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계 다양한 투쟁의 원리를 ‘무기의 진화’를 통해 들여다본 책이다. 몬태나대학교 생물학 교수인 더글러스 엠린은 열대우림과 해변을 누비고 다니며, 주목할 만한 동물들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해 동물 무기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 호주, 중남미 전역으로 쇠똥구리를 쫓아다니며 이들의 무기 발달과 진화를 집요하게 연구해 온 저자는 생물계 전체로 관심사를 넓혀 동물 무기의 진화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낸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극한 무기’이다. 마스토돈의 가공할 엄니부터 앞장다리하늘소의 젓가락 같이 긴 앞다리와 농게의 치명적인 집게발에 이르기까지, 거대하고 인상적인 무기가 단박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없이 웅장한 무기는 경외감을 자아내지만, 사실 이렇게 큰 무기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동물들이 무기 경쟁을 벌이며, ‘극한 무기’를 진화시키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가시, 이빨 등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뿔, 엄니 등 점점 더 큰 무기로 나아가면서 단계적으로 무기 경쟁의 생물학을 엮어 낸다. 저자의 분석은 행동생태학, 유전학, 계통학, 발생생물학 등의 접근 방식을 망라하며,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를 폭넓게 아우른다. 생물학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세상의 모든 무기 이야기로 넘어가며, “고삐 풀린 전면전”으로 치닫는 인간 세계의 무기 경쟁을 돌아보기에 이른다. 극한 무기라는 프리즘으로 생존 경쟁과 진화, 인류사까지 그 장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 낸 역작이다.
: 이 책은 진화에 관한 책이다. 동물과 인간의 무기에 관해 듣다 보면 자연스레 진화의 메커니즘에 관해 배우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진화와 성선택을 이해하는 데 더할 수 없이 훌륭한 입문서다. 다윈의 진화 개념은 철저하게 상대적이다. 동물의 무기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개발되고 발전한다. 인간의 무기도 마찬가지다.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은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 책은 또한 매우 시의 적절하다. 북핵 위기가 한껏 고조됐을 때 극적으로 남북의 정상이 만나 감동적인 화해를 이끌어 낸 드라마를 우리는 얼마 전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억제력(deterrence)’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똑똑히 보았다. 책의 말미에 “고삐 풀린 전면전”으로 치닫는 인간 세계를 바라보며 쏟아내는 저자의 우려가 묘한 메아리가 되어 울린다.
딱정벌레를 기르고 있는 아이, 어려서 군대놀이를 하며 큰 중년 남성, 그리고 자연 다큐를 좋아하는 모든 분께 이 책을 권한다. 결코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 노련한 이야기꾼 엠린은 독자를 파나마로 데려가, 앞장다리하늘소의 대결을 목격하게 하고, 탄자니아로 데려가 코끼리 똥과 그것을 먹고 사는 쇠똥구리를 수집케 한다. 또한 대눈파리가 암컷들의 하렘을 방어하고 있는 열대림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온갖 무기를 놀라운 삽화로도 볼 수 있다.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주석 달린 셜록 홈스』를 비롯한 다수의 소설과 글쓰기 책, 어린이 책, 그리고 리처드 파인만의 저서를 포함한 다수의 자연 과학서를 번역했다. 저서로 『창의력, 꽃에게 길을 묻다』가 있고, e북 번역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있다.
<[세트]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2 - 전2권> 추천글: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2』는 2017년 여름부터 ‘도시 답사’를 시작한 문헌학자 김시덕의 답사 방법론과 그의 전국 답사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서울과 경기도라는 도시지역에 관심을 두고 출발한 김시덕의 답사는 어느덧 전국 곳곳의 도시는 물론 농촌, 산촌, 어촌 지역에까지 이르러 일종의 ‘문명론 탐구’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급변하는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 오늘날까지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온 시민들의 다채로운 삶을 김시덕은 생생히 포착해 낸다. 운전면허 없이, 오롯이 두 발로 뚜벅뚜벅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