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측면에서 교사가 무엇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 있어, 교사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형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이 교사들에게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근작 :<영화 리터러시> ,<영화로 열어가는 교실상담> ,<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 … 총 3종 (모두보기) 소개 :춘천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강원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교육행정)를 취득하고 학교의 효과적인 운영과 민주적인 시스템을 고민하며 민주적 학교운영, 교사전문성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썼습니다. 현재 강원대학교 겸임교수로 교육행정, 미래교육, 교육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따뜻한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한 상담공부로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슈퍼바이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영화로 열어가는 교실상담(공저)>, <교사, 교육과정 중심에 서다(공저)>가 있습니다.
요즘 개혁의 바람이 교육계 전반에 불어오고 있다. 다분히 정책적인 정부의 의도와 사교육의 열풍과 고질화된 대학입시 문제에 몸살을 앓고 있는 학부모들의 한숨이 어우러져 그 바람의 세기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에 있어 그 대상이나 내용은 구분되고 한정될 필요가 있다. 교육개혁의 대상과 내용이 기존의 구태의연한 상부하달식의 수직적 구조, 관습, 정책 등으로는 적절할지 모르나,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아울러 교육의 실천가인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개혁이라는 말보다 ‘개선’이나 ‘변화’라는 말로 대신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등은 인류 역사만큼의 시간동안 각 시대.문화의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그 효과성과 가치에 의해 당위성과 타당성을 검증받으면서 서서히 변화되어 온 것이다. 그 긴 시간동안 정제되고 다듬어진 교육목표와 내용 및 그에 따른 적합한 방법은 그만큼의 가치를 담고 있으며, 그 가치는 한순간에 버려질 만큼 하찮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장의 교육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버려질 성격의 것들이 아니기에 개선과 변화의 대상이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거나 교육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개혁, 혁신, 변혁 등의 용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어느 시대에서나 교육은 늘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어왔다. 과거의 역사를 보더라도 급진적인 개혁이나 변화는 오히려 득보다는 실을 더 많이 안겨주었고,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가 교육 안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혼란을 가져다주는 사례가 많았다. 개혁이나 변혁을 주장하는 이들의 이면에는 포풀리즘이나 정치적 요소, 개인 영달을 위한 요소들이 내재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내놓은 대부분의 해결 방안은 주로 장기적 차원, 본질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단기적 효과성, 처방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닌 당장 발등에 불은 꺼야하는 현안문제나 여론에 의해 주도되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결과 교사 및 교육과 연관된 이들은 교육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교육과정을 직면하게 되었다.
교육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며, 교육을 통한 앎은 인간을 영원으로 안내하는 이정표이다. 이러한 교육이 요즘 정체성을 잃고 본연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이 안고 있는 恒常的 문제와 경제, 정치 등에 의한 상황적 문제들을 구별하지 못해 오히려 문제가 더 심화되거나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인 제도 및 행정적 제안들로 인해 교육의 본질적 가치 성장 및 발전을 위한 합리적 대안이 제시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학부모 및 교육관계자 등 교육에 관심을 둔 많은 이들이 문제의 원인을 정치, 경제 등의 사회적 환경에 두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의 교사들에게 교육 문제의 책임을 거의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의 낮은 성적, 사교육비의 과다 지출, 교육의 질 저하 등의 문제의 핵심에서 교사는 늘 지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교사의 전문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물론 교사에게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수 교사의 비교육적 행위를 일반화시키는 과정은 교사에게 너무 많은 교육적 문제를 떠넘긴다.
이러한 현실은 교사의 교육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사그러지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며, 교사의 교직에 대한 애정을 엷게 하여, 의도하지 않았지만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까지 번지게 한다. 더 나아가 교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교사가 교육적 안목을 다양화하고 깊이 있게 고민하는 데 있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사의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과연 타당한가, 정당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우선 교사로서의 전문성 확보에 매진할 때이다. 언제나 교사에게 질 높은 교육과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우리 사회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교사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는 교육 현장의 일선을 책임지는 교사의 고유한 사명이다. 돌이 옥을 감추면 산이 아름답고 물이 진주를 품으면 강이 빛나 듯, 교사가 교사 본연의 학문적 책무를 다하면 전인 교육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측면에서 교사가 무엇을 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 있어, 교사로서의 신념과 철학을 형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이 교사들에게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더불어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