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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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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장어 스튜'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동인문학상의 영광까지 거머쥐었던 작가 권지예의 장편소설. 이 작품은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경계를 아우르며, 권지예 작가만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문체로 인간의 본성과 사랑의 내면에 엉킨 실타래처럼 숨겨져 있는 선과 악을 조심스럽게 들춰내고 있다.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여자 서인과 사랑에 대한 진심만을 믿어주길 바라는 남자 선우. 그러나 모든 것을 대화로 풀고 서로를 알아나가면서 이해하기에는 각자 자신 안에 숨겨둔, 숨기고 싶은 상처가 너무 많다. 그리고 서로를 잃고 싶지 않은 절박함이 너무 크다. 서로의 아픔을 감싸고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며 하나가 되고 싶은 두 남녀의 사랑은 그러나 그 안에 감춰진 진실과 거짓말, 욕망의 변주로 추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 작가 권지예는 어둠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두 개, 아니 그 이상의 핍홀들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이 연애.추리.심리적 성격들을 다채롭게 발산하고 있는 것도 다각적으로 작동하는 작가의 시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묻혀버린 과거와 기억의 메커니즘을 심문하는 과정은 위태로워 보일 만큼 날카롭고, 인격의 양면성을 해부하는 과정은 지옥의 문턱에까지 이를 만큼 가혹하다. 그런데 기억의 편린들이 하나의 플롯으로 엮어지면서 운명적 사랑이 움튼 순간이 기적적으로 의식의 표층에 떠오른다. 우리를 그 지점까지 데려가는 작가의 시선은 하나의 광경에 사랑의 보편원리를 새겨넣을 만큼 섬세하고 치밀하다. : 첫 눈 마주침? 운명적인 사랑?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렇고 그런 권태로운 우리의 일상? 소설의 중반부에 도달하기까지는 그 어떤 섣부른 예측도 하지 말기 바란다. 기괴하기까지 한 콜라주 같은 이 이야기는 낮의 또 다른 밤 이야기이며 밤의 또 다른 낮 이야기이다. 다채로운 기법들은 이질적이되 너무도 자연스러워 재봉선마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새 우리는 시작과는 너무도 다른 이야기 속에 들어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언컨대 <4월의 물고기>는 ‘이야기’에 목말라 하는 독자들에게 주는 작가 권지예의 선물이다. 그는 온 마음으로 독자들을 위해 <4월의 물고기>를 썼을 것이다. 한번 잡은 책은 쉽게 놓을 수 없었고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1월 15일자 - 동아일보 2010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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