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혜진의 열번째 소설책이자, 다섯번째 장편소설. 젊은작가상, 김승옥문학상, 대산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물론, 『딸에 대하여』는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그는 이제 명실상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김혜진은 우리 사회의 자리할 곳 없는 존재, 마음 둘 데 없는 오늘날의 사람들, 외면하고 싶은 사각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소외의 장을 무대의 중심으로 바꾸어내는 소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이번 신작 장편을 통해 그가 그려내는 필드는 ‘편집’이라는 그림자 노동 혹은 종합-예술의 세계다.
1990년대 초 교열자로 출판 생활을 시작해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는 이 소설은,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 역시 느리지만 꼼꼼하게 엮어나가는 모습을 잔잔하고도 단단한 필치로 담아냈다. 『오직 그녀의 것』은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일’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노동’이라는 단어로만 말해질 수 없는 ‘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의미와 결을 하나하나 살려낸 작품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김화진)는 추천의 말처럼, 일과 사랑과 사람 사이의 역학을 과장하거나 축소함 없이, 묵묵하게 그리하여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 출판계 <응답하라 1988> 같은 이 소설은 출판의 탁월한 세부 묘사로 근원적인 그리움을 불러온다. 자신이 만들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었을 책은 ‘편집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겐 이 질문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오직 그녀의 것』의 편집자 ‘홍석주’는 담담한 듯 단단한 직업인의 균형감각과 숙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내가 그녀에게서 찾은 ‘그녀의 것’은 “사람을 단번에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만히 길들이는 방식”이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쩌면 ‘그녀’의 방식대로 ‘삶’이라는 자신만의 단 한 권의 책을 편집하고 싶어질는지 모른다.
: 김혜진은 자주 ‘일work’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 어쩌면 김혜진은 ‘자기 식’대로 보는 작가가 아니라 ‘당신 식’대로 보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김혜진이 관찰하는 ‘일’은 눈도 입도 없지만 작가가 비워준 자리만큼 자신이 품은 뭔가를 보여준다. 김혜진은 그것을 받아 적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어쩐지 그에게 받아 적힌 ‘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작가 쪽으로 진심어린 묵례를 건넬 것 같다. 김혜진은 내게 언제나 최대한 물러나주는 작가이고, 나는 그가 물러난 자리에서 존중을 본다. 그의 묵묵한 물러남은 내게 어떤 부끄러움을 일게 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해준 작가에게 나는 속절없이, 깊은 묵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된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축복을 비는 마음』,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경청』 『오직 그녀의 것』,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짧은 소설 『완벽한 케이크의 맛』 등이 있다. 중앙장편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젊은작가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우수상,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김혜진 (지은이)의 말
지난해에는 책 만드는 사람들이 쓴 책을 찾아 읽었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 독서가 왜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와닿은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진심이랄지, 열심이랄지. 이렇게 단어로 적고 나면 시시해지고 마는, 일하는 모습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 (…)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같이 해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편집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만드는 일상이 주는 울림이 컸다.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그동안 내가 읽어온 책들에 대한 독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