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던지는 질문
작가와 편집자에게
지금 시민사회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과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최재천
우리 아이 어떤 어른으로 키우고 싶으세요?
학자의 삶을 살며 제가 평생 한 게 관찰입니다. 그 관찰로부터 삶의 성찰을 얻으려면 ‘통찰지능’을 길러야 한다는 걸 이 책에서 배웠습니다. 이제는 IQ와 EQ를 넘어 InQ(통찰지수)에 주목해야 합니다.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를 추론해내는 것이 바로 통찰이며, 경험으로부터 얻는 후견지명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견지명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바로 통찰지능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하는 것을 ‘통찰지능하다’라는 동사로 표현합니다. 우리 아이들 통찰지능하는 어른으로 키웁시다.
우춘희
‘구로공단'의 ‘공순이'는 ‘구로디지털단지'의 ‘콜순이’가 되었고, 여성들은 늘 저임금 구조에 묶여 자신의 건강과 감정을 갈아 넣고 있다. “전화기로 미싱하는 줄 알았다”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콜센터는 20세기 노동 착취 공장이라 불리며, 콜 수에 대한 실적 압박, 실적 위주의 경쟁 업무 환경 등 온갖 노동 통제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이런 노동 환경에 문제 제기 하고, 지지 않으려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저항의 몸짓과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는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차례이다.
변진경
모두가 주목하는 죽음이 있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죽음이 있다. 아주 차갑고 잔인하게 표현하면 ‘생명의 가격표’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불편한가? 생명의 무게는 모두가 같다고 믿고 싶은가? 눈감고 외면하는 동안 이미 생명 가격표 매기기와 그것에 따른 불공정의 작동은 우리 세계에서 매우 합법적이고 보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험 배상, 법원 판결, 의료적 결정, 정부/기업 정책, 자녀 출산/양육, 미디어 의제 설정에서. 그리고 더 잔인하게도 이 가격 책정은 우리 모두가 일정 부분 합의한 결과다. 책은 묻는다. 당신이 매긴 당신과 당신 이웃의 목숨 값은 얼마인가? 그것은 공정한가? 그리고, 옳은가?
홍은전
“온통 잘못 알고 살아왔군.”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방에 무너뜨린다. 전자는 나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나를 제로로 만든다. 쌓았다 무너뜨리길 반복하면서 나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면 연신 감탄하며 읊조린다. “온통 잘못 알고 살아왔군.”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다음 장을 넘기기가 두려우면서 동시에 몹시 가슴이 뛰는 그런 책을 사랑한다.
김민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법의 적용과 집행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속류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 뉴스를 보면 오늘날 법은 한쪽 편을 들기 위한 수단이거나 그러한 시도의 결과물에 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법의 본질은 인간과 사회가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규정하고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사회적으로 정의하는 것에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보면 우리 사회가 갖는 법에 대한 시선은 대개 도착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기 때문에 법을 둘러싼 저급한 수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 수렁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김도현
알랭 바디우는 《철학과 사건》에서 “사건은 어떤 가능성의 창조이고, 어떤 가능성을 열어젖힙니다. 사건은 알려지지 않았던 가능성이 실존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리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집으로 가는, 길》은 모종의 사건에 관한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법인에 의한 자발적 시설 폐지라는 ‘사건’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장애인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로의 가능성을 우리에게 명징하게 가리켰다. 그들이 창조한 가능성을 현재화하는 것, 그것은 이 책과의 접속이라는 또 다른 작은 사건들의 다중적 연쇄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유선경
개인적으로 앞으로 더욱 첨예할 사회 문제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이 ‘세대 갈등’과 ‘에이지즘(Ageism)’이다. 둘은 사실상 샴쌍둥이와 닮았고 여기에서 세대 갈등에 대해서만 얘기하자면 “너는 안 늙어봤지? 나는 젊어봤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청년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이전 세대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걱정’이나 ‘동정’ 대신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에 대한 지식을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데이터와 함께 제시하고 있고 정책도 제안하고 있어 청년의 ‘가장 외로운 선택’에 대해서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알리고 있다.
김관욱
한국에서 개인과 사회 차원에서 ‘성장’이라는 단어는 어떤 이미지로 상상될까? 혹시 성장을 위해 개인은 건강과 여유라는 자원을 ‘기꺼이’ 태우고 있고, 사회 역시 자원을 재생 한도를 ‘초과해’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와 같은 노력들이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진정 필수불가결한 것일까? 영국 경제인류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제이슨 히켈은 자연도, 인간의 몸도 무한정 착취가능한 ‘원료’로 쓰이고 있는 현대사회를 향하여 모든 생명의 균형된 삶을 추구해 왔던 인류의 오래된 애니미즘적 지혜, 즉, 탈성장의 풍요로움을 소개한다.
