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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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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소설선이다. 2017년 8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소설이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은 총 열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은 모두 다른 열두 명의 서술자가 등장하여 방화 사건의 원인에 대해 추리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흡사 한 명 한 명 조사실로 불려와 ‘자백’을 받아 내는 듯한 과정을 통해 화재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만, 이 소설의 미스터리는 방화를 누가 일으켰는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님을 만난 이후 새 삶을 살게 되었다 간증하는 최근직 장로가 과연 하나님을 만난 것인지? 신실한 목사였던 최요한은 정말 신심 다해 목회를 수행했는지? 마지막 순간 목사에게 훈계를 들은 그 아이는 과연 누구인지? 작가는 소설 곳곳에 이면의 미스터리를 숨겨놓고 하나하나 답을 풀어나간다. 어느 한 군데 꼬이거나 막힘이 없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기호의 이번 소설은 그 진실이 하나하나 드러나며 갑작스런 그 진실 앞에 독자를 서게 한다. 절대신에 대한 믿음을 뒤로하고 스스로가 살기 위해 하나님 뒤로 숨어버린 최근직 장로와 최요한 목사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의 욕망의 그 실체는 무엇인지, 끝이 향한 곳은 어디인지 자문하게 한다. 1. 백승호(18세, 목양고등학교 2학년) 009
: 이기호는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욥기 43장』을 세 가지 문장으로 쓰고 있다.
하나는 목양교회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조사하는 법의 문장이다. 그다음은 자식을 두 번씩이나 사고로 소실燒失한 우리 시대의 ‘욥’, 최근직 장로의 고통스러운 삶을 회개와 간증의 방식으로 그리는 종교의 문장이다. 마지막은 신들린 성우처럼 법과 종교의 각기 다른 목소리를 마구 오가며 이야기를 더빙하는 소설의 문장이다. 하나님마저 취조실로 끌고 오는 발칙한 상상을 통해 최근직 장로가 30여 년 전에, 그래서 과거의 욥이, 조우한 거룩한 신의 모습은 인간적인 방식으로 부정되고, 해체된다. 종교는 영혼의 문장을 통해 오랫동안 초월적 진리를 설파하였다. 법은 국가(공동체)의 문장을 통해 개별적인 인간들을 조율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소설가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인간의 문장을 통해 종교의 방식으로도, 법의 판결로도 기술할 수 없는 비루한 삶의 민낯을 바라볼 만한 것으로 그려낸다. 이기호의 소설을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그가 사용하는 인간의 문장에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9월 8일자 - 경향신문 2018년 9월 7일자 '책과 삶' - 한국일보 2018년 9월 7일자 - 한겨레 신문 2018년 9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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