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정점] 서가 단면도
|
평등을 위해 투쟁한 만국의 여성들이 있었다. 덕분에 세상은 150년 전보다 나아졌다. 《시스터즈》는 종교, 국적,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사회의 불평등에 맞서 어떻게 연대하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왔는지를 보여 준다.
목숨을 걸고 노예를 탈출 시킨 여성, 반전 평화운동을 펼친 여성, 피임 방법을 알려 성 혁명을 일으키는 데 역할을 한 여성, 탈레반의 횡포를 세계에 퍼트린 여학생 등 용기를 내어 사회의 불평등을 알린 이들의 목소리는 현재 우리들에게도 영감을 주며 우리가 처한 불평등,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차별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백인 남성에게, 돈을 가진 농장주에게, 횡포를 부리는 경찰에 맞서 싸운 것은 한 사람, 혹은 특정 집단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소수를 위한 연대, 차별받는 인권을 위한 투쟁은 결국 언제 어디서 소수가 될지 모르는 우리,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이었다. 최초의 회의 :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선언하면서 형제애를 주장했던 프랑스혁명 동지들에게 올랭프 드 구주는 이렇게 반문했다. ‘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정의로울 수 있는가?’ 모든 인간에 여성, 노예, 어린이, 장애인들은 포함되는가? 자유롭고 평등한 남성들만의 형제애를 주장하는 그대들이 과연 사회정의를 구현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 질문으로 인해 올랭프 드 구주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남성들끼리의 ‘형제애’가 아니라 만인의 ‘연대’를 주장했던 올랭프 드 구즈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쳤다. 여성이 단두대에 설 수 있다면 의회의 연단에도 설 수 있어야 한다고.
n명의 여성이 있으면 n명의 페미니즘이 존재하는 시대다.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는 선언 한 번만으로 성차별적 세계가 바뀌지는 않는다. 적어도 페미니스트라고 한다면, 모든 인간이 권리에서 자유롭고 평등하며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한다. 《시스터즈》는 그 점을 페미니즘의 기본가로 설정하고 있다. 《시스터즈》는 서구중심의 페미니즘 인권운동사가 아니라 만국의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기본가가 무엇인지를 선명하고 알기 쉽게, 무엇보다 짧고 경제적으로 이야기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페미니즘은 불평등한 사회 질서를 변혁하고 역사의 변화를 이끄는 데 언제나 앞장섰다.
페미니스트들은 노예제 폐지, 여성참정권 요구, 전쟁 반대와 남성들의 징병 거부, 신체온전성을 유지할 권리 등 차별하는 사회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이 책은 이런 20세기 페미니즘의 역사를 간략하고 명쾌하게 풀어냈다. 또한 동시대 여러 곳에서 활동했던 페미니스트들을 만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이는 자신을 묶은 사슬을 알지 못한다.’ ‘당신들은 언제고 날 죽일 수 있겠지만 여성 해방을 막을 순 없을 거요.’ ‘자신의 몸을 소유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여성은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같은 말은 지금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말을 남긴 페미니스트들을 알아보고 당시 사회를 비춰보며 그 뜻을 헤아리는 과정이 재미를 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6월 21일자 '책과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