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준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장, 불교학과 교수) : 태국은 일찍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서구지향주의와 소비주의, 향락주의에 빠져서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물질적 욕구의 불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국가는 무분별한 성장 지상주의로 국토가 파괴되고, 국민은 소비시장의 노예가 되어 왔다. 그리고 외국의 기업들은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선전 광고를 통해, 혹은 심지어는 대학교육과 학문을 통해서까지 국민들의 물질적 욕망을 부채질해왔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프라유드 파유토 스님은 깊은 남방불교의 전통을 가진 태국에서 가장 높고 존경받는 지위에까지 오르셨다. 스님은 이에 중생들에게 주는 가장 깊은 고뇌 중의 하나가 물질적 욕망에 의한 것임을 깊이 통찰하시고 그에 대한 불교도로서의 해법, 그리고 수행자로서의 해법을 제시하셨다. 이는 오늘날의 물질주의적인 현실에 대한 불교도로서의, 보살로서의 깊은 사유에 기반된 것이며, 단순히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혹은 외국 사조나 어느 책에서 나온 내용이 아니다.
불교는 그 역사가 오래고, 불교를 신앙으로 믿어온 지역이 광대하지만, 현대 발달된 자본주의소비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불자로서의 지혜는 이제부터 우리들의 손에 의해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슈마허로부터 비롯된 불교경제학의 이념, 그리고 파유토 스님에 의해서 제시된 현실 경제생활에서의 지혜 등은 우리가 앞으로 소중히 지키고 키워나가야 할 가치이다.
이 책은 원래 대학교재로 만들어진 책은 아니며, 스님의 기고문이나 연설문 등을 모은 것이다. 그러므로 학술서적이 아니고, 대중을 위한 내용이다. 그러나 불교경제학적 교재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은 오랫동안 대학 강의 교재로 사용되어 왔다. 강의 교재로도 조금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소욕지족과 소비의 지혜, 생산과 소비의 효용적 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한 궁극적으로 그것이 우리 지구의 위기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슬기로운 소비와 지구환경을 구할 수 있는 지혜에 대한 도움을 얻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