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셰프, 《밥 먹다가, 울컥》 저자)
: 우리는 그녀에게 뎅크말일까, 만말일까.(*독일어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무언가를 기리는 기념물을 뜻하는 말로 뎅크말Denkmal이 있고, 어떤 부정적인 사건을 경고하는 기념물이라는 뜻을 가진 만말Mahnmal이라는 말이 있다.)
뮌스터에 가면, 한 동양 여인이 당신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길을 걷는다. 이미 여인의 마음에는 수놓듯 맨손으로 만든 뮌스터의 지도가 있다. 죽은 사람들, 폭격당한 도시, 그리고 사라진 시들이 있는 지도다. 지도에 그려진 길은 인간의 역사. 그 길은 모럴이 없는 역사다. 누가 역사의 정의를 말했던가. 우리는 그저 뎅크말과 만말을 새겨서 그 앞에서 묵념할 뿐이다.
낭패한 도시와 사라진 사랑에 대해 허수경이 존댓말로 묻는다. “움직일 수 없는 단 하나의 말은 무엇일까요.”
뮌스터가 다 무엇이야. 그이를 만나러 가고 싶을 뿐. 추천대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서 기차를 타고 가리라. 진주의 방언으로 그이를 만나리라. 핀쿠스 황금맥주를 마시며 푸른 반지를 끼고, 눈에 물기 많은 여인과 신 철기시대의 마지막을 함께 보리라. 시를 읽어도 좋겠다. 우연인 듯, 대부분 요절한 시인들의 시를 낭송하리라. 빵 굽는 오븐처럼 따뜻한 밤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시간은 밤공기에 흩어지고 뮌스터의 얼굴을 볼 수 있으리라. 쓸쓸히 자취방으로 사라지는 시인의 뒷모습.
시인은 마치 우리가 뮌스터를 걷는 듯, 상세하게 이 도시를 풀어놓고 있다. 도시의 골목, 기념물, 그리고 거기 사는 사람들. 책장을 덮었다. 뮌스터의 지도는 그이가 몰래 밤마다 마음에 새긴 조국의 지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밤마다 암호로 보낸 통신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가슴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