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 88호

김혜순의 세계로 향하는 열아홉개의 열쇠말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국제문학상을 잇달아 수상 작가. 세계 독자와 가장 근접한 자리에 있는 한국문학가 중 한명인 김혜순의 시론입니다. 강연과 연설, 연재 산문을 선별해 김혜순 시 세계의 이론적 토대를 드러냅니다. #복화술#목소리#슬픔#침묵#불안#죽음#다시쓰기#딸꾹질#반복#미장아빔#방언#동물#고백#고통#덩어리#사이#시간#사막#받아쓰기. 열아홉 개의 키워드를 부연하는 산문으로 김혜순의 세계로 들어서 봅니다.
2023년 베를린 시 연설의 기조노트였던 「Tongueless Mother Tongue(혀 없는 모국어)」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 수상과 함께 소개된 산문 「공중의 복화술(Bird Rider)」을 특히 눈여겨 보면 좋겠습니다. 김혜순의 시 특유의 이승과 저승 사이에 걸쳐있다는 감각, 몸이 말을 담는 그릇이라는 감각이 어디에서 오는지 시인은 논리를 쌓아 답합니다.+ 더 보기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독일 국제문학상을 잇달아 수상 작가. 세계 독자와 가장 근접한 자리에 있는 한국문학가 중 한명인 김혜순의 시론입니다. 강연과 연설, 연재 산문을 선별해 김혜순 시 세계의 이론적 토대를 드러냅니다. #복화술#목소리#슬픔#침묵#불안#죽음#다시쓰기#딸꾹질#반복#미장아빔#방언#동물#고백#고통#덩어리#사이#시간#사막#받아쓰기. 열아홉 개의 키워드를 부연하는 산문으로 김혜순의 세계로 들어서 봅니다.
2023년 베를린 시 연설의 기조노트였던 「Tongueless Mother Tongue(혀 없는 모국어)」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 수상과 함께 소개된 산문 「공중의 복화술(Bird Rider)」을 특히 눈여겨 보면 좋겠습니다. 김혜순의 시 특유의 이승과 저승 사이에 걸쳐있다는 감각, 몸이 말을 담는 그릇이라는 감각이 어디에서 오는지 시인은 논리를 쌓아 답합니다.
군인들이 검은 콜타르로 글자를 지워 돌려주던 기억. 형사에게 뺨을 맞던 기억. '문학은 어디에서 시작할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인은 수치의 기억을 꺼내듭니다. '우리에게는 '사이'라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45쪽) 믿는 이들만 들을 수 있는 딸꾹질. 그 사이에 시가 걸려 있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 접기
83쪽 : 권력은 불안을 피해 질서를, 순서를 구조화하려 한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한없이 권력은 불안의 휘하에 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흩어져버려서, 나는 무수히 많아서, 권력에 맞설 수 있다. 나는 모래처럼 많다. 나는 그 많은 모래의 입으로 끝까지 중얼거린다. 중얼거림으로 불안에 대항한다. 이 중얼거림으로 죽음이 끝없이 연장되기를 바란다. 미리 모래처럼 죽어서, 미리 모래처럼 흩어져서, 사막처럼 넓게.

Q :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이 첫 장편소설인데요,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A :
감사합니다. 누가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것처럼 자꾸 웃음이 나는데, 문득문득 부담감이 찾아오기도 하네요. 그동안 단편 위주로만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주변 작가들에게 장편을 써야 한다, 단독 저서가 있어야 한다,라는 얘기를 귀 아프게 들었는데요. 단독 저서라는 게 오롯이 혼자 짊어진다는 뜻도 있다는 말은 안 해주더라고요. 종종 제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자동차를 몰고 여러 굴곡과 오르막 내리막을 거쳐 드디어 체크포인트 하나를 지난 기분이에요. 안전가옥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에너지를 채웠으니 이제 계속 달려야죠. 장편도 더 쓰고 단편집도 내고 싶어요.
