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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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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저물 듯 저물지 않는> 등의 작품으로 한국의 독자에게도 친숙한 에쿠니 가오리의 대표작 <홀리 가든>이 한국 출간 기념 10주년을 맞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소녀 감성 일러스트로 유명한 김옥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출간된 이번 리커버 개정판은 소꿉친구인 가호와 시즈에의 평화롭지만 아슬아슬한 일상을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담백한 시선으로 한 장면, 한 장면 사랑스럽게 그려낸 장편소설로, 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각자의 생활이 생기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친구 사이의 미묘함,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 매일 조금씩 파고드는 새로운 사람과 사랑 등을 현실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인 가호와 시즈에 외에도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에피소드가 섬세하고 풍부하게 녹아 있어, 읽을수록 그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에쿠니 가오리 씨의 작품 세계를 나의 전문 분야인 현대 미국 문학과 견주면, 존 어빙의 세계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존 어빙은 『가아프가 본 세상』, 『호텔 뉴햄프셔』 등의 중기 작품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렸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 미식축구 선수였던 성전환자, 강간에 저항하여 자신의 혀를 자른 여자, 곰의 가죽을 쓴 딸 등 색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그런 인간들 상호 간의 친밀감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그렸다. 작풍은 전혀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품에 유사한 테마가 내재되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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