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소설가)
: 대부분의 소설 속 인물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뒤늦게 묻는다. 마음에 커다란 틈이 생긴 뒤에야. 혹은 틈이 너무 벌어져 무너진 뒤에야. 그러면서 틈이 생기기 이전, 아주 가느다란 실금이어서 거의 보이지도 않던 그 순간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좋은 소설은 여기에서 결정된다. 뒤돌아보는 자의 시선, 뒤돌아보는 자의 태도, 뒤돌아보는 자의 윤리. 성해나는 제대로 뒤돌아볼 줄 아는 작가이다. 손쉽게 단정하지 않고 함부로 이해하지 않는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질문을 곱씹고 곱씹는다.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은 문장 곳곳에 스며든다. “아무것도 두고 온 게 없는데 무언가 잃어버린 듯한 기분”의 찰나를 문장으로 건져 올린다. 성해나의 문장은 정확하면서 예민하고, 명확하면서 깊고, 단정하면서 힘이 세다.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천천히 스며든다. 그래, 이게 읽는 맛이지. 혼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