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소설가)
: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미술관 탐방기. 전맹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갑자기 작품의 풍경도 색깔도 낯설어진다. 시라토리 씨의 질문이 눈앞의 작품을 보고 해석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도록 동행자를 이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무엇을 보아왔던 것일까?’ 질문하게 되는 기분 좋은 혼란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관통한다. ‘보는’ 감각이란 이토록 폭이 좁고 제한적이면서도,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는 감각임을 알게 하는 산뜻한 이야기들.
이길보라 (작가, 2018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기억의 전쟁> 감독)
: 이 모든 것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저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미술관 전시 관람을 하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작가는 20년 넘게 미술 전시 관람을 하고 있는 시라토리 씨를 경유하여 세상을 바라본다. ‘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만지지 않고 어떻게 함께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으며 어떻게 다르게 볼 것인지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귀가 들리지 않는, 같은 높이로 볼 수 없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과의 전시 관람을 상상한다.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것이 들리고 다른 위치에서 보이고 언어의 한계가 사라지는 그 순간을, 예술이 아니라면 무어라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