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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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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생명과학자이자 생태작가 김성호가 자연과 함께한 60여 년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새 아빠’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새에 빠져 살며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들을 다수 펴냈지만, 이 책은 그가 온 생애를 바쳐 가까이서 관찰하고 그들의 삶과 함께했으며 머리와 몸과 마음이 정성으로 가득 차서 바라본 생명에 대한 마음의 기록이다. 스스로는 ‘생명 이야기’라고 겸손하게 표현했으나 《생명을 보는 마음》은 동물, 식물, 미생물을 아우르는 생명 전체에 대한 연구서다.
그러나 ‘연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다. 책을 펼쳐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고, 비록 직접 가닿지 못했으나 마음 한편에 늘 자리 잡고 있는 자연에서 뒹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 자연과 함께한 인류의 유전자는 내 몸 세포 어딘가에 숨어서 어머니 자연을 그리워하고 있으니까. 자연에 대한 독자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가 김성호의 글은 결국 자연에서 배운 힘이자 자연에서 터득한 지혜 그것이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지만 자연스럽게 흐르는 글은 그것 자체가 이미 자연이다. 여는 글
: 김성호 교수가 어린 시절 외가에서 보낸 시간을 말할 때 이건 바로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와 돼지와 닭과 메뚜기와 새와 논의 생명을 만나는 경험은 정말 서로 베낀 것처럼 빼닮았다. 그와 나는 운이 좋게도 농경문화라는 따듯한 상상력의 자궁 안에서 성장한 것이다. 이 책은 생명을 대하는 마음과 방식에서부터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이유까지 조목조목 짚어 친절하게 제시한다.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게 쓴 생명윤리학 개론이라 해도 좋겠다. 우리는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들에 취해 살아왔다. 《생명을 보는 마음》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식물의 뿌리를 예로 들며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소중하다”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목록을 하나씩 적는 마음, 그게 생명을 보는 마음일 것이다. : 김성호가 생명을 보는 마음은 그가 생물학을 하는 마음이다. 소똥에 코가 닿을락 말락 다가가서 물구나무선 소똥구리의 소똥 굴리기 묘기를 바라보던 어린 소년의 모습에서, 학교 뒤 작은 웅덩이에서 떠 온 물 속의 원생동물을 관찰하고선 생명 가득한 그 물을 싱크대에 버리지 못해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주던 생물학도의 모습에서, 새끼 여덟 마리를 키워 내는 동고비 한 쌍의 간절한 과정을 80일 동안 지켜보던 생물학자의 모습에서, 나는 생물학 하는 김성호를 읽는다. 그에게 생명은 추상적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서로 다른 하나하나가 모두 존중해야 할 구체적 대상이다. 지적 호기심도 이런 존중의 마음에서 싹튼다. 뭇 생명체가 이루는 생태의 관계망과 그 일부인 우리 존재의 의미가 궁금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의 시선을 따라가 보길 권한다. : 최고의 생물 책 저자는 누굴까? 나는 주저 없이 김성호를 꼽는다. 숲에서 새의 전 생애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찰한 기록을 시인의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독자에게 자연에 대한 지식과 함께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따뜻하게 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궁금했다. 과학적인 냉철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모두 갖춘 태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의 첫 번째 필드는 방학마다 찾아뵙는 외할머니댁 근처의 자연이었다. 사람과 연결된 자연 말이다.
《생명을 보는 마음》은 자연을 대하는 과학적인 태도의 근원을 절절히 보여 준다. 단순히 따뜻한 이야기만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저자는 생명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분명한 지식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이제 우리가 마음으로 답할 차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0년 11월 6일 출판 새책 - 서울신문 2020년 11월 6일자 '책꽂이' - 국민일보 2020년 11월 5일자 '200자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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