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본투리드110 탄
인간 영혼의 대서사시,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한국 최초 1인 완역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Идиот, Бесы,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평생 곁에 둘
단 한 권의 도스토옙스키

  •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

    - 지그문트 프로이트
  • 20세기의 진정한 예언자는 칼 마르크스가 아니라 도스토옙스키였다.

    - 알베르 카뮈
  • 어떤 과학자보다도 도스토옙스키에게 배운 것이 훨씬 많다.

    - 아인슈타인
  •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었던 유일한 심리학자였다.

    - 니체
  • 문화도, 종교도, 사고방식도, 언어도 다른 한국인 번역가가 어떻게 가장 난해한 러시아 작가를 이렇게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을까?

    - 러시아 공공 외교기관 월간지
      《루스키 미르(русский мир)》
  • 한국 최초로 김정아 번역가가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번역했다. 특히 주석과 해설에 심혈을 기울였다.

    - 러시아 국영 방송사
      〈노보스티 쿨투라(Новости культуры)〉

출판 역사상 최초로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한 권에 담았다. 도스토옙스키 전문 연구자 김정아 박사가 10년간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했다. 한 사람이 4대 장편을 번역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고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다.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작가의 고유한 사상과 문체를 일관되게 살렸다.

해설 98쪽, 삽화 109점, 부록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의 인생과 문학〉 27쪽과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를 더해 기존 번역본이 제공하지 못한 깊이 있는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표지에는 24K 금박 문양을 찍었고 작가의 부조를 붙였다. 책의 3면에는 금장을 입혔다. 도스토옙스키의 전설적인 4대 장편을 한 사람의 번역, 한 권의 책으로 새롭게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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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기획의 말

한 사람이 4대 장편을 번역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고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은 한 사람이 번역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고유한 사상과 문체는 각기 다른 사람의 작업으로는 일관된 결을 살리기 어렵다. 작가의 방대한 사상, 심리, 철학을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는 역자의 전문성 또한 필요하다. 이 책의 번역가인 김정아 박사는 도스토옙스키 전공으로 서울 대학교 노어노문학 학사와 석사, 일리노이대 슬라브어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러시아 외교기관 루스키 미르로부터 “가장 난해한 러시아 작가를 섬세하게 느낀 유일한 한국인 번역가”라는 평을 받았고 러시아 문화 예술 훈장인 푸시킨 메달의 최종 후보로 올라가 있다. 5월 초순에 이 책은 푸틴 대통령에게 건네질 예정이다.
기획의 말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은 2008년 첫 출간을 시작했다. 100년 이상 읽혀 온 고전 가운데 앞으로 100년 동안 읽혀 갈 고전 중의 고전을 골라 출판했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시리즈도 100년 갈 번역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시작되었다.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작가의 고유한 사상과 문체를 일관되게 살렸다. 해설 98쪽, 삽화 109점, 부록 27쪽과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를 더해 기존 번역본이 제공하지 못한 깊이 있는 이해와 몰입을 돕는다. 4대 장편을 모두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개별 작품으로 읽으면 이야기가 주로 보이지만 합본으로 읽으면 인간, 신과 신념에 평생 몰두해 온 작가의 사상 전체가 보인다. 도스토옙스키가 인간 존재에 대해 평생 고뇌한 산물인 4대 장편을 한 사람의 번역, 한 권으로 만나 보자.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

