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이 지닌 신비와 아름다움을
기록해온 사진가
가와우치 린코의 작품이
자연에서 삶의 진리를 배우고 희망을 노래하는 메리 올리버의 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다.
알라딘 단독 리커버와
메리 올리버의 신간 에세이
눈덧신토끼, 모카신꽃, 바다비오리, 북양가마우지, 붉은꼬리말똥가리, 푸른부전나비……. 메리 올리버는 이들을 ‘토끼, 꽃, 오리, 가마우지, 말똥가리, 나비’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개별종種의 이름을 끈기 있게 찾아내어 하나하나 호명한다. 인간 세상보다는 자연계에 어울리고, 또 합당한 시인이었다. 대지에 발을 딛고 야생으로 눈을 돌리고서야 이미지의 샘에서 길어 올리는 메리 올리버의 시와 산문은 원초적이면서도 웅숭깊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읽을 때만큼은 삶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도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는 공연한 고양감과, 실은 무엇도 그리 대단치 않다는 사소한 해탈감에 휩싸인다. 2013년에 『완벽한 날들』이 출간되었으니, 메리 올리버는 마음산책의 절반을 함께해온 셈이다. 메리 올리버의 신간 『시 쓰기 안내서』, 시선집 『기러기』, 산문집 『긴 호흡』 특별판을 동시에 선보이며 25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자축한다. ‘빛’과 ‘생명’의 신비를 프레임에 담아내는 사진가 가와우치 린코의 사진이 책에 반짝이는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사진 같은 문장을 쓰는 메리 올리버와 시적인 사진을 찍는 가와우치 린코. 이 각별한 만남을 선사하게 되어 부듯하다.
편집자 김수경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은 생각의 여유를 갖게 하고, 주변을 천천히 살피며 바라보게 한다. 삶의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은 사진가 가와우치 린코의 이미지와도 닮아 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 빛이 번지고 맺히는 순간들, 특유의 여백과 투명함이 감도는 사진의 질감은 마치 시처럼 빛과 자연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메리 올리버의 언어를 더욱 빛나게 한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놓인 글자는 조금씩 어긋나고 비껴가는 배치 속에 시의 운율을 담았고, 규칙은 있지만 정해진 틀에 가두지 않으려 했다. 이미지와 문장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시선과 마음이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란다.
디자이너 오세라
시를 읽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은, 이 겁에 질리고 돈을 사랑하는 세상에서 시의 영향력이 너무도 미미한 것은, 시의 잘못이 아니다. 결국 시는 기적이 아니다. 개인적 순간들을 형식화(의식화)하여 그 순간들의 초월적 효과를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시는 우리 종種의 노래다.
이따금 나는 몸을 기울여 물을 들여다본다. 연못물은 거칠고 정직한 거울이다. 내 시선뿐 아니라 사방에서 물그림자에 합쳐 드는 세상의 후광도 비춘다. 그러니까 연못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며 노래를 조금 부르는 제비들은 내 어깨 위로, 머리칼 사이로 날아다니는 것이다. 진흙 바닥을 천천히 지나가는 거북은 내 광대뼈를 만지는 것이다.
착하지 않아도 돼.
참회하며 드넓은 사막을
무릎으로 건너지 않아도 돼.
그저 너의 몸이라는 여린 동물이
사랑하는 걸 사랑하게 하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절망도 말해주지.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가지.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투명한 조약돌 같은 비가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가지,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너의 상상에 맡겨져 있지.
시인은 학교에서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존재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화가나 조각가, 음악가도 매한가지다. 본질적인 것들은 가르칠 수 없고 그저 주어지거나 스스로 얻는다. 다음 사람을 위해 분해하여 새로 조립할 수 없는 신비한 방식으로 형성된다.
그럼에도 화가나 조각가, 음악가는 자기 분야의 현대적 이론들과 기법들은 물론 과거 역사와도 활발히 접해야 한다. 시인도 그렇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배울 수 있고 배워야만 하는 건 아주 많다.
이 책에는 그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다.
시는 하나의 순간이다. 세상에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주목하는 하나의 순간.
<긴 호흡> <기러기>
1권 이상 구매 시 (선택, 선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