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현의 이야기 산문집. 소설가 정이현에게는 항상 '도시기록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도시를 속속들이 관찰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도시'라는 단어에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사람'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힘드니까. 그러므로 도시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헤아리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시작과 끝,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작은 틈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소설가의 일이자 숙명일 것이다.
<우리가 녹는 온도>는 정이현 소설의 감각적이고도 치밀한 '문장'과 산문의 서늘하면서도 다정한 '생각'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의 산문을 책을 통해 만나는 것은 <풍선> <작별> 이후 꼭 10년 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는 총 열 편의 '이야기+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짧은 이야기 형태의 '그들은,'과 그에 덧붙이는 작가의 소회 '나는,'이 짝꿍처럼 붙어 있다. 전자는 짧은 콩트나 엽편 형식이고 후자는 담담한 에세이다. 앞선 이야기에 대한 긴 주석이라고 봐도 좋겠다.
화요일의 기린
괜찮다는 말, 괜찮지 않다는 말
안과 밖
여행의 기초
지상의 유일한 방
물과 같이
커피 두 잔
어둠을 무서워하는 꼬마 박쥐에 관하여
장미
눈+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