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특집은 한국의 장애인운동이 오랜 세월 동안 보여준 투쟁의 역량에 주목하며 기획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애라는 존재 자체가 갖는 사회적인 역량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상호의존과 공생의 원리에 따라 재구축하며 사회질서를 평등과 협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새로이 구성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의 실마리를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존재로부터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장애학 연구자, 철학자, 돌봄 연구자, 연극 평론가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필자들은 여러 영역에서 역량으로서의 장애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건과 돌봄의 관계망을 증언한다.
최근작 :<문화과학 117호 - 2024.봄> ,<예술과 공통장>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 총 16종 (모두보기) 소개 :집 안의 연구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부소장, 동아대 융합지식과 사회연구소 연구원,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강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예술가들의 공통장에 대한 연구로 도시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했다. 공통장, 돌봄, 생태, 예술을 함께 엮어서 사고하며 활동하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예술과 공통장』(2024), 공동 저서로 『돌봄의 시간들』(2023), 『지식을 공유하라』(20... 집 안의 연구자,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 생태적지혜연구소 협동조합 부소장, 동아대 융합지식과 사회연구소 연구원, 한신대 생태문명원 연구위원,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강사. 서울시립대학교에서 도시 예술가들의 공통장에 대한 연구로 도시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했다. 공통장, 돌봄, 생태, 예술을 함께 엮어서 사고하며 활동하는 데 관심이 있다. 저서로 『예술과 공통장』(2024), 공동 저서로 『돌봄의 시간들』(2023), 『지식을 공유하라』(2022), 『서울의 공간경제학』(2018)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역사의 시작』(2019), 『로지스틱스』(2017), 『빚의 마법』(2015), 『텔레코뮤니스트 선언』(2014)이 있다. 스쾃-공통장에 대한 또 다른 연구를 구상 중이다.
최근작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푸코와 철학자들>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 총 49종 (모두보기) 소개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황해문화』 편집주간. 연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 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 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등이 있으며,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황해문화』 편집주간. 연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 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 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등이 있으며,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정치체에 대한 권리』, 『폭력과 시민다움』, 『헤겔 또는 스피노자』, 『불화: 정치와 철학』, 『쟁론』, 『알튀세르의 정치철학 강의』, 『공산주의라는 이념』(공역) 등을 옮겼다.
최근작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큰글자도서] 장애학의 도전>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총 20종 (모두보기) 소개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이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이고, 노들장애인야학 부설 기관인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이기도 하다. 『차별에 저항하라』(박종철출판사, 2007),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메이데이, 2007), 『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 2009), 『장애학의 도전』(오월의봄, 2019)을 썼고,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그린비, 2011), 『장애학의 오늘을 말하다』(그린비, 2017), 『철학, 장애를 논하다』(그린비, 2020), 『장애와 유전자 정치』(그린비, 2021)를 우리말로 옮겼다. 2004년에 정태수... 장애인언론 〈비마이너〉 발행인이자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이고, 노들장애인야학 부설 기관인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이기도 하다. 『차별에 저항하라』(박종철출판사, 2007),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메이데이, 2007), 『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 2009), 『장애학의 도전』(오월의봄, 2019)을 썼고,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그린비, 2011), 『장애학의 오늘을 말하다』(그린비, 2017), 『철학, 장애를 논하다』(그린비, 2020), 『장애와 유전자 정치』(그린비, 2021)를 우리말로 옮겼다. 2004년에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가 수여하는 제2회 정태수상을, 2009년에 김진균기념사업회가 수여하는 제4회 김진균상(사회운동 부문)을 받았다.
최근작 :<문화과학 117호 - 2024.봄>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크래시 : 기술·속도·미술시장을 읽는 열 시간> … 총 6종 (모두보기) 소개 :독립연구자로, 예술, 정치, 사회, 경제 등의 학제를 자본주의 생산양식과의 관계 하에서 맥락화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트인컬쳐』, 『퍼블릭아트』, 『미술세계』, 『진보평론』, 『옵.신』 등에 글을 기고했다. 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1세기에 가능한 유물론적 예술론을 다듬어 보려 한다.
최근작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소개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사회운동이 담론을 경유해 만들어내는 사회 변화를 연구한다. 함께 쓴 책으로 『청년학교과서: 청년연구자 되기』(2021) 『Cross-border Interactions and Encounters between Germany and Korea』(출간예정)』이 있다.
