지적인 활기를 얻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마르크스는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지만 마르크스를 읽으면 스스로의 문제를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와 같은 표현에 집약된 ‘명령과 당위’의 수사법이 마르크스의 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새로운 사실 역시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을 선사하는 대목이다.
청년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마르크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공산당 선언』『유대인 문제』「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경제학-철학 수고』『독일 이데올로기』에서는 젊은 시절 마르크스의 사상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마르크스가 출발하는 시점까지, 초기 마르크스의 사상이 점차 발전해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공산당 선언』은 “혁명의 지침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쓴” 당의 강령으로, “마르크스의 혁명론을 간결하고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우치다는 이 책을 마르크스 수사학의 결정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마르크스의 “겁쟁이를 일으켜 세우는 힘찬 구호와 외침”에서 특히 그러한 힘이 느껴진다.
또 마르크스 스스로 “나는 처음으로 이른바 물질적인 이해관계에 대해 발언하지 않을 수 없어 곤란에 빠졌다. 이런 일이 내가 경제 관계에 매달리게 된 최초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는『경제학-철학 수고』를 쓸 시점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스의 사상의 기원을 이 저서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사상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어느 해, 몇 월 며칠부터 ‘자, 이날부터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주의자입니다’ 하고 두부 모 자르듯 경계선을 그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후 “‘마르크스주의’ 혹은 ‘과학적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마르크스의 특유한 사상 체계가 명확히 형성되는 도정에서 최초의 현장이 된 것은『독일 이데올로기』였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언급되는『독일 이데올로기』는 또한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마르크스의 사상이 시작되는 시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저작이다.
프롤레타리아트의 발견
「헤겔 법철학 비판 서문」에서 제시된 주요한 점은 프롤레타리아트(노동자 계급)가 인간적 해방을 달성할 현실적인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독일의 사회 개혁과 인간적인 해방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론적 성숙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의하면 “프롤레타리아론은 마르크스의 사회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간과 관련된 테제”이다.
그러나 우치다는 이 ‘프롤레타리아론’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데, 그 이유는 이론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윤리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에게 모든 권리를!”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증여’의 의미이므로 자신이 프롤레타리아가 아닌 입장에서 타 계급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윤리성에 문제가 없지만 프롤레타리아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독특한 관점은 흥미롭다. 마르크스 이론이 모두 다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짚어야 할 지점을 짚고 비판할 지점은 비판하고 있으며, 저자들 저마다의 관점으로 마르크스 사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노동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노동
“‘소외된 노동’에 대해 쓸 때 마르크스의 어조는 썩 뜨겁습니다. (……) 마르크스가 실감한 감정의 밑바닥에는 동시대의 노동자들이 처한 말할 수 없이 비참한 노동 상황에 분노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러한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를 당장 구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초조감과 사명감이 깔려 있었겠지요.” (p. 144)
“자기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은 사회적이지 않고 사회적이지 않은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다고 마르크스는 말하고 있다. (……) 유적 존재, 즉 뛰어난 사회적인 인간에게는 개인의 눈으로 보는 것이 사회적으로(즉 타자들과 함께) 보는 것이고, 개인의 귀로 듣는 소리는 타자들과 함께 듣는 음이며, 개인의 손가락으로 만진 것은 타자들과 함께 만진 것이 된다는 말이지요.” (pp. 155~156)
『경제학-철학 수고』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은 ‘소외된 노동’과 ‘유적 존재’이다. 마르크스에게 ‘소외’란 “유럽 자본주의의 부흥기였던 19세기 중반의 실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어였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짐작한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당시의 현실은 “노동자가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면 일할수록 자신의 반대편에 만들어내는 소원한 대상적 세계는 그만큼 강대해지고, 그 자신, 즉 그의 내적 세계는 한층 고달파지며 그에 속한 것은 더욱 가난해”지는 것이었다. 이런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마르크스의 학문적인 개념화는 그가《라인신문》에서 일하는 동안 경제적인 문제와 직접 마주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이렇듯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경제학 연구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마르크스의 학문적 경로를 눈으로 직접 따라가며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책만이 가진 또 다른 강점이라 할 만하다.
위기의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마르크스는 사상적으로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그의 세계를 품는 담대한 정신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 그 자체야말로 시련의 시기를 보내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청년이여, 다시 한 번 마르크스를 읽자!”고 외치는 두 저자의 목소리에 쫑긋 귀를 세우게 됨은 아마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