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는 국내 독자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그의 대표작 '별'은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번역본도 70종이 넘는다. 그렇다면 도데가 '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순수와 사랑의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독자 대부분이 독립된 단편소설로 알고 있는 '별'은 알퐁스 도데가 1869년에 쓴 연작소설 <Lettres de mon moulin(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의 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 기억 속 '별'은 연작소설의 맥락은 고려되지 않은 채 하나의 단편소설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Lettres de mon moulin(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 속 각 소설의 소재와 형식은 다양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큰 맥락이 있다. 서문부터 마지막 편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연작소설의 의의를 간과하고는 '별'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원제 '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 대신 '별들'을 표제로 내세운 것은, 도데의 대표작 '별'에 대한 그간의 오해를 바로잡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새로 번역돼 나온 연작소설 <별들&ght;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선사하는 도데의 명철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작 :<아켈다마 1>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 출생.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1989년 런던으로 건너가 3년간 살았다. 그 뒤 파리로 이주해 약 20년 동안 여행업과 무역업에 종사했다. 2006년 첫 장편소설 『아켈다마』(황금가지)를, 2015년 두 번째 소설 『지저스 시크릿』(새움출판사)을 출간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며 소설과 시나리오 창작, 불문학 번역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알퐁스 도데의 ‘별’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양치기는 어린 소년이 아니라 성인 남자, 「별」의 진짜 제목은 「별들」…
오해를 바로잡고 연작소설로 새롭게 만나는 ‘풍차 방앗간 편지’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는 국내 독자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그의 대표작 「별」은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번역본도 70종이 넘는다. 그렇다면 도데가 「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순수와 사랑의 가치를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독자 대부분이 독립된 단편소설로 알고 있는 「별」은 알퐁스 도데가 1869년에 쓴 연작소설 『Lettres de mon moulin(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의 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 기억 속 「별」은 연작소설의 맥락은 고려되지 않은 채 하나의 단편소설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Lettres de mon moulin(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 속 각 소설의 소재와 형식은 다양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큰 맥락이 있다. 서문부터 마지막 편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엮여 있는 연작소설의 의의를 간과하고는 「별」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별이 빛나는 밤을 지새우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오해한 것도 「별」을 잘못 이해한 또 다른 이유다. 그동안 국내 번역서들은 남자 주인공을 가리키는 berger를 ‘목동’으로 번역해왔다. 그로 인해 ‘양을 치는 아이’라는 이미지로 두 주인공은 어린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저도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같은 스무 살이고”라고 남자 주인공이 분명히 말하고 있듯 이들은 엄연한 성인이다. 이번 번역은 해당 단어를 원문에 맞게 ‘양치기’로 번역해, 도데가 그려낸 주인공의 캐릭터를 살리려 애썼다. 기존의 잘못된 이미지에서 벗어났을 때 오히려 새롭게 발견되는 양치기와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순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데의 이 빛나는 작품에 대한 오해의 절정은 바로 제목이란 점을 지적해야겠다. 역자는 해설에서 “도데가 붙인 제목 ‘Les ?toiles’은 정관사까지 분명한 복수형”이며 “본문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별들과 별자리들에 대한 설명과 묘사를 생각할 때 단수형 ‘별’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오역이다.”라고 말한다. 작품 제목이 「별」이 아니라 「별들」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toile은 별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원제 ‘내 풍차 방앗간 편지들’ 대신 ‘별들’을 표제로 내세운 것은, 도데의 대표작 「별」에 대한 그간의 오해를 바로잡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새로 번역돼 나온 연작소설 『별들』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선사하는 도데의 명철한 문체와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을 사랑한 작가 알퐁스 도데,
고향 프로방스의 풍경과 소시민의 이야기를 담다.
소설 속 도데는 번잡한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의 풍차 방앗간에 정착해 편지를 띄운다. 그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사람과 그 삶에 있었다. 도데의 눈에 비친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삶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이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마지막 남은 풍차 방앗간을 빼앗기게 된 코르니유 영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목숨을 던지는 청년 장, 외로운 양치기와 그의 별 스테파네트 아가씨, 먼저 세상을 떠난 딸아이의 머리카락을 들고 다니는 빅슈까지… 소시민을 향한 도데의 따뜻한 시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희극과 비극 속에서 감동과 눈물 그리고 미소를 발견해 낸다.
『별들』이 나오기 전 젊은 작가 도데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독자들은 그를 산만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방랑 작가로 여겼다. 그런 도데의 문학관을 정립하고 그를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작품이 바로 『별들』이다. 24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은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에 속하면서도 상상력과 판타지의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공감과 연민의 감성 위에는 사회를 향한 비판과 풍자가 흐른다. 그 위에 타고난 이야기꾼 도데의 유머까지 곁들여졌다.
빛나는 감성과 시적인 문체로 전하는 프로방스 눈부신 풍경과 인물들.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들의 갖가지 고민과 사연들이 이 한 권의 책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고흐의 그림이 되고, 비제의 음악이 되고, 우리 모두의 별이 된 작품
반 고흐는 1888년 2월, 도데와 『별들』의 고향인 아를에 도착했다. “도데, 그가 묘사한 아름다움을 이해할수록 나는 훌륭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고 했던 고흐는 프로방스의 밤하늘 아래, 도데의 작품을 읽으며 <별이 빛나는 밤>과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탄생시켰다. 고흐를 비롯해 폴 세잔, 르누아르 등 19세기 유럽을 풍미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도데의 『별들』(부제: 인상과 추억들)은 영감의 원천이 되는 문학의 인상주의였다. 『별들』의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 청년 장이 몸을 내던져 사랑한 ‘아를의 여인’은 조르주 비제의 아름다운 모음곡 <아를의 여인>으로 재탄생했다. 비제는 도데의 인물들이 프로방스의 전통 춤곡에 맞추어 춤을 출 때 그 아름다운 선율을 상상했던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별들』은 이렇듯 문학을 넘어 그림과 음악에도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들의 마음 깊은 곳에 아름다운 별로 영원히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