최근작 :<달라붙는 감정들> ,<문화과학 117호 - 2024.봄> ,<외로움의 모양> … 총 24종 (모두보기) 소개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중국과 한국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서 자살, 우울증, 재난 트라우마 등 정신장애 및 사회적 고통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국가 및 전문가의 개입에 관해 연구해왔다. 다수의 논문이 있으며, 단독 저서로 《펑롱현 사람들》,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외로움의 모양》 등이 있으며, 《의료, 아시아의 근대성을 읽는 창》, 《아프면 보이는 것들》, 《상처 퍼즐 맞추기》, 《고잔동 일기》 외 여러 권을 공동 집필했다. 유튜브 채널 〈이교수의 책과 사람〉을 통해 대중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최근작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 한양대학교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연구교수를 지냈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로 일했다. 성공회대학교 학부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가톨릭대학교에서 사회복지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 권익옹호, 정신건강 복지와 관련한 여러 학술논문을 발행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적 운동 세력으로 발돋움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최근작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산업디자이너. 시애틀과 서울을 기반으로 삼성전자, 미국 나이키 본사, LG전자, 아이리버를 거쳐 201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으며 개인 스튜디오 클라우드앤코를 설립해 월트디즈니, 무인양품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작 :<차별 없는 디자인하기> ,<문화과학 115호 - 2023.가을>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의 과도한 개발과 환경적 사회적 무책임, 문화적 다양성 파괴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2009년 활동을 시작한 예술인 연구 활동가 콜렉티브. 도시문제를 중심으로 저항의 현장에 함께하면서 전시 및 출판, 다큐멘터리 제작 등 각종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 ‘장애와 역량’ 특집은 총 7편의 글을 통해 장애에 대한 보편적인 통념을 뒤집고 장애를 새로운 사회적 역량으로 이해하는 시도
● 장애인 운동이 보여준 역량뿐 아니라 장애라는 존재 자체가 갖는 역량에 주목
● 장애인은 흔히 ‘의존적인’ ‘취약한’ 존재로만 이해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론적 조건이며, 오히려 장애인의 ‘의존성’과 ‘취약성’은 돌봄 사회를 만들어가는 역량으로 기능할 수 있음.
● 장애와 역량을 연결하는 이번 특집은 사회적 관계를 상호의존과 공생의 원리에 따라 재구축하며 사회질서를 평등과 협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새로이 구성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의 실마리를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존재로부터 모색하기 위한 기획
● 특집 주제의식과 연결해, ‘텍스트의 발견’에서는 인권과 장애인 운동에 대한 두 권의 책을, ‘이론의 재구성’은 칸트의 귀중한 번역 글을 포함해 장애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를 담은 두 편의 글을 소개
* 115호 특집《장애와 역량》
『문화/과학』 115호 특집은 한국의 장애인운동이 오랜 세월 동안 보여준 투쟁의 역량에 주목하며 기획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애라는 존재 자체가 갖는 사회적인 역량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상호의존과 공생의 원리에 따라 재구축하며 사회질서를 평등과 협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새로이 구성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의 실마리를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존재로부터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다. 장애인 운동 활동가, 장애학 연구자, 철학자, 돌봄 연구자, 연극 평론가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필자들은 여러 영역에서 역량으로서의 장애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건과 돌봄의 관계망을 증언한다.