편집자의 말

도스토옙스키의 얼굴에는 고통이 비친다. 공병학교 담임교사 사벨리예프는 도스토옙스키를 ‘심한 바람이 불어도 모르는 듯 깊은 생각에 빠진 이단아’라고 묘사했다. 그의 삶은 실제로 고통이 가득했다. 아버지, 형 미하일, 첫 아내 마리아와 딸 소피야, 막내아들 알렉세이가 연이어 죽었고, 평생 빚에 허덕이고 발작에 시달렸으며, 결혼반지도 팔아서 판돈을 만들 만큼 도박에 빠져 있었다. 불온한 편지를 낭독했다는 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총살되기 5분 전에 극적으로 사면되는가 하면, 관 속 같은 시베리아 유형지에서 4년을 보냈다. 그는 사생활의 비참함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작가로서 글로 써냈다. 상실한 가족, 과거의 자신, 러시아 민중을 소설 속 인물로 그려 내고 고통으로부터 얻은 죄와 구원, 신과 신념에 대한 통찰을 인물의 머릿속에 담았다.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은 그의 삶으로 쓰인 것이다. 용암, 재, 독한 연기, 직실할 듯한 악취와 뒤섞인 불 같은 삶으로.
고통으로 점철된 작품들이 어떻게 세계적인 고전이 되었을까? 프로이트는 도스토옙스키를 “세계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았고, 니체는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었던 유일한 심리학자”라고 말했다. 4대 장편을 2424쪽에 걸쳐 읽을 때 보이는 것이 있다. 고통 속 드러나는 인간의 숭고함. 인간의 심리를 잔인하고 냉소적으로 폭로하는 듯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순결성이 존재한다. 살인자를 위해 눈물 흘리는 소냐, 유일하게 남의 고통을 알아보는 백치 미시킨 공작, 부패 속에서 기도하는 알료샤 같은 이들의 영혼이 조용히 빛나고 있다. 편집자의 말 도스토옙스키에게 고통은 형벌이 아니라 영혼에 도달하게 하는 정화의 과정이다. 그 끝에서 생에 대한 겸손한 찬미를 느끼길 바란다.
알라딘 단독 리커버 합본판은 4대 장편 시리즈의 10년 완역 출간을 기념해 기획했다. 그간 제보된 오탈자, 추가된 주석을 모두 반영한 최신 원고를 한 권으로 묶고 삽화 109점을 전면 재편집했다. 작가에 대한 글 15쪽을 새로 써서 수록하고 문학 비평가 드미트리 메레시콥스키의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에서 작가의 인생과 문학에 대한 주요한 대목을 27쪽 발췌해 실었다. 4대 장편의 배경이 되는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가 책과 함께 간다. 건물부터 도로명, 잡목과 웅덩이까지 세세하게 보여 도스토옙스키의 문학 세계를 정교하게 완성한다. 100년 갈 책으로 독자 곁에 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

-편집자 김예은

디자이너의 말

3년에 걸쳐 만든 장편 4권의 가죽 양장 한정본 판매가 마무리되자 출판사 대표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셨다. 편집자, 마케터, 디자이너가 모두 회의적이었으나 일은 진행되었다. 4대 장편 합본. 디자이너가 감당할 일이 크다는 예감이 앞섰다. 여느 벽돌책을 능가하는 무게와 부피를 최대한 줄이려면 포맷은 물론 종이 선택, 본문 글자의 크기, 마진 등 모든 것이 검토되어야 했다. 견고한 제본은 물론 독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안전을 담보할 패키지도 중요했다. 만만찮은 책 가격에 사은품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북아트 작업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규모‘에서 전혀 다른 작업이었다. 아직 일의 고단함을 모르는 젊은 기획자가 부산까지 다니며 도스토옙스키 흉상을 제작했다. 처음엔 고개를 젓던 업자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결국 책 표지에 붙는 부조까지 포함해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들어 주셨다. 사내 두 분의 디자이너들은 레이아웃과 종이 선택,디자이너의 말 글자와 100여 컷이 넘는 그림의 먹 농도를 위해 먼 파주행을 반복하셨다. 4개나 되는 가름끈의 색상과 두께를 정하는 것도 지난 경험이 뒷받침해 주지 않은 부분이었다. 책배에 금분을 칠하니 물리적 무게가 내용의 무게로 바뀌었다. 책으로 끝나지 않는 출판, 티셔츠와 지도 제작도 만만치 않았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와 사은품의 소비자 니즈는 또 별개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소재와 프린트의 임팩트, 역사적 아우라를 담은 지도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일은 상당 부분 디자이너 손에 따르는 변수다. 그리하여 세상에 없는 책이 나왔다. 이 프로젝트가 엉뚱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는 건 펀딩의 독보적 결과가 각인해 보여 주었다. 디자이너의 숙명은 이를 맡긴 클라이언트(출판사)와 최종 구매자(독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소공배수를 향한 줄타기와 같다. 긴장감은 늘 그 줄 위 어디인가에 있다. 문학 호웅(豪雄) 4편을 향한 경의를 담았다. 호응(呼應)을 기대한다.

