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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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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단편소설 '사랑을 믿다'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권여선이 삼 년 만에 세번째 소설집을 선보인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비롯하여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날카로운 시선과 감각적인 수사학으로 가하는 거침없는 자기해부. 이번 소설집에서 권여선은 지나간 자리와 상처를 냉연하게 들여다본다.
선배의 집에서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연출부의 '블랙 조'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 '빈 찻잔 놓기', 그때 알지 못했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뒤늦은 실연을 앓게 되는 '사랑을 믿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 현수를 만나 자연스레 그 시절 함께 공부모임을 했던 사람들과 그 모임을 이끌었던 P형을 떠올리는 표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빈 찻잔 놓기……『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강, 2009 :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어쩐지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 그것은 모든 소설의 본성이 아니라 좋은 소설에만 가능한 자질이다.
머리맡에 아껴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읽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이런 말이 허락된다면, 인생의 진실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삶의 진실들은 경향에 무관하고 흐름에 구속받지 않는다. 소설이 한 철 지나고 새로 사는 옷과 같이 여겨지는 시절에, 천천히 젖어들게 하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돌아보면, 사리를 분별할 줄 알게 된 이가 쓸 수 있는 소설에 늘 탄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삶의 어두움에 가까이 다가간 이가, 자신의 아픈 자리들을 담담하게 돌아보는 소설들 앞에선 늘 할 말을 잃었었다. 그 여운이 무엇으로부터 오는지 이제는 알 것만 같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0년 9월 10일자 - 동아일보 2010년 9월 4일자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0년 9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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