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 초기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대승불교의 인식론과 실천론의 기반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섭대승론』을 오늘날의 독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풀어 쓴 책이다. 『대승기신론』과 『육조단경』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중론』, 『금강경』, 『반야심경』 등에 대한 강의를 묶어 책으로 내는 등, 불교철학의 대중적 수용을 위해 애쓰고 있는 정화 스님은 이 책에서 아뢰야식, 의타기성, 변계소집성, 원성실성 등 난해한 불교유식론의 핵심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독자들로 하여금 부처님이 설하신 연기설을 바탕으로 생명계 전체가 하나의 수레(一乘)이자 큰 수레(大乘)임을 깨닫고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과 남을 모두 이롭게 함)의 보살행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화 (옮긴이)의 말
“『섭대승론』(攝大乘論)은 4~5세기 무렵에 활약한 무착(無着, Asanga) 스님께서 ‘인식의 토대’와 ‘인식현상’ 그리고 집착을 내려놓는 방법 등을 자세히 밝힌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연기법, 곧 생명계가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가르침을 기반으로 바라밀 수행을 한다면, 인식의 토대가 전환되면서 깨달음을 성취하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라는 제목으로 이 책의 가르침을 풀어 쓴 것은 무착 스님께서 생명계 그 자체가 앎의 네트워크라는 것을 전제로 『섭대승론』을 썼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착 스님의 말씀은 앎이 작용하는 인지시스템을 잘 이해하는 것이 수행의 토대이면서 인식의 토대를 전환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지요.
무착 스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는 대만의 인순(印順) 스님께서 강의하신 내용을 정리한 『섭대승론강기』(『攝大乘論講記』, 台北:正聞出版, 1992)라는 책의 도움이 컸습니다. 두 분 스님의 가르침을 제 나름대로 이해하고 풀어 쓰면서 원문 번역에 충실했다기보다는 이해된 내용을 본문처럼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