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은 출판사 '밤의출항'의 대표 출판물로,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이다. 키친테이블라이팅이란, '전업 작가가 아닌 사람이 일과를 마치고 부엌 식탁에 앉아 써 내려간 글'을 말하며 투고 받은 시, 소설, 산문 등을 직접 읽고 선정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일 년에 네 번 책을 펴내고 있다.
최근작 :<삼키기 연습> ,<열두 번째 영향력> ,<열한 번째 영향력> … 총 26종 (모두보기) 소개 :1980년생.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콘텐츠 기획, 홍보, 제약광고, 출판편집, 번역 등 다양한 업종을 오가며 일했고,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탐구 중이다. 가장 바라는 것은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 내 비좁은 머릿속의 벽을 넘어뜨리고 넘어뜨려 바다같이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99% 페미니즘 선언』 등을 번역했고,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등의 책을 기획했다.
수상 :2014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최근작 :<심판자들> ,<시소 : 시작하는 소설 세트 - 전6권> ,<내가 너랑 놀아 줬잖아> … 총 55종 (모두보기) 소개 :장편소설 『창밖의 아이들』로 제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동화 『할머니와 나의 이어달리기』 『그냥 베티』, 그림책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와 「태동아, 밥 먹자」 시리즈, 청소년소설 『맹탐정 고민 상담소』 시리즈, 『띠링! 메일이 왔습니다』 『열여섯의 타이밍』 등이 있다. 또한 『성장의 프리즘』『이번 연애는 제발!』『마구 눌러 새로고침』 『열다섯, 그럴 나이』 등 다양한 앤솔러지 청소년단편집에 참여했다.
최근작 :<울트라 소시지 갓> ,<기니피그의 뱃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 ,<이달의 장르소설 5> … 총 20종 (모두보기) 소개 :2018년 문예지 〈영향력〉으로 작품발표 시작.
호러와 B급 SF 중심으로 소설을 발표중이다.
소설집 《기니피그의 뱃살을 함부로 만지지 말라》를 출간했다.
브릿G 제 7회 작가프로젝트에 선정. 《우리한텐 미래가 없어》,
《단편들, 한국공포문학의 두번째 밤》, 《글리치 엑스 마키나》등의 앤솔로지에 단편소설을 실었다.
호러 매거진 〈ODD〉의 필진.
출판사 없는 잡지
영향력은 1호부터 5호까지 출판사가 없는 잡지였습니다. 출판사가 없어도 책은 만들 수 있고, 출판사가 없는 책도 똑같은 책입니다. 출판사라는 것을 만들어보니(따로 사무실을 얻은 것도 아니고 살고 있는 집을 주소로 이름만 올렸으니, '만들었다'기보다는 '등록했다'가 맞는 표현이겠지요.), 출판사 있고 없고의 차이는 딱 하나인 것 같습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다는 것.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ISBN이나 ISSN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고, 책이 판매된다는 사실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을 통해 기록됩니다. 기록의 방식은 모두 숫자입니다. 존재를 증명하는 숫자열은 길고, 판매를 증명하는 숫자열은 짧다는 것이 또 차이라면 차이겠네요.
밤의출항
출판사를 등록하지 않았던 것은 출판사가 없어도 책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고, 5호까지 만들고 나서야 출판사 등록을 하게 된 것은 출판사 이름 정하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어느날 밤 자려고 누웠을 때, '밤의출항'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됐어요. 눈을 감았는데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아니, 그보다는 어떤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깜깜한, 아주 깜깜한 밤에, 작은 선착장에서 배를 묶어둔 밧줄을 푸는 사람.
밧줄을 다 풀고 나면 그는 배에 오르겠지요. 배에 오르면 항해가 시작될텐데, 그가 어디까지 노를 저어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멀리 갈지, 얼마나 오래 머물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렇게 물 위에 배를 띄워놓고 그 위에 앉아 있을 겁니다. 아마도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 사람의 모습이 우리가 '키친테이블라이터'라고 부르는 사람들, 생업을 마친 후 고요한 시간 속에 홀로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자신이, 우리 자신이 바로 그 배 위의 사람, 이전에 물에 배를 띄우는 사람, 그 이전에 배를 묶어둔 밧줄을 푸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은 깜깜한 밤에 물 위에 배를 띄우고 홀로 있는 시간 같았습니다.
그래서 출판사 이름이 '밤의출항'이 되었습니다. '밤의항해'가 아니고, '밤의출항'입니다. 이제 막 출발하는 것입니다. 낮이 아니라 밤에,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영향력
그리하여, 여섯/일곱/여덟 번째 영향력은 '밤의출항'이라는 출판사가 만든 공식적인 책이 되었습니다. 곧 출간될 아홉 번째 영향력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열 번째, 열한 번째도 만들 수 있다면, 역시 그럴 것입니다.
ISBN(국제표준 도서 번호)을 신청할 때, 저자명 난에 작가님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적어넣을 수 있습니다. 아홉 번째부터는 연속간행물에 부여되는 ISSN(국제표준 연속간행물 번호)을 부여받게 되어 책마다 이름은 기록할 수 없게 됩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세희, 김유신, 김정애, 김지우, 김혜원, 꽈백앨리스, 나일선, 민혜경, 박대겸, 박지니, 박영, 산토끼의바보, 은미향, 이동하, 이선주, 이하의 파랑, 이훤, 정규철, 하요아
아홉 번째
아홉 번째에 수록할 작품을 소개합니다.
