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작품 『먼 곳에서』가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단숨에 미국 문단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젊은 거장 에르난 디아스. 그가 두번째 장편소설 『트러스트』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1920년대 월 스트리트를 주요 배경으로 한 『트러스트』는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경제, 금융, 돈, 권력, 계급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
‘트러스트’라는 제목이 신뢰와 믿음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기업합동이라는 경제적 개념을 의미하듯, 이 소설 또한 여러 영역의 ‘트러스트’를 모두 탐구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텍스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어떤 내러티브를 믿을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의 결혼생활을 통해 부부 사이의 신뢰를 이야기하며, 인간사 전체에서 신뢰와 배신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러는 한편으로 작가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함을 가졌지만 동시에 비실재적이고 허구적인 존재로서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20세기 초 주식시장과 금융계를 사실적으로 그리며 월 스트리트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의 특성과 그 추상적인 구조를 파헤치고, 부와 권력이라는 신화의 허상을 우리 앞에 낱낱이 드러낸다. 그리고 자본주의, 금융, 권력, 계급과 같은,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도 여전히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 여기 퍼즐처럼 연결된 네 개의 이야기가 있다. 소설 속의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이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화자의 욕망에 따라 때로는 진실을 때로는 거짓을 담보한다. 나는 규칙에 따라 퍼즐을 맞추듯 소설을 읽었다. 절대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으나 각각의 이야기에 걸려 넘어졌으며 마지막에는 내가 읽은 모든 것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트러스트』는 광란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 미국의 금융시장과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부와 성공이라는 신화, 돈과 사랑이라는 허상, 그리고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 작가 에르난 디아스는 우아한 춤을 추듯 그 사이를 빠져나가며 우리에게 무엇을 믿느냐고 되묻는다. 지독히 현실적이면서 놀라울 만큼 환상적인 소설이다.
: 라쇼몽식 서사는 이제 익숙한가? 이 소설을 읽으면 달리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다층 서술을 종횡으로 구사하여 먼저 외로웠던 한 인물의 초상을 보이고,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각종 ‘트러스트’들을 살핀다. 내러티브에 대한 믿음, 가족과 연인 사이의 신뢰, 고용주의 신임, 신탁 재산, 1929년 월 스트리트 대폭락을 불러온 제도, 금융이라는 추상적인 구조에 대한 신용까지. 진실은 우리의 믿음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밖에 놓인 것일까. 믿음 그 자체가 현실이라면, 믿음을 조정하고 구부리는 일에 나서야 하는가, 혹은 막아야 하는가. 깊고 지적인 질문을 매끄러운 이야기에 담아낸 솜씨에 찬사를 보낸다.
: 에르난 디아스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전능하면서도 비실재적 물질로서 돈이 얼마나 이상한 존재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의 소설 『트러스트』는 경이와 지식과 미스터리로 반짝인다. 플롯은 아르 데코 기하학처럼 날카롭고 초현실적인 반면 그 구조 안에는 지독하게도 현실적인 인물들이 존재한다. 아주 고전적이면서 아주 독창적이며, 발자크와 보르헤스가 모두 자랑스러워할 만한 소설.
: 과거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돈, 권력, 계급, 부부 사이의 그리고 부모 자식 간 관계, 인간사에서 신뢰와 배신이 맡고 있는 역할. 선택한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전개는 매우 통찰력 있다. 영리하게 구성되고 놀라움이 풍부한 이 훌륭한 소설은 아름답게 구성된 모든 페이지에 진지한 아이디어와 진지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 멋진 퍼즐 같은 이 소설은 계속해서 시점을 바꿔가며 20세기 초 어느 가문이 소유했던 대단한 부의 시작에 대해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훌륭하고 인상적인 재능으로 써내려간 소설로 페이지마다 긴장감이 넘쳐나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에르난 디아스는 다시 한번 미국의 신화를 해체하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거짓말에 대해 곱씹게 해주었다.
: 이 작품에서 확실한 것은 오직 작가 디아스의 탁월함, 그리고 꼭 읽어야 하는 이 책의 가치다. 우아하면서도 유혹적인 퍼즐 같은 이 소설은 단순히 역사와 전기가 쓰인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결말에 가면 독자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화자는 디아스뿐이다.
: 자본주의, 계급, 탐욕, 그리고 돈의 의미를 예리하게 해체하는 동시에,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눈부신 성취를 이루어냈다. 놀라움이 가득하고 황홀하면서 시의성 있는 소설. 꼼꼼한 자료 조사와 흥미진진한 내러티브, 이야기를 펼쳐나간 작가의 독특하고 뛰어난 방식 덕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소설이 탄생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트러스트』 『그후의 삶』 『타이탄의 세이렌』 『토피카 스쿨』 『올드 스쿨』 『이 소년의 삶』 『밤의 동물원』 『일곱 건의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 1, 2』 『워터 댄서』 『프로젝트 헤일메리』 『레스』, 해리 포터 시리즈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