권범철은 특집을 여는 글에서 장애인은 ‘비생산적’이며 ‘의존적인’ 존재라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장애를 공통화의 역량으로 볼 것을 주문한다. 이 글은 장애인의 ‘비생산성’과 ‘의존성’이 오히려 돌봄이 중심이 된 사회를 만들어가는 역량이며, 장애인 운동-삶이 위기에 빠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물리적 근거”라고 주장한다. 진태원은 장애(disability)를 역량(ability) 없음(dis)의 상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역량(ability)으로 사고하는 철학적 시도를 펼친다. 그는 스피노자에 대한 고찰을 통해 돌봄을 인간의 보편적 존립 조건으로 이해하면서 전장연 투쟁이 돌봄을 새로운 사회적 규범으로 제시하는 역량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정창조는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이 지닌 정치적 급진성의 의의를 살핀다. 그는 ‘비-정치적’이라 오인되었던 장소에서 ‘지하철 행동’이 만들어 낸 낯선 신체의 출현과 우발적 일탈이 장소성을 뒤흔들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내는 정치적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김도현은 오래된 언네세서리아트(unnecessariat: unnecessary와 proletariat의 합성어)인 장애인의 노동이라는 예민한 쟁점을 다룬다. 그는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노동을 향한 해방’을 비교·검토하면서 후자의 노선에 있는 공공시민노동 전략이 언네세서리아트를 창출하는 동시대 자본주의에 맞서는 잠정적 유토피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진희는 장애를 둘러싼 돌봄의 다양한 모습들을 세밀하게 다룬다. 이 글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돌봄을 통한 연대의 말하기, “공동의 관계 역량” 강화다. 그는 이것이 자본주의적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다른 길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해수는 서로 다른 장애인들(과 시청 공동체)이 브이로그를 매개로 연결되어 출현하는 새로운 돌봄의 양상과 그 의미를 분석한다. 그는 브이로그 사례를 통해 취약성이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살필 수 있는 바탕이 되는지,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윤리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김소연은 대표적인 장애인 극단들의 활동을 톺아보며 예술과 장애의 몸에 부여되었던 통념들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장애인 배우가 펼치는 무대가 관객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중심 세계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극장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함께하는 공간임을 감각하는 일은 다른 몸들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시작점으로서 그 의의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 동시대 분석 : 이번 호 ‘동시대 분석’에는 현 정부의 소수자 탄압, 전세사기, 교육 문제를다루는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정강산은 노동, 여성, 시민사회 운동 영역에서 현 정부가 벌이는 탄압 양상을 살피고 그것을 관통하는 논리를 분석한다. 그는 현 정부의 소수자 탄압 양상을 날카롭게 비판할 뿐 아니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윤석열 개인의 의지나 성향이 아니라) 우파 정치업자들과 우파 대중, 그리고 그들을 관통하는 동일성의 논리를 드러낸다. 송명관은 오늘날 전세사기가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계층에게 모든 금융의 위험 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에 더욱 문제적임을 지적하며, 대출정책으로 주거정책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벼랑 끝에 몰린 임차인들에게 긴급히 재정을 투여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김성윤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대중서사물이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이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이 오리무중인 작금의 현실을 방증한다고 주장한다. 통속적인 복수극들은 수용자들에게 통쾌함을 제공하지만, 반인륜적인 것에 대한 사적 제재는 불안의 시간을 장기 지속시킬 뿐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 텍스트의 발견 : 인권과 장애인 운동에 대한 책을 다룬다. 정보영은 정정훈의 『인권의 전선들』을 다룬 글에서 규범 기반 접근 담론과 구조 기반 접근 담론의 통합을 인권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그 주장이 가질 수 있는 한계 또한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이현정은 홍은전의 『전사들의 노래』를 다룬 글에서 장애인 활동가들의 삶을 솜씨 있게 요약하면서 이들이 살아온 길에 대한 깊은 존중과 공감을 서평 안에 녹여낸다.
* 이론의 재구성 : 장애와 관련된 이론적 논의를 담은 두 편의 글을 실었다. 송승연은 정신장애인의 정체성과 인정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광기에 대한 다른 이해를 이끌어내는 대항서사, 즉 매드 서사(Mad narrative)가 ‘해방’을 갈구하는 당사자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이것이 많은 당사자들에게, 또한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글은 1764년 칸트가 『쾨니히스베르크 학술 정치 신문』에 연재한 「두뇌의 질병들에 관한 시론」이다. 칸트는 인식능력의 결함을 두뇌의 질병이라고 부르면서 그 질병, 즉 인지장애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또한 그와 관련하여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명명들을 엄밀하게 정의한다. 이것은 칸트의 인식능력에 대한 분류에 대응하는 식으로 서술되며, 그에 따라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거꾸로 그의 능력 이론 혹은 인간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함께 실린 역자 고병권의 해설은 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 이미지 : 이번 호에서는 예술의 다양성, 접근성, 수행성의 측면에서 장애의 정치적이고 미학적 가능성에 도전해온 세 참여작가(팀)를 소개한다. 점자 스마트시계 디자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디자인 실천으로 전환한 유영규,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의 포괄적 대피 매뉴얼을 제작하고 비장애인과의 워크숍을 통해 일상 속 실천을 도모해온 리슨투더시티, 장애인·비장애인이 공생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여러 분야의 협력자와 함께 탐색해온 최태윤이다. 이렇듯 장애와 예술의 만남은 사회 참여 운동, 소수자 운동, 예술 제도·주류 미술 비판 및 포용적 예술 확산 등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한 공동의 역량으로 전개되어가는 중이다.
