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8월 12일 : 101호

라인G1

이 책이 지금

사랑이 남은 자리

미스터리소설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를 2026년 여름 발표한 후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상영 작가는 30대, 소설가, 남성 페르소나인 '영'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왔습니다. 박상영의 한 부분이 소설에 녹아있겠지만 그 인물이 박상영과 같은 것은 아닙니다. <실전 한국어>의 소설 속 문지혁도 뉴욕에서, 바다가 보이는 소도시에서, 구청의 스토리텔링 뽀개기 강의실에서 한국어와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장강명의 2026년 소설에서 소설가 안시찬은 10년 전 소설에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고 썼었다고 적습니다. 소설 밖 인물 장강명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실제로 이 이야기를 썼지만, 안시찬은 장강명의 일부이되 장강명 자체는 아닙니다.

작가의 말에 장강명은 적습니다. '안시찬이라는 이름의 소설 주인공이 겪은 감정은 상당 부분 제 경험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안시찬에게 일어난 사건, 또 안시찬 주변 인물들의 묘사는 많은 부분들이 허구입니다.'(226쪽) 온라인 독서 모임 플랫폼 운영자인 아내의 투병이라는 소재 외의, 소설에서 잔인할 정도로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이나 가족과의 갈등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적어둔 것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안시찬은 자신의 몰아붙이는 성정을 자책하며 스스로가 '사이코패스'일지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야기 바깥의 관계를 보호하는 작가의 말을 읽으며 역시 소설 속 등장인물과 소설가가 완전히 겹칠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더 보기

23쪽 : 뭐가 그렇게 웃겨? 그는 아내에게 가끔 물었다. 몰라. 웃겨. 아내가 대답했다.
뭐가 그렇게 슬퍼? 그는 아내에게 가끔 물었다.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듯이 밀려와, 슬픔이. 아내가 대답했다.
그 문장을 곱씹을 때 그는 안개가 자욱해서 수평선이 보이지 않고 사람 하나 없어 쓸쓸한 바닷가 갯벌에 자신과 아내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들의 네 발은 이미 진창에 잠겨 있다. 슬픔은 밀려 들어온다기보다는 차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고 있다.

작가는 지금 _1문 6답

알라딘 : ‘셋셋 2024’, ‘셋셋 2025’로 활동을 시작한 작가들도 독자를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2026 셋셋 <상처에 시럽 뿌리기>에 참여한 ‘한국문학의 샛별이 될 작가들’로서 앞으로 어떤 작가로 독자와 만나고 싶은지, 포부, 계획, 인사 무엇이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영주 : 안녕하세요. 셋셋 2026 《상처에 시럽 뿌리기》에서 〈모르는 개 산책〉을 쓴 이영주입니다. 고등학생 때 체육실 창고에 갇힌 적이 있습니다. 매트와 공으로 가득한 창고의, 안에서는 열리지 않는 문을 밀며 간절히 바랐습니다. 제발 어서 이 문이 열리기를, 익숙한 풍경이 다시 보이기를. 마침내 문이 열렸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친구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그때보다 더 굳게 닫힌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일과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문이 열릴지 밀고 당기고 두드렸던 것처럼, 소설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웠고 연습했고 고민했습니다. 마침내 책 출간을 앞두고 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앓아누워버렸고, 누워 있다 보니 그 체육실 문이 떠올라 버렸습니다. 문 너머에는 언제나 ‘사람’이 서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을 쓸지’를 생각하는 단계에서부터요. + 더 보기

라인y1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 에밀리 정민 윤의 시집입니다. 2021년 출간된 이 시집은 한유주 소설가,번역가가 번역을 했기에 자음과모음 시집 1번인 이 시집을 처음 열었을 때 번역자 정보를 찾기 위해 서지정보를 뒤적였습니다. 놀랍게도 번역자 역시 '에밀리 정민 윤' 이었습니다. 영어로 먼저 썼던 것을 저자 스스로 한국어로 번역하는 재창작의 과정을 거친 것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나는 '아메리칸'도 한국인도 아니다(한국 출생 캐나다 시민권자다). 또다시, 또 다른 정체성 번역을 겪는 것이다. 영영 로컬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작가의 말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영시와 한국어 시를 대조하며 읽을 수 있게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책을 번역하며 시를 모조리 다시 쓰는 기분이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두 시는 다른 이야기 같습니다. 어떤 시가 한국시, 무엇이 한국문학일까요? 한국 출생, 영어 사용자가 한국어로 번역한 시를 소개하며 함께 생각해봐주십사 청합니다.

라인y1

출판사는 지금 : 폴라북스

시작은 BTS였습니다. 노래와 춤, 조명과 의상, 카메라워크와 관객의 함성 속에서 잠깐 넋을 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 거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을까.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무대에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고 있을까.

그러다 문득, 이렇게 완벽하게 빛나는 세계라면 어딘가에 감춰진 비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아이돌에게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사연이 있다면? 심지어 여기에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 같은 장르 소설의 상상력을 더하면 아직 들키지 않은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지는 않을까?

+ 더 보기

라인y2

오디세이와 함께

여름 대작 영화를 보며 즐겁게 극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호프>, <스파이더맨-브랜드 뉴 데이>를 차례로 봤고요, 출판계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감독 놀란의 <오디세이>를 예매해두고 극장에 갈 날을 기다리며 '오뒷세이아'를 전자책으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호메로스의 이 오래된 서사시는 이야기의 원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항해한다, 고생한다, 돌아온다. 그리스적인 서사의 개념을 반영한 한국소설들이 있어 함께 소개를 올립니다. 김보영의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도 서사시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처럼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우주를 항해합니다. 이경희의 <테세우스 패러독스>는 고전적 역설, 테세우스가 타고 온 배의 부품을 하나씩 교체해 남아있는 원재료가 없다면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파고듭니다.

라인G2
이번 편지 어떻게 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