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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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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통해 세계 여러 문명의 소통과 공존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의 여행 에세이. 르 클레지오의 자연 친화적 문학 경향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조화롭고 밝고 균형 잡힌 세계를 찾아 끊임없이 지구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의 소통과 공존을 모색해온 르 클레지오가 이번에는 물의 땅, 섬의 대륙 오세아니아로 눈길을 돌렸다.
르 클레지오의 발길이 닿은 곳은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이다.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에 의해 '뉴헤브리디스 제도'로 불리던 이곳은 1914년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 통치령으로 지배를 받다가 1980년에 '바누아투 공화국'으로 독립했다. 바누아투의 여러 섬 가운데 '라가' 섬을 여행하고 쓴 이 에세이에서 르 클레지오는 이곳의 자연과 전통을 관찰하며 또 하나의 새로운 문명을 펼쳐 보인다. 또한 식민지 개척자들의 폭력과 노예무역의 비극적인 역사, 그리고 문명의 공존을 위협하는 세계화에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소설, 시, 르포, 역사적 서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라가'의 면면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르 클레지오의 시정 가득한 항해일지이자 남태평양의 실태 보고서이면서, 열정적인 민족학 강의이자 인류 관계에 대한 명상록이다. 라가 ---------------- 9 ![]() : 판다누스 식물 잎을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짜서 만드는 직물에 대한 묘사와, 그 직물을 만드는 민족들이 식민 지배 이후 계속 파괴되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행복할 권리를 내세워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하는 부분에서 이 책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 : 시간 밖에 정지된 꿈처럼 매우 시적이고 세련된 글이다. 속이 파인 통나무뿐인 조악한 배, 그 위에 올라타 대양으로 뛰어든 한 무리의 사람들. 그들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파도와 바람에 몸을 내맡긴 것이었다. 반짝이는 별들의 안내를 받아들였고, 위험과 폭풍에 직면해 절망에 빠질 수 있음에도 낙관적이었으며, 기나긴 여행의 끝에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어떤 공간의 존재를 확신했다. 라가 섬은 분명 ‘시초의 어떤 위엄’을 간직하고 있다. : 르 클레지오는 현실과 상상계가 어우러져 있는 자신의 여행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우리가 쉽게 지각하지 못하는 물 위의 땅들에서는 가혹한 만큼 감미롭고, 위태로운 만큼 잔인한 삶이 흘러갈 수 있다. : 카키색 바지를 입은 그는 60대 나이에 첫 작품 『조서』 속 젊은 아담 폴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라가』 역시 매우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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