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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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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에서 동시에 미학적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선재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두 여자가 재회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심리적 결핍과 관계맺음의 공백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감춰야만 했던 인물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엄마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침묵을 선택한 노라는 좀처럼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런 노라에게 20년 만에 의붓자매인 모라가 연락을 한다. 모라 역시 친엄마를 떠나보낸 뒤 외부에 자신을 철저히 맞추며 살아왔다. 모라는 사업 실패와 계모와의 이혼 후 정처 없이 떠돌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라를 떠올린다. 이름도 생일도 비슷하지만 살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했던 두 자매가 기억과 경험의 편차를 넘어 어떻게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눈을 감은 사람
: 조용조용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있다. 아무 할 말이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아무 마음이 없는 것 같은 표정으로…… 이 소설이 그러한데, 그런 존재들은 대개 나직하고 먹먹한 목소리를 가졌다. 함께 산다는 건 뭘까? 식구가 된다는 건? (……) “혼자서 하나가 되는 법을 배워가겠지”라는 문장에 오래 눈길이 간다. 소설은 내내 더없이 차갑고 더없이 따뜻하다. 누군가와 살고 있거나, 누군가와 살았던 적이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은 이의 창가에, 이 소설을 놓아두고 싶다. 노라의 말처럼 “있거나 없는 것.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곁에 ‘있었지만 없었던’ 존재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애쓰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자꾸만 살아나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걸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20년 11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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