115호 : 《장애와 역량》 (책임편집 : 정정훈·권범철·이해수 편집위원, 김도현 객원 편집위원)
'장애와 역량'을 제호로 삼은 『문화/과학』 115호는 일차적으로 한국의 장애인 운동이 오랜 세월에 걸쳐 보여준 이 투쟁의 역량에 주목하며 기획되었다. 하지만 115호를 기획하면서 편집위원회가 함께 고민하고자 했던 바는 단지 장애인들이 사회운동을 통해 보여준 역량만은 아니었다. 그에 못지않게 장애라는 존재 자체가 갖는 사회적인 역량에 우리는 주목하고 싶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관계를 상호의존과 공생의 원리에 따라 재구축하며 사회질서를 평등과 협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새로이 구성하기 위한 사유와 실천의 실마리를 장애인의 사회적 존재로부터 모색해보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문화/ 과학』 115호가 장애와 역량을 연결하여 숙고해보고자 한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115호를 내며 : 장애와 역량은 어떻게 연결되는가?」중에서)
[특집]
「장애는 어떻게 공통화의 역량이 되는가」 / 권범철
이번 호 총론으로 권범철의 글 「장애는 어떻게 공통화의 역량이 되는가」는 장애를 역량(capability)으로 재사유하기를 넘어 공통화(commoning)의 토대이자 돌봄의 정치로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발전·성장 중심의 경제 논리에서 장애는 노동하지 못하는 ‘비생산적인 존재’로 격하되지만 이는 가장 ‘반자본주의적 존재’로 재정립될 수 있다.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경제는 이미 파산을 선고받았다. 돌봄·기후·일자리 삶의 전 영역에서 성장은 멈췄을 뿐 아니라 이제는 성장 자체가 생물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인간의 역량을 축소시키고 인간을 생산-노동과정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 ‘산업화된 무력함’에 마주해 우리가 새롭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비생산적’ 인 삶, 다시 말해 장애가 탈성장과 생산수단 재전유의 역량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다. 그렇다면 오늘날 자본주의적 무능력을 해체하기 위한 역량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개체로 고정된 존재가 아닌 서로와의 마주침을 통해 끝없는 변형과정에 있는 집합적 흐름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재존재화 하는 것, 우리의 신체와 정동을 능동/수동이 아닌 ‘얽힘’으로 인지하고 마음과 몸을 넘나드는 공통의 장으로서 장애·돌봄의 ‘커먼즈’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커먼즈의 세 가지 조직화 원리(권리, 필요, 욕망)에 조응하는 장애인 운동-삶을 조직하고 공통화 역량으로서 장애를 재사유하며, 희망의 물리적 근거들을 창출하는 것이 시급히 요청된다.
「역량으로서의 장애, 돌봄으로서의 관계」 / 진태원
진태원의 글, 「역량으로서의 장애, 돌봄으로서의 관계」는 2023년 4월, 장애인 권리예산 투쟁에 연대하는 마포-신촌 학술단체 모임이 개최한 학술 토론회, 《역량으로서의 장애》의 기조 강연문으로 작성된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하여 본지에 실은 글이다. 장애인운동에 연대하는 지식인들의 실천적 활동인 학술토론회의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강연의 어투를 그대로 살려서 글을 보내온 진태원은 장애(disability)를 역량(ability) 없음(dis)의 상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역량(ability)로 사고할 수 있는 철학적 시도를 보여준다. 평등을 입증하는 과정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랑시에르의 논의를 통해 장애인운동의 투쟁의 해방적 함의에 대한 논의는 스피노자의 ‘양태의 인간학’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존립 조건으로서 돌봄에 대한 주목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는 장애인이 타인에게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이해되지만, 이는 이러한 의존성은 단지 장애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타자에 대한 의존의 연관망 속에서만 하나의 개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양태인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성을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돌봄이며, 이러한 돌봄이야말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삶의 조건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전장연 투쟁이 보여주는 역량은 바로 인간의 삶의 보편적 조건으로서 돌봄을 새로운 사회적 규범으로서 제시하는 역량이라 할 수 있다.
