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 첫 출간된 2019년을 기억합니다. 평소 ‘인생’이란 단어는 막연하다고 느꼈는데 <100 인생 그림책>은
삶의 어느 한 대목을 떠오르게 하고 ‘인생’을 일상의 언어로 바꾸어서 손에 꼭 쥐여 주는 책이었습니다.
손에 움켜쥔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든다고 할까요.
그동안 독자들이 보내 주신 큰 사랑 덕분에 표지에 새로운 옷을 입힐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표지를 어떤 장면으로 정할까 하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심 끝에 한 사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아흔 살 넘은 할머니가 나무딸기 잼을 만드는 모습. 삶의 새로운 날들이 좋든 싫든 다가와도
자기의 일을 하며 하루를 담담히 살아가는 태도. 이 책을 압축해서 보여 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있어 누구에게나 나무딸기 잼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모쪼록 표지를 갈아입은 <100 인생 그림책>이 누군가의 ‘인생책’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일곱 살, 세상은 지루하다는 것도 배우게 될 걸?
열다섯 살, 사람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먼 천체는 안드로메다 은하라는 걸 배우는구나.
안드로메다는 삼십억 년쯤 후에 우리 은하와 충돌한다지. 하지만 그 전에 너는 키스하는 법을 배우게 된단다.
스물아홉 살, 미처 배우지 못한 한 가지. 토요일 오후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우울해지지 않는 법.
쉰일곱 살, 달이 백 년에 딱 한 번 뜬다고 생각해 봐. 그걸 보는 게 얼마나 굉장한 일이겠어.
여든한 살,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 순간을 세고 있다고?
아흔네 살, 빈 나무딸기 잼 병을 지하실로 가져다 놓으면서 너는 생각하지.
누가 알겠어, 이게 또 필요할지? 그러면서 너는 다시 나무딸기 잼을 만드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