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문고 시리즈 42권. 이 대감댁 머슴의 딸로 태어난 해주는 분희 언니랑 장에 가는 게 유일한 낙인 열두 살 소녀이다. 어느 날, 해주는 분희 언니와 함께 건어물을 사러 나왔다가 경성역에서 일장기를 들고 팔락이는 사람들을 만난다. 젊은 군인들도 잔뜩 있었다. 그 무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끌려가는 조선인 청년들의 출정식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해주는 그저 많은 사람과 경쾌한 노래에 신이 났다.
일장기를 팔락이며 집으로 돌아온 해주는 문지방을 넘자마자 주인어른의 불호령을 듣는다. 일장기를 든 게 왜 나쁜 일인지 모르는 해주는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주인어른은 해주를 달래며 조심스럽게 분희와 해주에게 태극기를 보여주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태극기는 해주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그리고 태극기를 자랑스레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펐다.
해주에게 이렇게 태극기를 보여 준 주인어른은 독립운동을 뒤에서 열심히 돕는 이시창 어른이었다. 그러나 점점 감시가 심해져 도움을 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때 해주가 나서게 되었다. 어린아이에게는 일본의 감시가 소홀하다는 틈을 타 해주가 편지를 전해 주게 된 것인데….
작가의 말 4
처음 본 태극기 11
똥지게를 진 아이 26
어두운 그림자 37
떠나가는 사람들 52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71
신의주에서 보내는 나날들 89
대들보가 무너지듯 101
상하이로 가는 길 116
충칭의 독립지사 139
뜻밖의 만남 156
다시 햇살을 보다 167
이규희 (지은이)의 말
나는 이 책을 통해 비록 어린 소녀지만, 경성, 신의주, 상하이, 충칭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에 몸 바친 해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우리가 지금 내 나라 내 땅에서 이렇게 마음껏 날개를 펼치며 살 수 있는 건 모두 ‘해주’와 같은 이름 없는 독립군들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아마 해주도 어디선가 이 책을 보고 빙긋 웃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