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여성 작가 9인의 테마 소설집. 우리 안에 걸쳐져 있는 욕망으로서의 '서울', 우리의 내부이기도 하고 외부이기도 한 '서울', 무어라 규정하기 힘든 삶의 풍경이자 실재로서의 '서울'이 스스로를 불가피하게 누설하고 발설하는 순간을 찾아 제각각의 흥미로운 소설적 탐사를 펼쳐보인다.
진입을 거부하는 완강한 도시로 서울의 숨은 모습을 드러낸 편혜영의 '크림색 소파의 방', 서울 변두리 재개발 구역의 낡은 연립주택에서 소음과 먼지에 지쳐가고, 이윽고는 스멀스멀 집안을 점령하는 벌레들의 습격에 서서히 신혼의 꿈을 잃고 무너져가는 젊은 부부 이야기를 담은 김애란의 '벌레들' 등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이혜경의 '북촌'에서는 북촌을, 김숨의 '내 비밀스런 이웃들'은 망원동 다세대주택을, 권여선의 '빈 찻잔 놓기'는 한강변 오피스텔을, 강영숙의 '죽음의 도로'에서는 강북강변도로를 배경으로 한다. 또한 이신조의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에서는 한강 밤섬을, 윤성희의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는 사라진 육교 자리를 배경으로 각기 작가들 특유의 개성적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서울이야기를 들려준다.
북촌--이혜경 7
1968년의 만우절--하성란 35
빈 찻잔 놓기--권여선 65
내 비밀스런 이웃들--김숨 99
죽음의 도로--강영숙 129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은--이신조 155
소년은 담 위를 거닐고--윤성희 183
크림색 소파의 방--편혜영 209
벌레들--김애란 235
: 천만 명이 살고 있는 서울은 한국 작가들에게 감수성과 사유와 영감의 거대한 학교이다. 요즘 한국문단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소설가 아홉 명이 이 학교에 출석했다. 누구는 서울이라는 감옥의 수인으로서 누구는 서울이라는 고아원의 원아로서. 또 서울이라는 셋집의 지하생활자도 있고 서울이라는 성곽 밖 진입로의 가족, 서울이라는 극장의 연인, 서울이라는 위태롭고 아름다운 도로의 울보 운전자도 보인다. 그들은 우리가 어느 날 무심코 바라본 거울 속 내 얼굴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의 삶의 낯섦과 무자비함을 포착한다. 어디선가 밑도 끝도 없이 ‘조심해!’ 라는 노파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오래전부터 나는 파트릭 모디아노가 파리를, 오르한 파묵이 이스탄불을, 카를로스 사폰이 바르셀로나를 그리듯 서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세련된 소설집이 나왔으니 필요 없게 되었다. 우리가 서울과의 애증을 어떻게 변형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도시의 일상이 어떻게 소설이 되는지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 은희경 (소설가)
: 서울은 오래된 도시의 익숙함과 정신없이 변하는 대도시의 낯설음이 공존하는 도시이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또한 절망의 도시이기도 하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도 많지만,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은 여러 가지 대조적인 성질들이 공존하고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여서 버무려진 거대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울은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든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서울을 배경으로 한 『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라는 제목의 테마소설집으로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여성작가 9인의 작품들이다. 서울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한강을 비롯해 북촌, 망원동, 남산, 강남, 성북동, 강북강변도로, 밤섬 등이 배경인 9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 있으며, 각 단편소설 머리부분에는 작가들이 서울에 대한 자신들의 단상을 적어 놓았는데, 이것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 『거기, 당신?』, 『감기』, 『웃는 동안』, 『베개를 베다』, 『날마다 만우절』, 장편소설 『구경꾼들』, 『상냥한 사람』, 중편소설 『첫 문장』 등이 있으며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일보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최민식 공저)과 산문집 『왈왈』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수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8년 『현대문학』신인추천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 『새로운 천사』 『감각의 시절』, 장편소설 『기대어 앉은 오후』 『가상도시백서』 『29세 라운지』 『우선권은 밤에게』 『크리에이터』가 있다.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세계의문학》에 「우리들의 떨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집 앞』 『꽃그늘 아래』 『틈새』 『너 없는 그 자리』, 장편소설 『길 위의 집』 『저녁이 깊다』 『기억의 습지』, 산문집 『그냥 걷다가, 문득』 등이 있다.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8월의 식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아령 하는 밤》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회색문헌》 《두고 온 것》, 장편소설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 X》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장편소설 『철』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떠도는 땅』 『듣기 시간』 『제비심장』 『잃어버린 사람』 『오키나와 스파이』 등을 냈다.
2023년 최인호청년문화상, 2022년 오영수문학상, 2017년 동인문학상, 2016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3년 이상문학상, 2013년 한무숙문학상, 2011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0년 김유정문학상, 2009년 신동엽문학상, 2008년 이효석문학상, 2005년 한국일보문학상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어쩌면 스무 번』,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젊은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김유정문학상,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편혜영 (지은이)의 말
(…) 이내 서울이 그리워졌고 돌아오면 안도했다. 서울이 전적으로 태평하고 무사한 도시여서가 아니었다. 대개의 삶이 그렇듯, 그런 날은 일부에 불과했다. 안도감이나 그리움은 서울을 벗어나 있을 때에나 가능했다. 서울은 불안하고 초조하고 어수선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 도시를 영영 떠날 꿈을 꾸어본 적이 없다. 서울은 나와 가장 닮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