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손홍규 작가의 산문집이다. 슬픔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절망한 사람들은 왜 절망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가, 운명을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왜 늘 실패하는가, 언어란 무엇이며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직하면서도 치열하게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가이자 탐독가인 저자가 안으로 짊어온 물음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 그리고 이에 대해 지금까지 찾아낸 자신만의 대답을 아름다운 문장에 담았다.
더불어 사는 우리네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 현대 사회의 숨겨진 야만성을 지적하는 냉철한 시선으로 빚어낸 개성 넘치는 문장은 이번 산문집에서도 차분히 만날 수 있다. 문학에 대한 존중과 글쓰기에 대한 진지한 태도, 책 읽는 사람의 준비된 마음과 자세,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깊은 사유의 흔적을 이 산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의 말
1부 절망을 말하다
문학은 소다 | 백 년 동안의 고독 | 불멸하는 진심의 언어 | 노인에 관한 명상 | 어머니와 나 | 절망한 사람 | 수박이 아니라 참외여 | 인간은 다시 신비로워져야 한다
2부 문학은 네가 선 자리에서 시작하는 것
겨울 건봉사 | 경주 남산 폐사지 | 이스탄불에서 마음을 놓치다 | 가을 이스탄불 | 백 일이면 충분해
3부 수많은 밤들의 이야기
눈물 | 문학은 이렇게 하는 거다 | 은퇴하는 소설가 | 대출기록부 | 살아남아서 인간이 되어야 한다 | 〈정권교체 희망선언〉 국민참여재판 최후진술서 | 환멸의 기원 | 대학 시절 | 저녁을 바라보며
4부 슬픔과 고통으로 구겨진 사람
기억이 우리를 본다 | 늙은 농민 | 경계에 선 사람들 | 헛것들을 사랑함 | 귀가 | 내면과 풍경 | 가난해서 운 게 아니에요 | 달을 그리워함 | 당신은 어디서 왔을까 | 투수를 노려보지 않는 타자 | 하지 않은 일 | 기억의 크기 | 오래 두고 읽다 | 예의 | 가슴속 폐허 | 환대 | 품을 앗다 | 사람과 사연 | 배타적인 슬픔 | 청년 노동자 | 문체와 민주주의 | 침묵을 상상하는 이유 |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불혹의 작가들 | 미적 거리 | 불가능한 아름다움 | 아름다운 테러 | 그레고르 잠자들 | 기꺼이 헤매다 | 사연과 글쓰기 | 바람이 분다 | 이야기꽃 | 퇴고
미니픽션
헛것들 | 불한당의 소설사
손홍규 (지은이)의 말
드문드문 선 가로등 아래 놓인 목탄화 같은 골목을 걸었다.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괴물은 숲속에 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숲속에는 네가 잃어버린 것들, 두고 온 것들이 있어. 잃어버린 걸 찾고 싶으면 깊은 숲으로 들어가야 해.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다. 아이는 무얼 잃어버렸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인 듯 아빠는 무얼 잃어버렸냐고 물었다. 나는 무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어서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