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작가 박완서의 9주기를 맞아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의 대표작을 모은 『대범한 밥상』의 리커버 한정판이 출간되었다. 촌철살인의 문장과 웅숭깊은 성찰로 뜻대로 묶이지 않는 삶의 매듭도 빛나는 생의 한 장면으로 바꾸어놓는, 박완서 소설의 뛰어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여전히 소중하다. 시대나 세대와 무관하게 쉽게 배곯고 남루해지곤 하는 굴곡진 삶의 순간들을 세련된 언어와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박완서 문학의 정수이자 작가 박완서가 우리 생에 보내는 뜨거운 찬미를 만난다.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는 한국 작가들의 이름을 앞에 놓고 즐거운 고민에 사로잡히곤 했다. 추천하는 작가와 작품의 목록은 나의 취향과 상대의 취향을 조율하며 매번 바뀌곤 했지만, 단 하나의 작가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일 경우 나는 주저 없이 박완서를 떠올렸다. ‘한국인 소설가’로서의 내가 박완서라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뿌리에서 뻗어나온 하나의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자부이자 긍지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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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에게 한국문학을 소개해야 할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는 한국 작가들의 이름을 앞에 놓고 즐거운 고민에 사로잡히곤 했다. 추천하는 작가와 작품의 목록은 나의 취향과 상대의 취향을 조율하며 매번 바뀌곤 했지만, 단 하나의 작가를 골라야만 하는 상황일 경우 나는 주저 없이 박완서를 떠올렸다. ‘한국인 소설가’로서의 내가 박완서라는 단단하고 아름다운 뿌리에서 뻗어나온 하나의 가지라고 말하는 것은 나의 자부이자 긍지였으므로.
40년을 써온 박완서의 소설에는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내며 인생에 대해 깊이 성찰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사유의 부피와 깊이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유는 반드시 읽는 이를 관통하는 적확한 문장들과 그 문장들이 빚어내는 탁월한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강한 악력을 지닌 소설에 기꺼이 매혹되어, 박음질 자국이 보이지 않는 직물처럼 매끄럽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당도하는 지점은 언제나 역사나 이념의 거센 파고 속에서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개인들, 그중에서도 가장 먼 곳으로 밀려난 약자와 여성들에 대한 사랑의 자리다.
인간과 인생에 대해 말하기 위해, 누구나 감추고 싶어하는 개개인의 욕망과 치부를 들여다보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박완서. 그녀를 읽는다는 것은 우리 안의 치졸하고 조악한 마음을 직시하는 일이자, 수치를 직면할 줄 아는 인간이란 꺾인 무릎을 펴고 기어코 일어서는 오기와 결기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힘을 지닌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혐오와 적대, 몰염치와 부도덕이 만연한 이 세계에 아직 유효한 일이라면 박완서는 우리에게 여전히, 아니, 언제까지나 가장 동시대적인 작가, ‘오늘’ 읽어야만 하는 작가일 것이다. - 접기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나 1950년 숙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나 한국전쟁이 일어나 학업을 중단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월 22일 타계한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 이벤트 기간 : 1/22~소진 시 종료
- 이미지 출전 : 산문집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 박완서, ⓒ 이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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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서 문득 생각나 다시 읽고 싶어졌던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알고도 외면하려는 사람들
부끄러움을 가진 것을 부끄럽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나부터도 그렇다.... +더보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언급했듯이 다른 책보다 쉽게 읽힌다고 했다. 하지만 쉽게 읽혀도 저자의 소설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그것이 지금 시대와 많이 떨어져 있어 이질감을 느낄것 같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