-디자이너 송성재

책속에서

7월 초, 숨이 턱턱 막힐 듯이 무더운 여름날 저녁 무렵, S골목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이 자기 방에서 거리로 나와 망설이듯 쭈뼛거리며 K다리 쪽으로 천천히 향했다.

7쪽

“소냐, 당신은 정말로 이상한 여자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도 나를 껴안고 입을 맞추다니, 당신도 정신이 없는 모양이군.”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 이 세상에 당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가 한 말도 들리지 않는 듯 그녀는 이렇게 소리치더니, 발작이라도 일어난 듯 갑자기 엉엉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미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어떤 것이 파도처럼 그의 영혼에 밀려들어 와 순식간에 그의 영혼을 부드럽게 했다. 그는 그 감정에 저항하지 않았다. 두 방울의 눈물이 그의 눈에서 흘러나와 속눈썹에 맺혔다.

341쪽

“더구나 중요한 것은 살인을 할 당시, 내게 필요했던 건 돈이 아니었어, 소냐. 돈보다 오히려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던 거야…. 다른 것이 내 등을 떠민 거지. 나는 그때 알아야만 했던 거야, 그것도 빨리 알아야 했던 거야,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이인지 아니면 인간인지. 내가 경계를 넘을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럴 수 없는지!”

347쪽

“그때부터 전 당나귀를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공감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당나귀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나귀에 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습니다. 그 즉시 이런 확신이 들더군요. 당나귀는 일을 잘하고, 힘이 세며, 참을성이 있고, 값도 싸고, 짐도 잘 운반하는 아주 쓸모 있는 동물이라고 말입니다. 그 당나귀 때문에 저는 갑자기 스위스 전체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이전의 우울한 마음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저는 당나귀 편입니다. 당나귀는 선량하고 유익한 인간이니까요.”

528쪽

공작은 자신의 간질 상태에는 발작 직전에 일어나는 하나의 단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발작이 실제로 깨어 있을 때 일어난다면 말이다) 발작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는 우수와 정신적인 암흑과 압박감 가운데서 돌연 뇌가 불꽃을 일으키며 타오르듯 활기를 띠고, 비상한 파열을 일으키며 그의 안에 있는 삶의 힘이 일시에 팽팽히 긴장된다. 이 순간에는 삶의 감각과 자기의식이 거의 열 배로 커지지만, 그러한 것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이성과 감성이 모두 진기한 빛으로 밝아지고, 걱정 근심과 의심이 모두 일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이 모든 것들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는 밝은 환희와 충만한 지혜가 최종적인 원인들의 최고 형태인 신성한 평안 속에 용해되어 버린다. 그러나 이 순간, 이 눈부신 광휘는 단지 발작이 시작하기 직전의 마지막 1초(절대로 1초를 넘지 않는다)에 지나지 않는다.

677쪽

“‘가난한 기사’는 바로 돈키호테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아니라 심각하고 진지한 사람이지요. 한마디로 진지한 돈키호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처음엔 저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웃기만 했지만, 지금은 ‘가난한 기사’를 사랑하고 있으며, 중요한 점은 그의 공적을 존경하고 있다는 겁니다.”

697~698쪽

“사람들은 선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그가 말문을 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선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선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소녀를 욕보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그러면 그들 모두가 즉시 선하게 될 테니까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말입니다.”
“당신이 그걸 깨달았다고 하니 당신도 분명 선한 사람이 되었겠군요?”
“전 선한 사람입니다.”
“거기엔 나도 동의합니다.” 미간을 찌푸리며 스타브로긴이 중얼거렸다.
“모두가 선하다고 가르치는 사람은 세계를 완성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가르친 사람은 이미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았나요?”
“그는 옵니다. 그의 이름은 인신(人神)입니다.”