김종진
책으로 시대를 건너듯, ‘노마드’라 불리는 새로운 노동을 마주한다.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 무너지고, ‘노마드’라 불리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멀어져 서비스업으로 향하며, 특정 시기에만 일하고 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는 계절노동자, 낙오된 혹은 빈털터리가 된 사람들이 선택하는 일을 보여준다. 《노마드랜드》는 미국의 은퇴한 노동자들 삶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지만, 몇 년 후 우리 모습일지 모른다. 트레일러에 몸을 싣고 방랑을 떠나듯 해방된 삶을 찾는 아마존 노동자의 묘한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황유나
룸살롱 불패 신화를 들어보셨는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한국 신화 중의 신화다. 성매매 산업은 30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한다. 왜 룸살롱으로 돈 벌기는 실패하지 않는지,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의 성매매 경제가 가능한지 진지하게 질문한 경제학자는 없었다. 몰성적(gender blind)인 관점에서 경제를 들여다보는 시도는 언제나 여성이 연루된 경제행위를 누락하고 삭제하기 때문이다. 정장을 입은 남성들만 등장하는 반쪽짜리 금융경제 분석 너머를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신용의 담보물로 거래되는 여성, 증권화된 여성들이 떠받치고 있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시장경제의 민낯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영선
능력/경쟁만이 유일한 법칙인 양 내세워지는 작금의 세계는 우리를 무능력 상태로 내몬다. 압박과 불안, 괴롭힘과 경련이 뒤엉키면서 우리의 삶을 할퀸다. 방향 감각을 잃게 한다. 혐오와 자살을 유발한다. 여기 고통의 장소에서 내일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죽음은 불안정, 극단적 개인화, 우울증을 특징으로 하는 죽음의 체제에서 우연이나 예외가 아니다. 반복되는 집단적 현상이다. 예외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보편적인 죽음이다. 감내와 적응, 각자도생의 익숙했던 방식을 넘어 어떻게 새로운 균열과 가능성을 현실화할 것인가?
홍명교
‘제국적 생활양식’이란 북반부 선진국 시민의 소비주의적이고 생태파괴적인 삶의 양식이다. 기후위기로 인류문명의 파국이 위협받는 오늘, 우리는 부지불식 간 이 문제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태로 살고 있다. 저자는 소비 문제와 전 지구로 시야를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문제설정은 삶의 방식과 체제 모두를 돌아보게 하고, 윤리적이고도 정치적인 딜레마를 주목하게 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기후위기에 맞선 대안은 탄소거래세 같은 가짜 대안이 아니라,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저항을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생활이 일국적 차원을 넘어 ‘남반구’ 민중의 삶과 자연에 대한 착취를 통해서만 작동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권김현영
당사자가 운동 방식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한편에선 일본 극우단체로부터 시작된 역사부정주의는 국경을 넘어 아카데미와 현실 정치에 퍼지고 있다.
오래된 문제와 새로운 질문, 그 어떤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풀어갈 길을 찾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김내훈
오늘날 급변하고 요동치는 정치경제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포퓰리즘 물결은 어떻게든 시급히 대답을 찾아야 하는 질문으로 다가왔다. 생각 외로 쉽고 흥미롭게 작금의 혼란스러운 현실 상황 및 그것을 사고하는 학문적 틀을 설명해주는 이 책이 제시하는 대답은 주권, 통제, 보호 그리고 민족주의적·애국주의적 반격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저 키워드들에 당혹스러워하기 전에 일단 한번 천천히 읽어본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대한
다산북스 편집자
어떻게 해야 혐오와 갈등 대신, 좀 더 건강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까?
전쟁, 이상기후, 성별·이념별 갈등 등…. 세상은 부정적 소식들로 가득하다. 이 모든 걸 단번에 해결할 비법은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이 책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건강하지 않은 토끼에게 애정을 쏟는 것만으로 신체 수치가 좋아진다. 매일 포옹을 받는 이는 병에 걸릴 확률이 32% 낮아진다. 건강을 돌보는 것조차 지극히 관계적인 일이었던 거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모두가 일상에서 타인에게 좀 더 다정해질 수만 있어도, 분명 그 세계는 훨씬 나은 모습일 테니까.
