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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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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작가 최인석의 아홉 번째 장편소설. 철저한 욕망의 논리로 움직이는 세상에 절망하며 사회에 이익이 되는 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려는 남자와,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그 세계의 권력자들에게 성상납을 하며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물거품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려는 여자의 위태로우면서도 끝내 훼손되지 않은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해커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준성. 준성에게 세상은 '괴물'이며 사람들은 덧없는 환영에 사로잡힌 노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끄고 싶다. 세상에 반발하고 싶지도, 그 안에 복속되고 싶지도 않다. 그런 그가 한 여자를 만난다. 이름 없는 패션모델이자 배우의 꿈을 안고 있는 진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준성은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욕망에 사로잡힌 여자, 진이. 준성은 그녀를 사랑하지만 '괴물'의 성장에 일익을 하는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괴롭기만 하다.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만큼 그녀도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준성은 끝내 그녀를 버리지 못한다. 그녀의 죄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죄는 이 괴물 같은 세상에 있다. 환상적.신화적 요소를 참담한 현실과 절묘하게 버무려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던 최인석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환상성을 배제한 순수 리얼리즘을 선택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작가는 작품 전체를 통해 이 시대는 '환상'을 사고파는 시대이며, 우리 모두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모른 채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가 조장하는 욕망이라는 '마술'에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1부 : 내면화된 천민자본주와 사랑의 생리를 파고드는 최인석의 문체는 날카롭고 매혹적이다. 그것은, 그녀의 몸과 생리에 스며들어 그녀의 존재를 제멋대로 농락하는 비열한 욕망의 촉수들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그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절망의 심연을 깊이 들여다보는 그의 속 깊은 감수성과 맞닿아 있다. 그녀의 몸을 숙주로 삼은 소비문화의 화려한 이미지들과 그것들의 통로를 끊임없이 교란하는 ‘디지털 시인’의 의식이 때로는 쓰리게 맞부딪히고, 때로는 소리 없이 교신하며 칠흑 같은 밤하늘에 푸르스름한, 그러나 눈부신 홀로그램을 띄운다. 거울들의 감옥에서 벗어나 어둠 속에 웅크린 그녀의 몸과 마음에 순수 감각이 조금씩 움트고, 오랜 기다림과 침묵의 교신 끝에 훼손될 수 없는 사랑이 다시 피어오른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11월 5일자 - 동아일보 2010년 11월 6일자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0년 1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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