1230쪽

“형들은 자신을 파멸시키고 있어요.” 그가 말을 이었다. “아버지도 역시 그렇고요. 자기 자신과 함께 다른 사람들까지도 파멸시키고 있어요. 바로 얼마 전에 파이시 신부님의 표현대로 ‘카라마조프적인 대지의 힘’, 즉 광포하고 완성되지 않은 대지의 힘이 날뛰고 있는 거지요. 과연 이 힘 위에 하느님의 영이 임하고 계시는지… 그것도 난 모르겠어요. 내가 아는 건 다만 나 자신도 카라마조프라는 겁니다. 나는 수도사죠. 수도사인가요? 내가 수도사인가요, 리즈? 당신이 방금 어쩌다 내가 수도사라고 했는데요?”

1834~1835쪽

“만약 고통으로 영원한 조화의 값을 치러야 해서 모든 사람이 고통받아야 한다면, 대체 여기에 왜 아이들이 필요한 거니? 설명 좀 해 줄래, 제발? 대체 뭣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고통받아야 하고, 대체 뭣 때문에 그들의 고통을 대가로 조화를 얻어야 하는 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대체 뭣 때문에 아이들까지 재료로 전락해서 남을 위한 미래의 조화의 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거지? 죄악에서 인간 상호 간의 연대 관계는 나도 이해해. 또 복수에서 연대 관계 역시 이해해. 하지만 죄악에 아이들은 아무런 연대 관계도 없어. 만약 아버지가 저지른 모든 악행에 그 자식도 아버지와 연대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정말로 진실이라면, 물론 그 진실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어떤 익살꾼은, 어쩌면 어쨌건 아이도 자라서 어른이 될 거고 그럼 죄를 지을 거라고 말할지 몰라. 하지만 이 애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 이 여덟 살짜리 애를 개 떼를 풀어 물어 죽인 거야.”

1858쪽

“인간은 확고한 고대의 율법 대신,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자유로운 양심으로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것도 네 형상만을 길잡이로 삼으며 말이다. 만일 선택의 자유라는 이토록 무서운 짐으로 인간을 짓누른다면, 결국에 가서 인간은 네 형상과 네 진리를 거부하고 논박하리라는 것을 너는 정녕 생각하지 못했단 말이냐? 그리고 종국에 가서 그들은 진리는 네 안에 있지 않다고 외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너는 그들에게 그토록 많은 근심거리와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부여함으로써, 무엇보다 그들을 더할 나위 없는 혼란과 고통 속에 방치했으니까.”

1869쪽

“만약 내가 정말로 끈적거리는 새 이파리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널 상기함으로써만 그렇게 될 거야. 이 세상 어딘가에 네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겐 충분하고, 삶에 싫증도 나지 않을 거야. 이 정도면 네게 충분하겠니? 뭣하면 사랑 고백이라고 해도 좋아.”

1877쪽

과거의 슬픔은 인생의 위대한 신비로 인해 점차 고요하고 감동적인 기쁨으로 변해 갑니다. 젊음의 들끓는 피 대신 온화하고 맑은 노년이 찾아옵니다. 나는 매일 떠오르는 아침 해를 축복하고, 내 마음도 전처럼 아침 해를 향해 노래하지만, 이제 나는 지는 해를 더 사랑하고, 석양의 길고 비스듬한 햇살, 그와 함께 고요하고 온화하고 감동적인 추억들, 그리고 이 길고도 축복받은 전 생애로부터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더 사랑하니… 이 모든 것 위에 모두를 감동시키고 화해시키고 용서하는 하느님의 진리가 있는 것입니다! 나의 삶이 끝나 가고 있고, 나도 이것을 알고 있고 또 듣고 있지만, 내게 남아 있는 하루하루, 나는 나의 지상에서의 삶이 이미 새롭고 무한하고 알 수 없는,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삶과 이미 접촉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으며, 그 예감으로 나의 영혼은 환희에 떨고, 이성은 밝게 빛나고, 가슴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립니다….

