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건, 적응한다는 건, 익숙해진다는 건, 버텨야 한다는 건, 존속한다는 건, 그러니까 끈질기게 존재한다는 건,
세계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를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한다는 건 지킨다는 것이고 동시에 버린다는 것이다. 지켜야 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버려야 하는 건 존재했던 모두다. 아버지는 이런 식으로 모호하게 말했다. 승택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면 이해란 가변적이기에 완벽하게 쟁취할 수 없다며 또 모호하게 대답했다. 그것은 언뜻 금기 같았다.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나 마주봐서는 안 되는 메두사의 얼굴 같은, 하지만 상자의 모양과 크기 E CL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