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의 서점 추천 도서 중동태의 세계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추천
우리가 배운 문법의 질서에 능동태(能動態)와 수동태(受動態)가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원래는 그 둘 사이에 중동태(中動態)가 있었다. 여기서 이 책은 시작한다. 언어학이라기보다는 고고학에 가깝고, 철학책이라기보다는 추리소설 안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 것이다. 아는 이름들이 줄줄이 열거될 것이다. 스피노자, 하이데거, 아렌트, 벤베니스트, 라캉, 푸코, 데리다, 기타 등등.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길을 잃은 것만 같고, 이미 읽은 책들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자책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다음 대사도 없고 자막도 지운 영화를 만나보자. 지가 베르토프는 볼셰비키 혁명 성공 이후의 신세계를 돌아다닌다. 21세기의 우리는 이 ‘언어가 없는’ 이미지에서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