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는 환상적이고 무게감 있는 장편소설만큼이나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단편소설을 집필하는 데도 열정과 애정을 쏟아왔다. 그 시작점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초기 대표작으로 「오후의 마지막 잔디」가 있다. 「오후의 마지막 잔디」는 1982년 잡지 <다카라지마>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에 수록되어 오늘날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
안자이 미즈마루는 경쾌하고 청량한 일러스트로 사랑받아온 예술가이자 그 누구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깊이 이해하는 친구로서, 오랜 세월 하루키와 환상적인 호흡으로 다채로운 협업을 선보였다. 그중 「오후의 마지막 잔디」를 위해 그린 총 20점의 일러스트를 1987년 잡지 <다테구미·요코구미>에 최초로 발표했다.
그후 긴 시간을 지나 안자이 미즈마루 타계 10주기(2024년)를 기리며 두 거장의 글과 그림이 온전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여 기념비적인 ‘일러스트 픽션 북’이 탄생했다. 한여름 잔디깎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와 그 계절의 감각을 물씬 발산하는 그림이 한데 담긴 이 일러스트 픽션 북을 통해 더욱 생생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하루키의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