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안개 속 작은 까치밥나무 열매처럼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백수린 옮김 / 목요일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뒤 만든 그림책. 작가는 앙리의 하루를 천천히 따라가며, 그가 남긴 일상의 흔적을 조용히 더듬는다. 그리고 앙리가 느꼈을 외로움과 기다림, 두려움 같은 미세한 감정들을 작가 특유의 화법으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앙리가 마음속에 담아가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날마다 바라보던 창밖의 풍경, 비를 머금은 바람의 냄새, 수레국화 줄기에 맺힌 작은 안개 방울. 그리고 함께했던 고양이의 보드라운 감촉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하루는 우리의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무한히 길다고 생각했던 시간은 돌이켜보면 아득하리만치 짧고, 그 짧은 시간을 우리는 어떤 빛깔과 감촉으로 채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