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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3일 : 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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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자체 못지않게 이 소설이 뻗어나가는 방식이 주목받은 소설입니다. 해외에서 30만 부 이상 판매, 특히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동아시아권, 일본에서 20만 부 이상 판매되며 화두를 던졌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운이 나쁘지 않은 김지영 씨의 삶의 평범성을 통계로 보여주며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습니다.

조남주의 <재이>가 10년 후 던지는 질문은 계급에 관한 것입니다. 서울 '달동네'에서 출발해 '한강 뷰' 아파트까지, 적절한 시기에 부동산을 구매해 계급횡단을 이룬 재이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합니다. 문제는 이토록 운이 좋은 재이가 여전히 한국사회에 살고 있고,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우범지대에 사는 모범생, 상식과 교양이 없는 명문대생,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장학생, 스펙이 떨어지는 대기업 사원으로 차근차근 상위 계급 끄트머리에 탑승한 재이가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내가 그곳의 사람이 아니라는 감각, 어떤 까끌거림입니다. 재이는 사무실에서 양치를 시작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못 배운 인물, 자신의 어떤 면을 드러내도 되는 것인지 늘 필터링중이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동료들과 친해지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왜 여전히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지, 조남주의 소설이 질문하는 자리에 독자도 멈춰서 우리 사회를 둘러보게 됩니다. + 더 보기

53쪽 : 나는 충분히 가난하고 불행했고, 또 그렇게까지 가난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서 답답하고 불안했던 것 같다. 느린 속도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한없이 거꾸로 걸어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막막했나. 우울했나. 콕 집어 표현하기 어렵다. 언어가 없으면 감정도 사라진다.

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젊은 근희의 행진> 같은 소설, 이서수 작가가 등장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먹고 사는 게 얼마나 보통이 아닌 일인지를 직시하는 이서수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은 대개 익명에 숨지 않고 자기 이름을 소설 제목에 전면으로 드러냅니다. 이름을 걸고 하는 이 인물들의 적당히 부도덕한, 먹고 살기 위한 분투를 보면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신작의 제목은 <우리 착한 나진>입니다. 나진은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무난한 사람입니다. 15년 만에 등장한 과외학생 다혜가 “착한 사람 콤플렉스는 고치셨어요?” 느닷없이 묻는 순간 나진의 '착함'은 위기에 봉착합니다. 내가 더 우위에 있을 때 베푸는 방식으로 착함을 유지하고, 이 무게추가 기울어지는 순간 가차없이 '손절'해왔던 나진에게 어떤 일이 있을지 이 인물의 속내가, 진짜 얼굴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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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열림원

소설을 사랑한다는 고집스러운 선언

2026년 가을, 열림원은 계간 『문학림』을 창간했습니다. 이 시대에 종이 문예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반가운 인사 뒤로 으레 걱정 한마디가 덧붙곤 했습니다. 책도 어렵고 문예지는 더 어렵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요즘이니, 그런 걱정이 뒤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점이 『문학림』의 출발을 재촉했습니다. 새로운 목소리가 쉼 없이 등장하는 지금, 먼저 도착한 활자를 너무 성급히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문학림』은 그렇게 가속에는 불응하고 망각에는 기록으로 맞서며, 문학에는 문학만의 시간이 있다고 우겨보기로 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처음부터 ‘소설’이 있었습니다. 물론 소설만을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학림』이 소설을 중심에 둔 까닭은 그 장르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소설은 인간의 모순을 하나의 명제로 정리하지 않고, 삶의 불확실성을 명쾌한 해답으로 봉합하지도 않습니다. 쉽게 설명되지 않는 것을 오래 들여다보고, 하나의 답에 도달한 뒤에도 슬그머니 다른 물음을 꺼내놓죠. 정답과 명료함이 환영받는 시대에 이토록 끈질기게 망설이는 장르라니요. 우리는 바로 그 사랑스러운 고집을 소설의 오래된 미덕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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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예술

1997년 「초록물고기」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이창동은 두 권의 소설집을 냈습니다. 1992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수록한 두 번째 소설집 <녹천에는 똥이 많다>, 1987년 첫 소설집 <소지>가 그것입니다. 1980년대의 소설답게 이창동의 소설은 현실에 밀착해있습니다.

일부 극장에서 9월 말 개봉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가능한 사람>과 함께 이창동의 예술 세계의 초기작을 함께 살피고 싶다면 이 소설집도 함께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영화감독 이전 시기의 이창동, 세계에 대한 증언으로서 소설을 썼던 이창동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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