「비-문명의 역습 : 장애인들의 비상행동과 ‘장소성’의 재-구축」/ 정창조
정창조의 「비-문명의 역습 : 장애인들의 비상행동과 ‘장소성’의 재-구축」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의 정치적 급진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장애인들을 배제하며 내달려온 ‘시민권 열차’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공개적 선언이다. 나아가 억압받은 자들의 상례화된 예외상태를 감각하지 못해온 시민들 앞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는 비상 행동이다. 쓸모없고 무능력해 돌봄의 일방적인 수혜자로 대상화되었던 장애인들은 열차를 멈춰 세움으로써 ‘하찮은’ 몸뚱아리의 몸짓 몇 개만으로 순식간에 당신들의 일상을 정지시킬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비-시민의 시민으로서 장애인들의 출현은 ‘출근길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장소성이 출근할 수 없는 누군가를 걸러내는 추방의 매개로 기능하고 있음을 감각하게 하고, 이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정상규범과 그 안의 차별과 억압을 인지하게 한다. 따라서 ‘비-정치적’이라 오인되었던 장소에서의 낯선 신체의 출현과 우발적 일탈은 장소성을 뒤흔들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열어내는 정치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노동해방의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인가 공공시민노동인가?」/ 김도현
김도현의 「노동해방의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인가 공공시민노동인가?」는 다수의 인구를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언네세서리아트(unnecessariat : unnecessary와 proletariat의 합성어)로 만들어가는 동시대 자본주의 질서에서 가장 오래된 언네세서리아트인 장애인들의 노동이라는 예민한 쟁점을 다룬다. 이 글에서 김도현은 언네세서리아트를 창출하는 폭력과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해법으로 제안되어왔던 ‘기본소득’과 ‘공공시민노동’이라는 두 가지 개혁 전략에 대한 비교 검토를 수행한다. 그는 노동을 사유해온 진보적 이론들을 살펴본 이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노동하지 않을 권리의 실현)과 ‘노동을 향한 해방’(보편적 시민권으로서의 노동권의 확립)이라는 노동해방의 두 가지 노선을 구별한다. 이러한 구별에 입각해서 그는 두 노선이 각각 기본소득과 공공시민노동이라는 구체적 전략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이후, 공공시민노동과 기본소득을 ‘소득 불평등 및 격차의 감소’와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으로서의 유의미성’이라는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비교한다. 이 작업을 통해 그는 공공시민노동이 소득 평등의 실현과 체제 전환 전략으로서 갖는 유효성을 부각한다. 김도현의 이 글은 장애인의 노동권을 고민하면서 그가 꾸준히 탐구하고 있는 공공시민노동 전략이 언네서리아트를 창출하는 동시대 자본주의에 맞서는 잠정적 유토피아를 수립하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불구의 몸들이 서로 돌보는 정치」/ 이진희
이진희의 「불구의 몸들이 서로 돌보는 정치」는 제목이 암시하듯 장애를 둘러싼 돌봄의 다양한 모습들을 세밀하게 다루는 글이다. 장애여성 인권운동 단체《장애여성공감》의 공동대표인 그가 단체에서 경험하고 문제화하며 재구성하는 돌봄에 대한 이야기들은 매우 구체적이다. 그는 그 세세한 사례들이 지닌 의미를 깊이 고찰하면서 돌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크게 확장시킨다. 그 사례에서 등장하는 돌봄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서지고 흔들린다. 그러나 이진희가 보기에 이것은 돌봄의 어려움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돌봄의 감각을 키우는 계기로 작동한다. 즉 그가 생각하는 돌봄은 기능적으로 말끔하게 수행되는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실천이다. 따라서 돌봄은 “불화의 실천”일 수밖에 없으며 “지원·조력·보호”로서의 돌봄을 “지지·연대·공동작업”으로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렇게 이진희가 이 글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돌봄을 통한 연대의 말하기, “공동의 관계 역량” 강화다. 그는 이것이 자본주의적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다른 길을 만들어내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취약한 몸들의 ‘이야기판’과 돌봄 연대 : 장애 브이로그가 매개하는 작은 정치‘들’」/ 이해수
이해수의 「취약한 몸들의 ‘이야기판’과 돌봄 연대 : 장애 브이로그가 매개하는 작은 정치‘들’」은 서로 다른 장애인들(과 시청 공동체)이 브이로그를 매개로 연결되어 출현하는 새로운 돌봄의 양상과 그 의미를 분석한다. 이 글은 ‘장애’라는 동질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내부의 다양한 차이에 주목하면서 그 차이가 어떻게 연대와 역량의 원천이 되는지 보여준다. ‘D-시스터즈’는 대표적인 사례다. 각각 시각·청각·지체 장애를 가진 세 명의 여성 장애인으로 이루어진 ‘시스터즈’의 야외 브이로그 합방은 차이를 가진 몸들이 어떻게 새로운 관계적 주체를 형성하는지, 차이들의 연결이 어떻게 역량이 되는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상호의존과 역량의 발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지닌 유한함과 취약함이라는 공통성을 토대로 브이로그에서 작동하는 장애 브이로거-장애인-시청 공동체의 ‘함께 돌봄’ 사례에서 나타난다. 이해수는 이 사례를 통해 취약성이 어떻게 서로의 상처를 보살필 수 있는 바탕이 되는지,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윤리적인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에 따라 우리는 장애 브이로그가 단순한 사교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매개로 타자의 삶을 경험함으로써 상이한 '세계들'을 이해해보자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함께 살아가기를 모색하는 실천”이라는 그의 주장에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다.