+ 더 보기
Q :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이 첫 장편소설인데요, 첫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A :
감사합니다. 누가 옆구리를 간지럽히는 것처럼 자꾸 웃음이 나는데, 문득문득 부담감이 찾아오기도 하네요. 그동안 단편 위주로만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주변 작가들에게 장편을 써야 한다, 단독 저서가 있어야 한다,라는 얘기를 귀 아프게 들었는데요. 단독 저서라는 게 오롯이 혼자 짊어진다는 뜻도 있다는 말은 안 해주더라고요. 종종 제멋대로 움직이려 하는 자동차를 몰고 여러 굴곡과 오르막 내리막을 거쳐 드디어 체크포인트 하나를 지난 기분이에요. 안전가옥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에너지를 채웠으니 이제 계속 달려야죠. 장편도 더 쓰고 단편집도 내고 싶어요.
Q :
마장동의 상인이 스마트폰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라는 소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장동은 이 소설의 공간이기도 한데요, 작가 개인에게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A :
저는 실제로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칼을 쓰며 15년째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정말 다양한 배경, 성격,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다정하게 손을 잡았다가 한순간에 등을 돌리기도 하는 치열한 공간이에요. 유쾌하고 살벌하지요. 좋은 사람그리고 반면교사가 넘쳐서 장르물 창작을 위한 영감을 많이 얻습니다. 바로바로 메모를 남기거나 틈틈이 글을 이어 쓰는데, 손의 상태나 장소의 제약 탓에 스마트폰이 편하더라고요. 이 인터뷰 답변도 스마트폰에서 작성 중입니다. 퇴근 후에는 노트북을 쓰기도 해요.
Q :
수사물을 좋아하는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 탐정 부응옥란의 캐릭터가 멋집니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만났던 책 중 '부응옥란'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 독자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책 두 권을 소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인정 선생님의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인데요.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일상적이고 제도적인 차별과 이에 맞서 힘을 모으는 용기를 꼼꼼히 기록한 책입니다. 여기 인터뷰한 모두가 부응옥란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춘희 선생님의 『깻잎투쟁기』입니다. 한쪽에서 이성을 위해 깻잎을 젓가락으로 눌러주니 마니 하는 사소한 우스개 논쟁이 벌어지는 동안에 비닐하우스에서 매일 10시간 동안 1만5천 장의 깻잎을 따야 하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지내며 적어 나간 내용이에요.
덧붙여 『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 속에 등장하는 부응옥란과 강 소장의 전사가 담긴 본 장편의 프리퀄이자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 <어느 노동자의 모험>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 접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의 소설이 2025년 개정 출간되기도 했습니다.)을 보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차가 어둠을 뚫고 터널을 지나며 빛이 쏟아지는 장면을 극장에서 보는 것을 제가 참 좋아한다는 것도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에 바로 이 장면이 나옵니다.)
문지혁의 소설 '나이트 트레인'은 그때 그 시절 유레일 패스로 하던 침대차 유럽 배낭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입니다. 1996년 크리스마스에 <비포 선라이즈>를 본 연인은 두 주인공처럼 빈에서 대관람차를 타길 바랐었습니다. '어느 고단한 밤에 눈을 감으면 나는 아직도 유럽 어딘가를 향해 가는 야간열차 3등칸 꼭대기 침대에 누워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여행은 마침표를 찍지 못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께 기차에 실려 기차의 리듬으로 추억을 향해 떠나보는 소설의 애수를 함께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몇 년 전 한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참 맥을 짚던 한의사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겁이 많으시죠?”
당황한 저는 답했습니다.
“맥으로도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살아 있는 내내 약동하는 맥으로 ‘나는 겁쟁이야’를 외치는, 의사 선생님이 입증한 ‘공식 겁쟁이’입니다. 이런 겁쟁이가 난생처음 호러 소설을 편집했습니다. 그것도 호러 제철이라는 여름이 아닌, 칼바람이 뺨을 때리는 겨울에 말이죠. 바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유명한 김진영 작가님의 <여기서 나가>입니다.
