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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생활자>와 <생활여행자>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유성용이, 이번에는 2년 4개월 동안 스쿠터에 단봇짐을 싣고 전국의 다방을 여행했다. 하필이면 배울 것도 별로 없고, 커피도 맛없는 다방을 왜 이정표로 삼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그저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갔을 뿐이라고 한다.

전국 다방의 커피 맛은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저자는 그 맛을 되도록 이야기가 있는 어떤 맛으로 느껴보고자 했다. 이 책은 그 의도를 묵묵히 이행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여행기보다도 담담하게, 만나고 스치고 흘러간 것들에 대한 기억을 옮긴다. 그리하여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그대로인 것'들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딸기다방, 초양다방, 서부다방, 희다방, 강변다방, 은파다방, 묘향다방, 오우다방… 저자는 잊혀져도 여직 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의 안부를 묻는다. 여행과 생활의 접경에서 살아가는 '여행생활자'의 감성은, 잘 알려진 신파처럼 오히려 막연하게 잊혀져가고 있는 다방 안의 풍경과, 사라지는 것들 그 너머에 존재하는 생의 비애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 오래된 다방의 추억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6월 25일자
 - 동아일보 2011년 6월 25일자


유성용 (지은이)의 말
텅 비어 버렸다. 그래서 꽤 오래 나는 저절로 살아져버렸다. 누구는 나를 보고 속세의 어여쁜 액세서리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소외된 인간이다. ‘여행생활자’란 말을 만들어낸 나는 여행을 많이 하고 다녔고 이리저리 베이고 굴러다녔다. 그러다 어느 읍내의 쓸쓸한 밤거리에서 ‘달방환영’이라는 네 글자가 반짝이는 간판들을 보았다. 월세 손님도 환영한다는 글자들이었겠지만 나는 마치 달 위에 놓인 방의 환영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어 가끔씩만 그런 여관방에서 잘 수 있었다. 대신 나는 땅콩만 한 스쿠터를 타고 바람처럼 전국의 다방을 싸돌아다녔다. 아니 어쩌면 바람이 아니고 바람에 쓸려 다니는 검은 비닐봉지 같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얼굴에는 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다녔다. 그러다 아무 다방에나 들러 말끔하게 세수를 하고는 ‘나는 세상에서 꽤 가치 있는 인간이야’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그대들과 마주 앉아 심심하게 커피를 마셨다. 간혹 정답기도 했다. 뒤돌아보면 사라지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