연극, 장애와 극장」/ 김소연
김소연의 글 「장애와 연극, 장애와 극장」은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 극단들의 활동을 톺아보며 예술과 장애의 몸에 부여되었던 통념들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소연은 그동안 장애인의 예술 활동이 복지정책의 일환이자 재활과 치료의 범주로 다뤄져왔음을 비판한다. 장애인이 무대에 오르는 그 모든 과정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응하는 순간이며, 전통적 미의식을 전복하는 시도이자 신체 규범에 균열을 내는 정치-미학적 실천이다. 장애인 배우가 펼치는 무대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보게 할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중심 세계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수어통역, 소리자막 등이 덧붙여지는 배리어프리 공연이 갖는 의미도 장애인 접근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각기 다른 감각과 몸의 차이를 지닌 이들이 함께 있음을 환기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극장이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함께하는 공간임을 감각하는 일은 다른 몸들이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시작점으로서 그 의의를 갖는다.
[동시대 분석]
「윤석열 정부의 소수자 탄압 양상」/ 정강산
정강산이 쓴 「윤석열 정부의 소수자 탄압 양상」은 노동, 여성, 시민사회 운동 영역에서 현 정부가 벌이는 탄압 양상을 살피고 그것을 관통하는 논리를 분석하는 글이다. 그는 우파 일반뿐 아니라 현 정권에서도 드러나는 우파적 세계관의 핵심을 동일성에 기초하여 다기한 존재들의 차이를 지우고 하나의 매끄러운 전체를 관철하려는 관성으로 정의한다. 정강산은 이러한 정의에 기초하여 여러 영역에서 일어나는 탄압 양상을 날카롭게 비판할 뿐 아니라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윤석열 개인의 의지나 성향이 아니라) 우파 정치업자들과 우파 대중, 그리고 그들을 관통하는 동일성의 논리를 드러낸다.
「사회적 재난으로서 전세사기, 금융화의 타락」 / 송명관
송명관의 「사회적 재난으로서 전세사기, 금융화의 타락」은 전국적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전세사기 문제에 주목한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의 부주의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전세대출과 전세보증제도가 갭투기 열풍에 오용되는 현실과 그것을 방치한 관리·감독 기관의 태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버블의 역사와 유비하며, ‘전세’라는 한국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주택의 금융화가 이뤄진 역사,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킨 임대사업자 우대정책에 이르기까지 전세사기의 피해를 키운 토양을 면밀하게 살핀다. 송명관은 오늘날 전세사기가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인 계층에게 모든 금융의 위험 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에 더욱 문제적임을 지적하며, 대출정책으로 주거정책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벼랑 끝에 몰린 임차인들에게 긴급히 재정을 투여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시급함을 주장한다.
「‘교실 붕괴’의 환유: 숭고한 불행 배틀과 현세주의적 대항폭력」 / 김성윤
김성윤은 「‘교실 붕괴’의 환유 : 숭고한 불행 배틀과 현세주의적 대항폭력」에서 규범적인 이상과 사회적 관계의 재생산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학교 교육의 문제를 지적한다. 오늘날 학교는 폭력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폭력을 제재할 공적 장치가 부재한 자리에는 사적인 복수만 횡행할 뿐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를 그린 대중서사물이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은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이 오리무중인 작금의 현실을 방증한다. 그러나 사적 제재의 문제는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증명해야 연대를 구할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아이러니하게도 ‘피해자다움’과 고통을 현시하는 ‘불행 배틀’로 전락해 숙의를 중지시킨다는 데 있다. 통속적인 복수극들은 원폭력에 대한 사적이고 직간접적인 복수를 수행함으로써 수용자들에게 통쾌함을 제공하지만, 자경단을 꾸려 반인륜적인 것들을 사적으로 제재하는 세상은 불안의 시간을 장기 지속시킬 뿐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될 수 없다.