<여기서 나가>는 땅을 둘러싼 집착과 공포를 다룬 호러 소설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희망퇴직 당한 40대 남자 형용은 형이 어머니 이름으로 매입한 전북 군산 ‘청사동’의 땅을 알게 됩니다. 형수 몰래 어머니에게 땅을 증여받은 형용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인생 재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음식이 썩어 나가고, 아내 유화는 일본 전통 옷을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 환영에 시달립니다. 불길함을 지우지 못한 유화는 이 땅의 역사를 알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이곳이 일본인의 호화 주택이었고, 이 집에서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화가 목격한 ‘하얀 얼굴의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 부부의 죽음은 현재의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 더 보기
몇 년 전 한의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한참 맥을 짚던 한의사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겁이 많으시죠?”
당황한 저는 답했습니다.
“맥으로도 그런 걸 알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살아 있는 내내 약동하는 맥으로 ‘나는 겁쟁이야’를 외치는, 의사 선생님이 입증한 ‘공식 겁쟁이’입니다. 이런 겁쟁이가 난생처음 호러 소설을 편집했습니다. 그것도 호러 제철이라는 여름이 아닌, 칼바람이 뺨을 때리는 겨울에 말이죠. 바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유명한 김진영 작가님의 <여기서 나가>입니다.
<여기서 나가>는 땅을 둘러싼 집착과 공포를 다룬 호러 소설입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희망퇴직 당한 40대 남자 형용은 형이 어머니 이름으로 매입한 전북 군산 ‘청사동’의 땅을 알게 됩니다. 형수 몰래 어머니에게 땅을 증여받은 형용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적산가옥 형태의 카페 ‘유메야’를 짓고 인생 재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음식이 썩어 나가고, 아내 유화는 일본 전통 옷을 입은 ‘하얀 얼굴의 남자’ 환영에 시달립니다. 불길함을 지우지 못한 유화는 이 땅의 역사를 알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이곳이 일본인의 호화 주택이었고, 이 집에서 부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유화가 목격한 ‘하얀 얼굴의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고, 이 부부의 죽음은 현재의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책의 교정을 밤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사무실에 홀로 남아 야근을 할 때면 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았음에도 주섬주섬 짐을 싸 집에 돌아갔습니다. 겨울은 특히 밤이 길고 깊기 때문에 원고를 마주하고 있기가 더 두려웠죠. 소름 돋는 순간은 낮에도 자주 찾아왔습니다. 유화처럼 ‘하얀 얼굴의 남자’가 무섭기도 했지만 땅에, 스스로 만들어낸 욕망에 잡아먹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도 저를 두렵게 했습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기 때문에 더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나가>는 저 같은 겁쟁이도 도전할 수 있는 호러 소설입니다. 읽을 때 무섭다기보다는 (물론 무섭습니다만) 다 읽고 난 뒤 더 무서워지는 호러 소설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긴 어렵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앞의 이야기와 뒤의 이야기가 완벽히 맞물려 ‘독서의 쾌감이란 이런 것이다’를 알려주는, 다른 의미에서 등줄기를 오싹오싹하게 만드는 호러 소설이기도 합니다. ‘재밌는 이야기’는 사계절이 제철입니다. 아직은 긴 밤, <여기서 나가>를 읽으며 보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반타 출판사
- 접기

활동 영역을 넓혀나가는 중인 젊은 소설가의 소설집 두 권을 소개합니다. <내일의 엔딩> 김유나 첫 소설집 속 인물들은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사기와 배신, 폭로와 도주, 침묵과 공모 같은 상황에 놓여서도 스스로의 물렁함을 받아들이고 마는 사람들. 불확실한 대신 덜 거짓된 삶을 마주보는 사람들이 가족, 사랑, 노동, 돈, 계급, 돌봄, 기후 같은 동시대의 질문을 겪어가나는 모습을 인간적으로 그려냅니다.
기후 문제를 연여름의 소설은 SF의 방식으로 풀어봅니다. 드론으로 비구름을 통제하는 ‘구름 협약’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구름이 있는 나라는 풍요를 누리고, 나머지 나라는 굶주리며 살아야 합니다. 거대기업이 구름과 꿈 같은 아름다움을 독점하는 근미래를 상상하며 연여름은 인간다움의 자리가 존재할 미래를 그려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