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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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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문학의 거장 폴 서루의 국내 첫 출간 소설집. 세계 곳곳을 배경으로 한 열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행 작가이자 소설가인 폴 서루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소설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일본어로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다. 외로움과 소외감, 호기심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공존하는 '세상의 끝'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깊은 사유와 예리한 통찰로 그려낸다.
서루는 베테랑 여행가답게 런던, 파리, 독일, 아프리카, 코르시카 섬,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장소를 소설의 배경으로 그려낸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작가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을 법한 소설들은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가령 아프리카가 배경인 '하얀 거짓말'에는 파리가 몸에 알을 낳는 끔찍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일화가 등장하는데, 서루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 (이 일화는 서루 자신이 직접 당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한다.) 또한 '가장 푸른 섬'의 무대인 푸에르토리코의 자연과 생활에 대한 묘사는 직접 그곳에 가서 보고 듣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해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자의로든 타의로든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간다. 혹은 낯선 땅에 있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다. 제목인 '세상의 끝'은 생의 망명자처럼 어디에도 온전히 뿌리 내리지 못한 채 부유하는 이들이 놓인 심리적 공간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끝 : 폴 서루의 소설에는 그의 여행기와 비슷하게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경계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이가 있다면, 여행기에서는 실제로 다른 공간을 탐색한다면, 소설에서는 그런 공간적 탐색뿐만 아니라 자아의 문제, 혹은 윤리와 도덕의 문제에 있어서도 경계 그 너머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낯선 지방을 여행하는 사람의 기본적 정서는 불안과 의심일 텐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들은 오해하고 착각하고 분노하고 비관한다. 때로는 기발하고,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들이 불만족스러운 이 생의 근원으로 우리를 이끈다. : 간결하고 재기 넘치는 훌륭한 소설. : 그야말로 눈부시다. : 몹시 재미있으면서도 비애를 띤 작품들. 세련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한 확신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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