[텍스트의 재발견]
「함께 살기 위한 전선으로의 초대」 / 정보영
정보영의 글은 정정훈의 『인권의 전선들 : 한국 2세대 인권운동의 형성과 전개』‘(당대)에 대한 서평이다. 정보영은 이 글에서 인권운동의 방향성을 다루는 책의 주요 논지를 꼼꼼히 따라가며 또 따져본다. 그는 규범 기반 접근 담론과 구조 기반 접근 담론의 통합을 인권 운동의 방향으로 제시하는 저자의 주장에 일정 정도 공감하면서도 그 주장이 가질 수 있는 한계 또한 비판적으로 논의한다. 공감과 비판이 교차하는 정보영의 서평은 이 책을, 우리가 인권의 전선에 설 것을 요청하는 글로 이해하면서 우리가 그 일에 함께 가담하도록 잡아끈다.
「전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향한 진군의 노래」 / 이현정
인류학자이자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이기도 한 이현정의 글은 홍은전의 『전사들의 노래 : 서지 않는 열차를 멈춰 세우며』(오월의봄)에 대한 서평이다. 이현정은 홍은전이 펼쳐보이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삶을 솜씨 있게 요약하면서 이들이 살아온 길에 대한 깊은 존중과 공감을 서평 안에 녹여내고 있다.
[이론의 재구성]
「정신장애인 당사자운동과 인정 요구, 그리고 대항서사에 대하여」 / 송승연
송승연의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과 인정 요구, 그리고 대항서사에 대하여 :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는 부제에 등장하는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의 책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의 정체성과 인정의 문제를 다룬다. 글 전체를 관통하는 건 “질환으로서 광기를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광기가 정체성과 문화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광기에 대한 대항서사, 즉 매드 서사(Mad narrative)를 살핀다. 이는 정체성 인정의 장벽으로 작동하는 ‘자아의 불연속성’과 ‘자아의 분열’을 각각 ‘위험한 선물’과 ‘치유의 목소리’ 서사로 재구성함으로써 광기에 대한 다른 이해를 이끌어낸다. 송승연은 이러한 대항서사가 ‘해방’을 갈구하는 당사자들의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이것이 많은 당사자들에게, 또한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뇌의 질병들에 관한 시론」 / 이마누엘 칸트, 고병권 옮김
이론의 재구성 두 번째 글은 1764년 칸트가 『쾨니히스베르크 학술 정치 신문』에 연재한 「두뇌의 질병들에 관한 시론」이다. 고병권이 우리말로 옮기고 해제를 붙였다. 칸트는 인식능력의 결함을 두뇌의 질병이라고 부르면서 그 질병, 즉 인지장애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며 또한 그와 관련하여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명명들, 즉 백치, 우둔함, 얼간이, 어리석음 등을 엄밀하게 정의한다. 이것은 옮긴이가 해제에서 잘 설명하듯, 칸트의 인식능력에 대한 분류에 대응하는 식으로 서술되며, 그에 따라 우리는 이 글을 통해 거꾸로 그의 능력 이론 혹은 인간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칸트의 용어에 대한 옮긴이의 친절하고 자세한 주석과 해제는 그 이해를 한층 더 높여 준다.
[이미지 큐레이팅]
유영규
리슨투더시티
최태윤
이번 호에서는 예술의 다양성, 접근성, 수행성의 측면에서 장애의 정치적이고 미학적 가능성에 도전해온 세 참여작가(팀)를 소개한다. 점자 스마트시계 디자인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디자인 실천으로 전환한 유영규,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의 포괄적 대피 매뉴얼을 제작하고 비장애인과의 워크숍을 통해 일상 속 실천을 도모해온 리슨투더시티, 마지막으로 장애인·비장애인이 공생하는 탈중앙화 네트워크를 여러 분야의 협력자와 함께 탐색해온 최태윤이다. 이렇듯 장애와 예술의 만남은 사회 참여 운동, 소수자 운동, 예술 제도·주류 미술 비판 및 포용적 예술 확산 등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한 공동의 역량으로 전개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