1903~1904쪽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쨌건 우리가 아무리 사악해진다 할지라도, 우리가 어떻게 일류샤를 묻었는지, 우리가 최근에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 바로 지금 이 바윗돌 옆에서 우리가 다 함께 얼마나 사이좋게 이야기했는지를 기억한다면, 우리 중에 가장 잔인하고 가장 냉소적인 사람도, 설사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된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지금 이 순간 자기가 얼마나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었던가에 대해서만은 마음속으로 감히 비웃지 못할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바로 이 추억 하나만으로도 그는 거대한 악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생각을 고쳐먹고 이렇게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 그 시절엔 나도 선량하고 용감하고 정직했어’라고요. 이런 자신에게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사람이란 종종 착하고 좋은 일을 비웃기도 하니까요.

2353~2354쪽
지은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M. Достоевский)

1821년 모스크바에서 의사였던 아버지와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 슬하의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공병학교를 졸업하였다. 1842년 소위로 임관하여 공병 부대에서 근무하다 1844년 문학에 생을 바치기로 하고 중위로 퇴역한다. 도스토옙스키는 톨스토이와 투르게네프 같은 작가들과는 달리, 유산으로 받은 재산이 거의 없었기에 유일한 생계 수단이 작품을 쓰는 일이었다. 1849년 4월 23일 페트라솁스키 금요모임사건으로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는다. 사형집행 직전 황제의 사면으로 죽음을 면하고 시베리아에서 강제노역한다. 1854년 1월 강제노역형을 마치고 시베리아에서 병사로 복무한다. 1858년 1월 소위로 퇴역하고 트베리에서 거주하다 1859년 12월 페테르부르크로 이주한다. 1857년부터 불행한 결혼생활을 함께했던 아내 마리야 이사예바가 1864년 4월 폐병으로 사망한다. 그해 6월 친형이자 동업자였던 미하일이 갑자기 사망한다. 1866년 잘못된 계약으로 급히 소설을 완성해야 했던 작가는 속기사 안나 스니트키나를 고용하여 《도박사》와 《죄와 벌》을 완성하고 이듬해 1867년 2월 속기사와 두 번째로 결혼한다. 1867년 아내와 함께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떠돌며 《백치》, 《영원한 남편》, 《악령》 등을 쓴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동안 세 아이가 태어난다. 작가가 46세일 때 태어난 첫 달 소피야는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사망한다. 작가에게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안나 스니트키나는 작가의 마지막 날까지 든든한 옆지기로 남는다. 1881년 1월 28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부를 구상하고 있던 도스토옙스키는 앓던 폐기종이 악화되어 숨을 거둔다. 1881년 2월 1일 장례식을 찾은 6만여명의 인파가 떠나는 작가의 마지막을 지켜보았다. 도스토옙스키는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 티흐빈 묘지에서 안식하고 있다. 대표작은 《가난한 사람들》, 《백야》, 《분신》,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생활자의 수기》, 《도박사》,《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이 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옮긴이
김정아

김정아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 가서,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슬라브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2008년부터 고전 전문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3∼4년에 걸쳐 발췌본 《지하생활자들의 수기》(2010), 《무엇을 할 것인가?》(2010), 《가난한 사람들》(2011), 《죽음의 집의 기록》(2011), 《죄와 벌》(2012), 《백치》(2012), 《악령》(2013),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14), 《도박사》(2015), 《학대받고 모욕받은 사람들》(2016), 《미성년》(2018)과 단행본 《카람진 단편집》(2010), 《온순한 여인》(2018), 《우스운 사람의 꿈》(2018)을 출간했다. 백 년 갈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죄와 벌》(2020)을 시작으로 《백치》(2021), 《악령》(2023),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2025)을 차례로 번역 출간했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번역한 예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고, 한국에서는 유일무이하다. 번역의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푸시킨 메달의 최종 후보로 지정되었다. 러시아의 외교와 문화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대표 재단 〈루스키 미르(Русский Мир)〉의 제17차 총회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았다.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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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 지도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도 포함

건물부터 도로명, 잡목과 웅덩이까지 상세하게 묘사한,
186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 중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지도

도스토옙스키 흉상 미니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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