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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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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스파게티 만들고, 꽃꽂이 하고, 수놓는 스님을 알게 된 기자가 절에 드나들며 시시콜콜 기록한 살림 이야기. 멸치 없이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 굴 없이 끓인 매생이국 등 채식 레시피와 애지중지 기른 매화꽃을 아낌없이 뿌려 손님을 대접하고, 텃밭을 돌보고, 야생화를 기르며, 생긴 모습을 살피며 꽃꽂이하는 스님의 일상을 담았다.
여름 반찬은 쉽게 상하지 않도록 오래 조리고, 모과차는 과즙이 잘 나오도록 필러로 얇게 켜서 담근다. 비빔밥의 당근은 비빌 때 뻐덕뻐덕하게 걸리지 않도록 얇게 채 썰고, 오이는 수분이 날아가니 마지막에 썰고, 식용유 묻은 손으로 배를 썰지 않는다. 정위 스님의 채식은 레시피를 넘어, 매일 밥상에 맛과 배려를 더하는 지혜를 알려준다. : 귀한 손님이 오시면 메뉴는 무엇으로 할 것이며, 어떤 그릇을 쓰고 상차림은 어찌해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공양이 될까. 그런 난관에 봉착할 때면 아마도 그날 나는 먼저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볼 것이다. 우리의 밥상 위에 만물의 궁리와 이치가 숨어 있다는 거창한 화두를 꺼내지 않더라도, 나는 언제쯤 스님처럼 먹을거리 살림을 제대로 꾸릴 수 있게 될까. : 정위 스님은 생명의 숨길을 끌어내는 섬세한 손을 가졌다. 버려진 들꽃, 빛바랜 헝겊 조각, 흔한 무말랭이가 스님의 손길이 닿으면 들꽃은 파릇한 봄빛으로 상큼한 맛을 내고, 헝겊은 정겨운 앞치마가 되며, 무말랭이는 매콤달콤 맛깔스러운 찬이 된다. 사찰 음식의 담백하고 청량한 맛은 수행자들이 마음 닦기를 통해 얻은 감각을 먹을거리와 삶에 적용한 결과이다.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은 생명의 근원을 향한 맑고 담백한 정신이 일상에 어떻게 배어나는지를 놓치지 않고 사진과 글로 섬세하게 표현해낸 책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0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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