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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야탑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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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의 걸어본다 열여섯번째 이야기.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하고,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은형의 첫번째 산문집이기도 하다. 제목이 힌트가 되듯 이번 걸어본다의 주된 발걸음은 '베를린'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해외레지던스 사업 가운데 '베를린'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근 석 달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 한은형 작가는 비교적 좁고 상대적으로 깊은 90일 간의 베를린 나들이를 하고 온 듯하다. 여정의 범위가 넓지 않고 나날의 에피소드가 복잡다단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여행지에서라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섞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의 뒤엉키지 않았다.

이는 2G폰으로도 부족함 없이 잘살아온 작가의 스타일이,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라고 자평한 작가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책이다. 어떤 책이든 어떤 인물이든 어떤 풍경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전시든 베를린에서의 한은형 작가는 무조건적인 감탄을 넘어선 감격을 잘 들키지 않는다. 그러니까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멀어진 만큼, 그 벌어진 만큼 대신 제 사유들을 그 자리만큼 넉넉히 채우는 사람인 것이다.

첫문장
7월 1일, 나는 인천에서 에어프랑스를 타고 샤를 드골로 가고 있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4월 27일자 '문학 새책'
 - 조선일보 2018년 5월 4일자 '북카페'

수상 :2015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밤은 부드러워, 마셔>,<[큰글자도서] 거짓말> … 총 33종 (모두보기)
소개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장편소설 『레이디 맥도날드』 『거짓말』,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과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오늘도 초록』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등이 있다.

한은형 (지은이)의 말
베를린에는 2016년 7월부터 9월까지 90일 가량을 머물렀다. 나로서는 유래 없이 바쁘게 지냈는데, 그래서인지 집에 돌아오면 어떤 문장도 쓸 수 없었다. 한국으로 송고해야 하는 원고를 몇 편 쓰긴 했지만 뭔가 자발성을 갖고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런던에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베를린에서 서울로 돌아오기 전 런던에서 열흘 가량 머물 일이 생겼다.) 글을 쓸 수 없던 이유를 말이다. 길거리에서 펄펄 날뛰고 있는 글자를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런던에서 간판들, 지하철역의 이름들, 거리의 이름들, 사람들 등뒤에 쓰인 글자들을 읽는데…… 더듬더듬 읽는데…… 행복했다. ‘아, 나는 글자를 아는 사람이었지!’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고, 마음이 이상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쓰고 싶었던 테마에 대해서는 쓰지 못했다. 이를 테면, 베를린의 헬무트 뉴튼, 비오 열풍과 케피르, 오스탈지(구동독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이르는 말), 베를린의 부유한 유태인들, 유태인이 끌려간 자리의 표식인 길거리의 황금빛 금속, 유태인 카페의 유태 음식, 베를린의 고용지원센터, 텐트 피플, 텐트 피플을 위한 거리의 체스판, 한밤의 폐허 관광자들, 구동독 출신 남자, 드레스덴에서 만난 네오나치, 와타나베와 갔던 노이쾰른 음악회,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 베를린 초밥집에서 만난 북한 외교관, 크로이츠베르크 걸, 일 년에 한번 열리는 배추 싸움, 보데 뮤지엄 앞에서 탱고를 추는 사람들, 위스키를 파는 약국, 베를린 미용실의 베를린 무드, 푸른 수염의 방 같은 지하실, 에밀 놀데와 브레히트, 타이 음식점에서 만난 포대화상, 유람선 모비딕, 백조로부터의 습격, 나체로 수영하는 호수, 귄터 그라스 와인, 베를린 발코니 아트, 맨발의 자유인, 노벨상 수상자의 방, 뉴저먼 시네마, 만날 수도 있었던 다와다 요코, 베를린의 서점, 베를린의 프랑스 거리, 프리드리히 슈트라세, 르코르뷔지에의 아파트, 발터 그로피우스의 말굽 모양 주택단지, 트럭 테러, BMW가 개최하는 롤러 블레이드 마라톤……
이런 것들에 대해 쓰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엉킬 대로 엉켜버린 생각의 꾸러미들을 제대로 풀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품고 있던 이 책을 그만 내려놓는다. 이로써 ‘베를린 시절’을 마감한다. 내게 자신의 베를린을 보여준 G와 D와 I, 베를린에서 따뜻한 집밥을 여러 번 차려준 Y, 베를린 곳곳의 탐험을 제안해준 K……를 비롯한 모두에게 감사했다. 누구보다 씩씩해서 또 누구보다 우울할 이 책의 편집자 김민정 시인께, 이 책을 쓰는 내내 죄스럽고도 고마웠다.
베를린 사람, 베를린에서 태어난 사람, 베를린에 사는 사람, 베를린에 살았던 사람, 베를린에 잠깐 머물렀던 사람, 베를린을 떠나온 사람, 베를린에 가기로 한 사람에게,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환상을 갖고 있는 2년 전의 나 같은 사람에게, 어쨌거나 베를린을 떨쳐버릴 수 없는 사람 모두에게 이 소박한 책을 바친다. 그리고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당신들 때문에 쓸 수 있었습니다.

2018년 2월

난다   
최근작 :<초록을 입고>,<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달걀은 닭의 미래>등 총 154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473,413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7,478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08,08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