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성장소설 작가 이순원의 2007년 작 <나무>를 새롭게 펴냈다. 평생 나무를 심고 정성으로 보살핀 어린 신랑과 그가 심은 밤나무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특유의 소박하고 정겨운 문체로 그린 작품으로, 백 년을 산 할아버지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의 섭리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개정판에는 이순원 작가의 따뜻한 글을 닮은 일러스트가 추가되어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하얗게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뒷마당의 할아버지나무가 어린 손자 나무에게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나무를 마당에 심은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쯤 그 집에 살았던 어린 주인 부부였다. 힘이 없어 이웃 나라에 주권마저 빼앗겼던 혼란의 시기, 열세 살에 결혼해 가장이 된 어린 신랑은 대물림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둥산에 밤 다섯 말을 심었다.
식량이 떨어져 겨우내 풀뿌리로 허기를 달래면서도 결코 그 밤을 먹거나 내다팔지 않았다. 그가 모진 굶주림과 이웃 사람들의 비웃음을 견디며 밤을 심을 수 있었던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을 심은 뒤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르자 황량하고 보잘것없던 민둥산은 울창한 밤나무 숲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한 톨의 씨밤에 불과했던 나무는 부부의 정성 어린 보살핌 속에 뿌리를 내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해마다 굵은 밤송이들을 땅에 떨어뜨리는 늠름한 밤나무로 자랐다. 그렇게 태어난 할아버지나무는 자신을 심고 보살펴 준 이들을 위해 제 한 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깊고 순수한 우정은 세월이 흘러 부부가 세상을 떠난 백 년 뒤에도 세대를 이으며 계속된다.
나무를 사랑해서 평생 수없이 많은 나무를 심은 사람과, 사람을 사랑해서 백 년을 그리워하며 보답한 나무. 세상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간 두 친구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따뜻한 향수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