이진
사계절 인문팀 편집자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가 채 30만 명이 되지 않습니다. 어린이, 청소년을 돌보고 만나고 생각하는 일이 흔치 않은 경험이 되었지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생활과 관련된 제도, 시설,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이 책은 지금의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죽고 다치고 굶고 학대당하고 존재가 지워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조금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욱 끝까지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미래를 설계하고 마련할 어른으로서 말이죠.
김성태
김영사 편집자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실격일까요?
실패하는 인간은 있지만 실격당한 인간은 없습니다. 장애나 질병은 잘못일 수 없습니다. 앞선 두 문장을 쉽게 쓰는 사람은 있어도 오롯이 와닿게 쓰는 작가는 드뭅니다. 김원영 변호사가 온몸으로 쓴 글은 진실하고 적확하여 삶을 사랑해버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누군가가 쏜 삿대질의 책임이 나에게도 있음을 알게 하고 타인에게 휘두른 언어의 주먹질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느끼게 합니다. 무릎이 꺾이는 순간에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가정을 멈추게 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타인의 미추를 낙인찍지 않고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김경훈
한겨레출판 인문사회팀
어떤 책은 보이지 않던 존재를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리게 한다. 이 책이 그렇다. 좀처럼 닿지 않던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이 책을 보면 귓가에 생생하게 울린다. 8시간 노동을 명시한 근로계약서를 쓰고도 10시간 넘게 일하는 노동자들은 묻는다. “왜 사장님은 한국 법 안 지켜요?”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 한국인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사장들에게도 묻는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까 세금도 절반, 음식값도 절반만 낼게요. 그러면 될까요?” 표현은 다르지만 이들의 질문은 결국 하나다. “당신들은 우리를 ‘값싼 인력’이 아닌 ‘인간’으로 보고 있나요?” 우리는 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한성근
이데아 대표
뉴스나 여행에서 잠깐 마주하는 중국을 볼 때마다 궁금했다. 세계의 공장을 자임하며 마른 수건 쥐어짜듯 탈탈 털어 막대한 부를 축적하는, 소위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왜 저항이 일어나지 않을까? 자본과 시장에게 활짝 열려있는 세계화라는 그 공간에, 비록 미약하고 고단하겠지만 저항과 연대의 세계화는 가능할까? 이 질문들에 단서를 제공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 속의 ‘중국 친구들’이 반갑고 소중하다. 부디 사라지지 말고 분투해주길, 그리고 언젠가 함께 연대할 수 있기를.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
우리를 소스라치게 하는 권력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그 답은 시몬 베유의 『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에 나와 있다. 『일리아스』의 진짜 주인공은 ‘힘’이다. 즉 『일리아스』는 권력을 비추는 가장 깨끗한 거울이니, 지금 우리 사회도 이 텍스트에 비춰볼 만하다. 권력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무無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힘을 남용하는 이들에 맞서 세계를 숙고하고, 힘의 제국을 존중하지 않으며 삶의 향배를 가늠할 척도를 개발해야 한다. 이 책은 약자 강자 모두가 읽어야 할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것도 시적인 내용으로.
정우진
따비 편집자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우리는 팬덤의 대상을 제대로 숭배하고 있는가?’ ‘우리의 칼끝이 향한 대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고 되뇔 수밖에 없었다. 조선의 유교는 끊임없는 종교개혁 과정 중에, 극단의 파괴와 배제도 있었지만, 불교와 무속, 그리고 성상을 품은 유교는 실제 삶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고 역동적 길항관계 속에서 공존한 기간 역시 길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중요 요소인 불교, 유교, 무속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지금의 적대적 종교관, 혹은 대립의 사회와 정치를 되돌아보게 해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임을 꼭 말하고 싶다.
정상태
아를 편집자
왜 정치자본 권력은 서로 다른 계급과 관계 속에서 역동하는 개인들을 납작하게 짜부라뜨려놓고 ‘세대’를 권력 경쟁과 이념 갈등의 전장으로 이용하는가? 586 정치경제 엘리트와 폐지 줍는 노인이 ‘꿀 빠는’ 기득권 기성세대로, 밤샘 알바를 전전하는 20대 노동자와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은 30대 부동산 부자가 ‘MZ세대’로 뭉뚱그려지는 것은 과연 합당할까? 이 책은 날카로운 질문과 유의미한 통계 자료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세대 담론의 실체, 그리고 그 속에서 축소된 거대한 불평등의 구조를 꿰뚫고 충실히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김예지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정교수 직에 여성이 적은 이유를 과학적 사실, 수치 기반으로 파고든 책 .10년의 조사 끝에 도달한 답은 예상처럼 결혼과 출산이다. 원서가 출간된 10년 전 미국과 지금 우리나라, 간극이 없어 막막했다. 해결책 또한 현재 진행형. 그래서 다시 그래프를 읽었다. 선을 이룬 한 점은자신의 우주를 일군 한 명의 사람이었다. 삶들이 쌓여 뚜렷한흐름이 만들어졌다. 긴 시간 많은 이가 몸으로 보여준 선이 어느덧 방향을 가리키는 모습에서 내일의 빛을 본다. 막막함 안에서 인간이란 빛을 나누고 싶었다. 우리의 한 점도 방법을 향해 나아갈 테니.