초단편소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 영향력의 초단편소설. 이번에는 좋은 작품을 많이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6편의 작품을 싣게 됐습니다. 짧은 분량 안에 짜임새있는 글을 쓰기가 쉽지만은 않은데요. 그래서 좋은 작품은 개성과 문장이 더 뚜렷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이하의파랑, 정규철 님은 영향력에서 처음 소개하는 작가입니다.
먼저 이하의파랑 작가의 「오직 지푸라기뿐」은 퇴락한 관광지 어느 유적 앞에서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습니다. 화자에게 남겨진 것과 멀어진 것, 빠트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정규철 작가의 「불면」은 독특한 구성과 문장이 흥미를 끄는데요. 놀라운 사실은 글 전체가 한 문장으로 되어있다는 것이에요. 어떤 이는 눈 깜짝할 새 아침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긴긴 밤을 보내기도 하지요. 긴 밤을 보냈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길고 긴 문장을 확인해주세요.
다음 네 분의 작가는 영향력에서 한 번 이상 작품을 발표한 작가입니다.
김세희 작가의 「바다 있는 방의 밤」은 제목처럼 바다(사진)가 있는 방에서의 밤을 보여줍니다. 그 방에서는 어떤 소리와 어떤 이야기들이 들릴까요.
박대겸 작가의 「봄, 봄」은 모 근대문학 작가(라고 해봐야 제목에서부터 너무 티가 나죠?)의 문체를 모사해 쓴 초단편소설입니다. 시대를 현대로 옮겨왔는데도 낯설지 않은 주인공의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입니다.
꽈백앨리스 작가의 「중고 카메라」는 놀라우면서도 아련한 우연에 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펼쳐놓습니다. 경험에서 출발한, 하지만 픽션인 이 작품!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박지니 작가의 「입원」은 주인공의 입원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역시 자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그래서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초단편소설은 분량이 짧은 만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직접 확인해 주세요.
시
아홉 번째 호에는 영향력을 통해서는 처음 소개하는 작가가 많습니다.
영향력 편집자인 은미향, 김정애를 제외하면 김혜원, 박영, 김유신 시인 모두 저희가 처음 소개하는 작가입니다.
김혜원 작가는 생활에 밀착한 시를 소개하면서 정서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박영 작가는 간절하고 처절한 노래를 들려줍니다. 김유신 작가의 리듬 안에 뛰노는 언어들은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고요.
은미향 작가는 영향력을 통해서는 소설만을 소개해왔는데요. 소설에서 보여준 시적인 발상과 표현이 빛을 발해 술술 읽혀내려가지만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김정애 시인은 - 무제1 / 무제2 / 무제3
단편소설
그동안 영향력에서 꾸준히 소개한 개성 있는 시로 일종의 팬덤(저희가 아는 사람만 저희 둘을 포함해 다섯 명..)을 형성하고 있는 산토끼의바보 작가가 이번에는 단편을 발표합니다. 작가님의 시론 같기도 하고 한 편의 긴 시 같기도 한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산토끼의바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 단편소설도 반드시(!) 재미있게 읽게 되실 거예요.
영향력에서 처음 소개하는 민혜경 작가의 「희끗한 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의 독백으로 채워집니다. 읽어갈수록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먹먹해지는데요. 희끗한 소리란 과연 어떤 소리일지 함께 들어주세요.
영향력을 통해 (얼마 전에는 『문학3』 4호에도, 그 전에는 『더 멀리』에도) 정말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써나가는 나일선 작가의 작품 역시 아홉 번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일선 작가의 소설에는 항상 경계가 지워진 세계와 경계가 모호한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존재와 세계에 대한 판타지로도 읽히는데요. '아닐 수도 있'는 불확실성과 가능성이, 이번에도 나일선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하요아 작가의 「노인」을 읽으면 멀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가, 가까이는 차마 말로든 글이로든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비극이, 자연스레 연상됩니다. 노인의 묵묵한 노동과 애정으로나마 위로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산문
여섯 번째 영향력에 산문 「언니」를 실은 지우 작가의 「우리는 아주 좁은 세상에서 살았다」는 태어날 때부터 줄곧 함께였던 '그 애'와 오로라를 보러 가는 내용입니다. 두 사람은 오로라를 보게 될까요. 지우 작가만의 진솔한 감정을 따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장르
이규락 작가의 「진」은, '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부 살인업자가 우연히 한 형제를 만나며 겪는 변화를 담담하게 따라가는 장르소설입니다. 이국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어쩐지 낯설지 않은 것은 아마도 여기와 저기의 삶이, 이곳과 저곳의 사람이,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장편소설 연재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연재합니다. 아빠를 잃은 십 대 소년이 새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겪는 청소년 소설이자, 성장소설입니다.
이선주 작가가 직접 써준 소개로 작품 소개를 대신합니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읽어줄 독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확신이 내 글에 끼칠 영향력은?
「어디선가 커피 냄새가 난다」는 커피 냄새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주인공 산이가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입니다. 과연 산이는 커피 냄새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특집 | 슬럼프
영향력의 '특집'은 영향력의 지면을 통해 작품을 발표한 적 있는 작가들에게 특정 주제로 청탁해 받은 글로 채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청탁'은 '투고'와는 달라서 좀 더 자유롭고 개성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될 때가 많아서, 저희 편집부도 '선정'의 부담에서 벗어나 독서 그 자체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영향력의 특집 주제는 '슬럼프'입니다. 영향력 편집부는 왜 '슬럼프'라는 단어를 떠올렸을까요. 작가들은 왜 '슬럼프'라는 단어에 반응해 글을 썼을까요. 왜 적지 않은 작가들이 요청 분량을 넘는 글을 쓰게 됐을까요. 특집 코너인 만큼, 지면을 통해 직접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