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만화가 1세대의 강풀을 국내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미디어 다음에 연재 되었던 2004년 당시 총 페이지뷰 3200만 명, 총 25만개 이상의 댓글, 1일 평균 페이지뷰 200만 명의 신드롬에 가까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그 동안 엽기 온라인 만화가로 알려진 강풀은 이 작품을 통해 국내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특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순정만화>는 제목에 맞게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박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씨줄과 날줄처럼 각 인물과 사건을 통해 구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이 후 <순정만화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사랑’을 발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나간다. 첫 번째 시리즈 <순정만화>에서는 작은 일상의 소중한 사랑을, 두 번째 시리즈 <바보>에서는 장애우를 통해 바보 같이 순수한 사랑을, 세 번째 시리즈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는 노년의 깊고 담백한 사랑을, 네 번째 시리즈 <당신의 모든 순간>에서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끝까지 기억되는 단 하나의 사랑을 작가는 자신의 진화하는 감성으로 이야기 한다.
강풀 (지은이)의 말
<순정만화>가 재편집을 거쳐서 출간되었다.
<순정만화>는 내 첫 장편만화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만화이기에 내게는 무척이나 의미가 크다.
재출간을 앞두고 얼마 전 <순정만화>를 다시 들춰보니 사실 부끄러운 점이 많았다.
오래전 만화이다 보니 내가 그렸다고는 해도,
나 자신이 독자로서의 객관화가 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슬며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도 그다지 그림 솜씨가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처녀작인 <순정만화>를 보니
군데군데 보이는 어색한 연출과 그림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또한, 그들의 사랑을 내가 다시 읽으면서 얼굴이 벌게지기도 했다.
주인공들은 서슴없이 사랑의 감정을 속으로 속삭이며 내뱉고, 유치하리만큼 은밀하며
직선적이었다. <순정만화> 주인공들의 사랑은 한마디로 어설프기만 했다.
어떤 대목에 이르러서는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만화를 그리던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 자꾸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순정만화>를 그리면서 많이 행복했다.
나는 사랑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중요한 사랑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다 보니,
당시 마감에 쫓겨 고달프면서도 내내 행복했다.
그 당시 작업하면서 내가 행복했던 그 감정이 조금이나마 독자들에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그거면 족하다.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은 풋풋한 첫사랑을 나눈다.
나에게도 <순정만화>는 풋풋한 첫사랑이다.
어쩌면 저런 풋내 나는 그림과 연출들이었기에 <순정만화>라는 만화가 나온 것이 아닐까.
올해 만화가 10년 차.
다시 <순정만화>와 같은 만화를 그리고 싶다.
어쩌면 다시는 이런 만화를 그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 다시 생각해보니,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2011. 봄. 강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