이정주
웨일북 출판사 편집자
지금 우리는 타인의 고통과 여느 때보다 가깝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로드되는 감염병과 재해, 전쟁의 이미지는 긴 텍스트보다 더 직관적이고 사실적으로 세계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참상을 알린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들은 그저 자극적인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는 게 아닐까? 《타인의 고통》은 연민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의 감정에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쏟아지는 고통의 이미지 속, 세계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묻는다.
이민재
서해문집 편집자
민주당 정부는 왜 실패했을까? 말을 바꿔보자. 불과 몇 해 전 그들에게 대통령직과 180개의 금배지를 안겨준 시민들은 왜 등을 돌렸을까?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갈등을 조직하고 대표하며(갈등의 정치화), 동시에 타협 가능한 대안을 만든다(갈등의 관리). 특히 수권정당의 제1덕목은 공동체의 최우선 갈등을 찾아내 정치화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 유권자가 대의제에 위탁한 ‘절반의 인민주권’은 그렇게 실현된다. 적폐청산, 조국수호, 총선은 한일전, 검수완박…민주당 정부가 5년간 대표한 갈등은 위탁받은 인민주권에 충실히 복무했을까?
임세현
오월의봄 편집자
“과연 우리는 장애가 있는 몸을 과거의 몸이나 앞으로 되어야 할 미래의 몸이 아닌 현재 상태 그 자체로 볼 수 있을까?” 이 묵직한 질문과 처음 마주했을 때,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내가 기다려온 것이 바로 이 질문이었음을. 감히 말하건대, 현실에는 이미 오롯이 현재를 살고 있는 무수한 몸들이 있다. 나는 매일같이 그런 뜨거운 몸들을 본다. 그 다양한 몸들을 삭제하고 외면하는 비장애중심 사회의 ‘치유 폭력’을 탐구한 이 책이 반가운 이유다. 장애를 더없이 타자화하는 이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핵심이 우리 삶을 정확히 관통하길 바란다.
전두현
휴머니스트 편집자
많은 이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문제에 골치가 아플 때 뜬금없이 이 책이 떠오르곤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수학’처럼 명쾌하게 해결되길 바라서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 김민형 교수는 수학이 오답을 바탕으로 발전했고, 때로는 제한적인 조건에서 문제를 풀기도 하며, 심지어 답이 없는 문제도 있다고 말한다. 수학조차도 그런데 하물며 인간 사회는 어떻겠는가? 이런 위안을 받으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이 펼쳐 보이는 수학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김민형 교수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된다.
김은우
유유 편집자
취향과 신념,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차별과 낙인 찍기를 자주 목도합니다. 이 책은 심리적 문제를 안은 정신과 환자들을 보여 주지만, 사실은 낙인과 편견을 안고 사는 이 세상 모든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 마음에 내재된 차별적인 시선을 응시하게 하고, 우리가 ‘저들’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사실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결국 차별과 낙인은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박효주
윌북 편집자
“왜 그들은 담배를 많이 피울까?”에서 시작한 질문이 하청에 하청으로 이어지는 노동 구조, 초 단위의 시간 관리, 주로 여성에게 지워지는 감정노동, 일터에서 일어나는 비인간화 등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한 사람들을 욕하기는 쉽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기 어려워진 때에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 몸 역시 억압받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를 지키려고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돌아보는 건 어떨까? ‘사람’을 마주하려 하는 저자의 태도가 어떤 지침 내지는 힌트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최윤경
어크로스 편집장
동물학대는 호기심이 불러온 일탈일까?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의 시대이자, ‘호기심에’ 돌을 던져 오리를 죽이고 고양이를 불태우는 시대다. 이 간극을 지나치기 어려운 까닭은, 나보다 약한 존재를 함부로 다뤄도 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버릴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동물 학대와 인간 폭력의 관계를 연구한 이 책은 동물 학대를 주의 깊게 살핌으로써 여성, 어린이 등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내는 신호도 알아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내 새꾸’를 향한 애정과 관심을 다른 동물에게도 조금만 나누어준다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생각보다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최지수
창비 편집자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은유의 <크게 그린 사람>에는 그 대답들이 담겨 있습니다. 은유가 ‘크기를 바꿔놓은’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 환란의 시대에 붙잡고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서문의 이 문장을 여러 번 곱씹어봅니다. “모두가 쳐다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람이 무엇인지 사유를 자극하는 사람들.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 자체로 모두의 해방에 기여하는 사람들.”
