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소설가) : 일본 헌병과 바람나 가족을 버린 할머니, 살림 솜씨가 엉망인 어머니, 이혼 위자료로 받은 건물 하나 믿고 사는 딸. 얼핏 삼대에 걸쳐 여자들이 집안을 말아먹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런데 그녀들의 곁에 유약하고 경솔한 할아버지, 가족 부양은 팽개치고 정치판에만 기웃거리는 아버지, 변변한 직장도 목표도 없이 술만 마시고 다니는 아들이 있다면? 남자들로 말미암은 거대한 균열을 바지런히 메우는 여자들. 그런데도 정숙하지 못하다고, 엄마답지 못하다고, 계산적이고 영악하다고 비난받는 여자들. 지겹도록 구태의연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여성 비하와 낙인에서 손녀와 며느리와 자기 자신을 구해내는 유쾌한 할머니의 이야기. 『할매가 돌아왔다』는 시대를 너무 앞섰던 소설이다.
박혜진 (『82년생 김지영』 편집자 · 문학평론가) : 할머니에게 정말로 60억이 있었기를 바란다. 누명으로 살아온 오욕의 시간이 60억으로나마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얼마나 다행인가.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고 싶은 의지만을 좇아 살아온 인생, 자신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돌아올 용기를 낸 위대한 걸음을 내딛은 인생이라면 그 대가로 60억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러나 60억만이 할머니를 받아들이는 유일한 세계는 아니기를 바란다. 나에게 60억이 할머니의 잠꼬대에서 시작된 우리 가족이 못다 이야기한 폭력의 역사였듯이 당신에게 60억은 당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가 되기를. 지금은 “직구를 던질 타이밍”이다. 할매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