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어, 버나뎃』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마리아 셈플의 신작 장편소설. 과거 잘나가는 TV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일하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는 수부외과의사인 남편 조, 초등학생 아들 팀비와 고만고만한 일상을 살아가는 엘리너 플러드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엘리너는 어제와 다른 하루를 살겠다고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현재에 충실할 것이고, 남편 조와의 섹스를 주도할 것이고, 아들 팀비와 보드게임을 할 것이고, 요가복은 요가 시간에만 입고 제대로 된 옷을 챙겨 입을 것이다(물론 오늘은 진짜로 요가를 하러 갈 것이다).
팀비를 학교에 내려주고, 출산 이후 자꾸만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듣기 시작한 시 수업에 갔다가, 좀 짜증나는 친구와 점심식사를 할 계획이다. 문제가 생길 여지가 전혀 없는 평범한 날을 앞둔 오늘 하루. 그러나 가장 멋진 자아, 가장 완벽한 버전의 내가 되겠다는 주문과도 같은 다짐이 무색하게도 엘리너의 하루는 오전부터 삐끗대기 시작한다.
술수 011
플러드 걸스 091
망가진 배우 097
고뇌하는 음유시인 165
흐릿한 형체 229
작전 277
패배의 기술 299
감사의 말 338
: 너무도 독특하고, 너무도 영리하고, 너무도 재미있고, 너무도 아름답게 인간적인 우리 시대의 이야기. 참으로 놀랍다. 책을 읽으면서 거의 모든 페이지에 느낌표를 찍으며 밑줄을 그었고, 고전을 인용하듯 이 책에 나온 문장을 인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심의 여지 없이, 이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 대단히 웃기고 아주 영리한 꿈의 소설.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뜯어보고 관찰하고 날카롭게 비판할 만한, 고통스럽고 비뚤어지고 엄청나게 웃긴 모든 종류의 디테일이 가득하다. 만약 그것을 ‘술수’라고 한다면 마리아 셈플의 독자들은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 술수에 말려들 것이다.
: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 가까스로 하루를 헤쳐나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에서 마리아 셈플은 삶이 망가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불쑥 찾아온 어느 하루의 공포감을 완벽하게 그려낸다. 실존주의적 위기를 겪는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웃을 수 있을까? 웃을 수 있다, 험난한 인생의 무게와 일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웃음을 선사하는 능력이 있는 마리아 셈플의 소설을 읽는다면.
: 충격적일 정도로 웃기다. <어디 갔어, 버나뎃>보다 좀더 노골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그래서 주인공의 문제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셈플은 대단히 호소력 있는 작가이며, 통제를 벗어난 삶을 제어해보려는 주인공의 노력은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우리 모두에게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동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매일 아침 새로운 다짐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정오쯤 그 다짐이 사라져버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 작가가 뛰어난 문장으로 쓴 이 책의 핵심은, 엘리너가 본인이 선택하고 만든 가족으로부터 거부당할까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엘리너는 노화가 시작된 몸을 보며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에 대해 웃기고 생생하게 자기비하적 발언을 한다. 남편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어리석을 정도로 무모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엘리너의 행보는 너무너무 웃기면서도 동시에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 마리아 셈플은 유머러스한 소설을 쓰는 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셈플의 주인공들은 결점이 많으면서도 완전히 공감이 가는데 엘리너 역시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열망하지만 때때로 그저 우리 앞에 이미 주어진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더 허니스』, 『사립학교 아이들』, 『열세 번째 이야기』, 『658, 우연히』, 『비행공포』, 『페러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빛 혹은 그림자』, 『어디 갔어, 버나뎃』, 『매혹당한 사람들』, 『나를 봐』, 『마이 다크 버네사』 외 백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