남영란
북21 편집자
차별은 꼭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나지 않는다. 선명한 경계 없이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공간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에서 일과 삶을 병행하는 여성은 교묘하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소외를 경험한다. 모두를 위한 도시라 해도 모두에 의해 지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한 도시 설계의 편향성을 되물을 때 삭제되고 배제되었던 여성, 아이, 성 소수자, 장애인, 이민자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어떻게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가? 모두가 평등한 도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리시올 편집장
볼프강 슈트렉의 연구는 오늘날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사실을 적어도 세 가지 알려 줍니다. 첫째, 20세기 중후반부터 성장 둔화에 직면한 자본주의는 인플레이션과 국가 부채, 이후에는 재정 건전화와 민간 부채를 활용해 시간을 벌어 왔습니다. 둘째, 오래전부터 현명한 이들이 지적했듯 이런 시간 벌기로 위기를 관리하는 자본주의는 사실상 제 무덤을 더욱 깊이 파고 있는 셈이며 이제는 파국을 미룰 방도를 거의 다 소진한 듯이 보입니다. 셋째, 우리가 자본주의의 무덤 앞에서 직접 관 뚜껑을 못질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좋은 세상이 오는 대신 한층 심각한 무질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큽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부각된 재정 건전성 문제나 자본주의 생산 및 소비가 가속화하는 기후 재난을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슈트렉의 논의는 이 참을 수 없는 압력들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구조적이고 역사적으로 조망할 지도를 그려 줍니다.
석현혜
사회평론 편집자
AI가 사회적 편견의 집합체라면? 먹방 콘텐츠는 야만의 상징이 될 것인가? 지금은 맞지만 미래에는 틀리다? 생명공학, 로봇과 인공지능, IT 기술 등 빠른 과학 기술의 변화에 따라 사회도, 윤리도 바뀐다.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가 던지는 도발적 질문들은 모든 윤리적 기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뀜을 보여준다. 내가 현재 믿는 윤리도 미래에는 야만이 될 수 있다는 성찰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이다. 옮음을 믿는 것보다, 옳음을 논하는 윤리적 태도를 역설하기에 더욱 의미 깊은 책.
임경훈
롤러코스터 대표
마치 ‘국뽕의 시대’ 같다. 경제, 대중문화, IT기술 등에 대한 뉴스를 접하다 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우리 이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자랑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는 괜찮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른 문화에 대한 혐오, 약자에 대한 차별, 성별과 지역에 대한 불평등이 여전하고 그것을 조장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외모와 체면이 주는 압박, 일에 대한 강박도 아주 심하다. 눈앞의 성과를 위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각자 삶의 고통과 갈등의 정도는 점점 극심해질 것이다.
박이랑
현암사 편집팀장
카페인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 괜찮은 걸까?
이 책은 성취에 중독된 사람들, 깨어 있는 모든 순간에 부지런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족과 연인, 일터에서 모두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지금을 살아가는 대부분 직장인에게 지금 우리가 떠는 부지런이란 무엇인지 왜 생겨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낱낱이 밝혀내는 책이다.
내 하루를 지배하고 있는 '게으르다는 착각'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보람
인플루엔셜 편집자
당신의 출근길은 안녕한가요? 저는 매일 6층 계단을 내려와, 정류장까지 20분을 걷고, 긴 줄을 서서 만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으로 출근합니다. 모든 행위에 ‘걷는다’는 동사가 전제된 이 일상이 누군가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걸 최근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사르트르는 ‘자기가 사는 사회를 이해할 방법은 가장 혜택받지 못한 계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리고 장애가 있는 여성’이 바라본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 책을 통해서 타인의 눈으로 여러분의 하루를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책으로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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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김은정 지음, 강진경.강진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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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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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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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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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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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경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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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수록 풍요롭다
제이슨 히켈 지음, 김현우.민정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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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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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또는 힘의 시
시몬 베유 지음, 이종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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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메리 앤 메이슨.니컬러스 H. 울핑거.마크 굴든 지음, 안희경 옮김, 신하영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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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대는 없다
신진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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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과 유생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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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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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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